울산현대 선수단 ⓒ 울산현대 공식홈페이지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고 못 나가고의 차이는 크다. 이 대회에 나가는 팀은 더 유망한 선수를 영입하기에도 수월하고 광고와 마케팅 효과도 더 크다. 그래서 모든 팀들은 리그 우승 다음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할 정도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울산현대가 이 기회를 잡게 됐다. 전북현대가 심판 매수에 대한 징계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이 박탈되면서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4위였던 울산현대가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이 극적인 결정으로 울산현대는 아시아 무대에 서게 됐지만 자칫하면 이 기회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울산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이 상황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보려 한다.

1. 단축된 훈련기간

울산현대는 스페인 무르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지난 14일부터 28박 29일의 일정으로 몸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지훈련 기간을 무려 2주나 단축하게 됐다. 원래는 2월 12일에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준비로 인해 오는 1월 28일 귀국하기로 했다. 동계 전지훈련은 한 시즌 동안 뛸 체력을 만들고 전술을 가다 듬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이적 협상 등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이들이 여름이 지나면서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울산현대는 선수단 전체가 동계 전지훈련 일정을 절반만 소화하게 됐으니 걱정이 더 앞서는 게 사실이다. 당장이야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 플레이오프 상대 또한 키치SC(홍콩) 대 하노이TNT(베트남)전의 승자를 만나는 것이니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을 본다면 울산현대는 분명한 손해다. 자칫하면 AFC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K리그 클래식에서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4주로 계획했던 훈련 일정이 2주로 줄어들었고 곧바로 실전을 치러야 한다는 건 팀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도 있다. 한 시즌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동계 전지훈련은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신축 공사를 하게 돼 오전 수업만 하는 학교가 있다면 학생들의 성적은 어떨까. 오전 수업만 하게 됐다고 좋아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울산현대 ⓒ 울산현대 공식 홈페이지 제공

2. 신뢰의 문제

울산현대는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2주간 체력과 전술 훈련을 한 뒤 남은 2주 동안은 연습경기를 통해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이 기간 동안 무려 10번의 연습경기 일정을 잡았는데 여기에는 러시아 강호 CSKA모스크바 등과의 아주 중요한 일정도 있었다. 울산현대가 전지훈련지에서 강팀을 경험할 아주 귀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울산현대는 이 10차례의 연습경기 중 무려 7차례 연습경기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선수들이 예정된 훈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것을 제외하고라도 이는 구단의 신뢰 문제에 있어 적지 않은 타격이다. 구단과 구단의 약속을 어쩔 수 없이 깨야 하는 상황이다. FM에서처럼 그냥 ‘친선경기 취소’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울산현대는 현재 연습경기 취소는 물론이고 상대팀에 위약금을 지불하는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단순히 위약금을 지불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구단의 신뢰까지도 금이 갈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하지만 상대팀들 역시 전지훈련에서 울산현대와의 연습경기 일정을 다 잡아 놓고 거기에 맞춰 훈련을 진행했는데 이 약속이 깨지면서 무려 6개 팀이 손해를 입게 됐다. 울산현대, 더 나아가 K리그의 신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선수단은 급히 귀국하게 되면서 비행기를 두 대에 나눠 타야할 정도로 프런트가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울산현대 선수단에도 타격이고 상대팀에도 타격이고 프런트에도 타격이다. K리그 전체의 신뢰도 역시 좋은 방향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다.

3. 선수 영입의 문제

울산현대는 지금 외국인 선수가 딱 한 명뿐이다. 코바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 자리를 모두 비워져 있다. 두 명의 외국인 선수와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예선 플레이오프 및 본선 조별리그 출전 명단 제출 마감일은 오는 23일인데 AFC 측에서는 울산현대에 이를 27일까지 연기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일정을 K리그 클래식 개막에 맞추고 있던 울산현대로서는 27일까지의 시간 역시 촉박한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AFC 챔피언스리그 선수 등록에 맞춰 급하게 검증되지도 않은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하는 것도 문제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려다가 이 마감일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3월 4일 K리그 개막에 맞췄던 일정을 한 달이나 일찍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개팅을 하려면 머리도 하고 옷도 사고 멘트도 준비해야 하는데 갑자기 집에 누워 있다가 급하게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입고 소개팅 자리에 나가야 하는 꼴이다.

외국인 선수뿐 아니다. 울산현대의 선수 보강 자체가 아직은 AFC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할 만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울산현대는 이종호와 최규백, 김창수 등을 영입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려면 이보다는 더 두터운 스쿼드를 자랑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도 별로 없고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어서 예산을 갑자기 늘리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들은 AFC 챔피언스리그 성적을 위해 ‘더블 스쿼드’를 가동하기도 하는데 K리그 클래식에만 집중하려던 선수단으로 이 대회까지 병행하다가는 두 대회 모두 망칠 수가 있다. 급하게 선수를 영입하는 것, 아니면 이대로 선수 보강 없이 두 대회를 병행하는 것 모두 위험하다. 온전한 선수 보강을 위해서는 선수 추가 등록이 가능한 AFC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는 버텨줘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는 않다.

4. 전력 분석의 문제

울산현대가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현대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시마앤틀러스, 무앙통유나이티드 등과 한 조에 속한다. 하지만 울산현대는 아직 이 팀들에 대한 전력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해볼 만한 상대임에는 분명하지만 당장 선수단을 추스르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빠듯한데 여기에 상대팀에 대한 분석까지도 시작해야 한다. 현지로 관계자를 보내고 영상을 구해서 분석하는 일을 하루아침에 할 수는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면서 상대 전력 분석에는 손을 놓고 있던 울산현대로서는 이제 부랴부랴 상대팀에 대한 전력분석에 임해야 한다. 상대팀 전력 분석이 무슨 유투브 동영상 하나 보고 이뤄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놓쳤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극적으로 얻게 된 울산현대는 나은 편이다. 제주유나이티드는 더 복잡한 상황이다. 키치-하노이전 승자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던 제주는 이 일정에 맞춰 다른 팀들보다 빨리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우리 김원일은 신혼의 단꿈도 포기한 채 제주의 전지훈련지인 태국 치앙마이에서 외로움에 사무쳐 있다. 조성환 감독은 키치-하노이전를 직접 지켜보기 위해 항공편도 미리 예매해 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주는 기존에 전북이 속해 있던 조에 속하게 되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키치-하노이전은 더 이상 관계가 없어졌고 애들레이드와 장쑤의 전력분석에 임해야 한다. 시간을 벌었다는 점은 반갑지만 애초 예정됐던 팀과의 대결이 무산되고 새로운 팀을 상대해야 해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여러 모로 손해가 크다. 이럴 거면 미리 결정해서 우리 김원일이 신혼 생활을 더 즐길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울산현대 ⓒ 울산현대 공식 홈페이지 제공

5. 신임 감독의 지도력 문제

김도훈 감독은 매우 역량이 뛰어난 지도자다. 나는 그의 능력을 믿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제 막 새 팀의 지휘봉을 잡은 그가 시간에 쫓겨가며 AFC 챔피언스리그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이 김호곤 감독 시절이었다면 조금 나을 수는 있다. 이미 선수단 파악이 완벽히 끝난 상황에서 어떻게든 임시방편으로라도 급한 불을 끄기에는 이 팀을 오래 이끈 감독이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도 이제 막 울산현대에서 시작하는 입장이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있을 테고 그걸 극복하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김도훈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첫 시즌 첫 순간부터 혹독한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실패가 그냥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칫하면 한 시즌을 아예 망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부담감은 더할 것이다.

첫 시작은 매우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첫 시작이 틀어지면 김도훈 감독 체제 하의 울산현대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발이 흔들리면 K리그 클래식에서도 계속 흔들릴 수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극적으로 출전하게 되면서 울산현대는 뜻밖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 기회가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친구의 오디션에 생각 없이 따라갔다가 우연찮게 연예인이 되고 슈퍼스타가 됐다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많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싶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서 신화를 써내는 모습이 더 드라마틱하지 않을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울산현대가 또 한 번 아시아를 호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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