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리어트] 재미로 보는 ‘K리그의 혜자를 찾아서’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연봉공개’의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22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 각 구단의 연봉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총 21개 구단의 연봉이 공개됐고 선수 기본 급여액과 수당을 더해 연봉을 산출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선수 1인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7,655만 3천 원인 것으로 발표 됐습니다.

연봉이 발표되자 한 가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평소 박봉에 시달리다보니 ‘가성비 좋은 맛집’을 추구하는 제 성격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K리그에서 가성비 최강의 팀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과생인 제가 한 번 조사 해봤습니다.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먼저 각 팀당 승점 1점의 비용을 논하기 전에 참고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결과는 K리그 클래식의 경우 스플릿 라운드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FA컵이나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의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오직 K리그 경기로만 한정 지었습니다. 여기서 산출된 결과가 ‘진리’일 수 없습니다. 단순히 재미로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K리그 클래식의 ‘효율왕’은 광주

저비용 고효율 축구로 명성이 높은, 이른바 ‘혜자축구’의 광주FC는 이번 연봉 공개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위상을 입증했습니다. 광주는 올 시즌 선수 연봉으로 약 25억 원을 썼습니다. K리그 클래식 팀 중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순위는 가장 낮지 않았습니다. 8위였습니다.

이들이 승점 1점을 얻는데 필요한 선수들의 비용은 약 53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K리그 클래식 구단 중 가장 저렴합니다. 6개 팀들이 1억 원을 상회하는 수치인 것에 비해 그들의 절반 가량에 불과합니다.

남기일
‘혜자축구’의 비결은 바로 이 분에게 있을 지도 모릅니다 ⓒ 광주FC 제공

1점 당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한 팀은 전북 현대입니다. 약 2억 2천만 원을 지불한 셈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전북이 가성비 떨어지는 팀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K리그 클래식 우승컵은 놓쳤지만 준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ACL 우승컵이 있으니까요. 지난해 조사된 전북의 후원사 미디어 노출 효과가 1,027억 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진정한 ‘혜자’는 전북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수원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수원이 1점을 얻기 위해 들인 비용은 약 1억 6천만 원으로 추산 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ACL 출전권과 FA컵 우승컵이라는 결과물이 존재합니다. 앞서 광주가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고 말씀 드렸지만 ACL 출전권의 가치, 우승컵의 가치 등이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뒤바뀔 것입니다.

K리그 챌린지, 최고 ‘호갱’님은 부산?

이제 K리그 챌린지로 옮겨서 이야기를 진행해보겠습니다. FA컵이나 ACL에서 얻은 성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클래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1점의 가치는 조금 더 정확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고만고만’한 수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압도적으로 수치가 높은 한 팀이 있습니다. K리그 클래식에 전북이 있다면 K리그 챌린지에서는 부산 아이파크가 가장 효율적이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위를 기록한 부산은 총 연봉으로 21억여 원을 쓰고 64점을 얻었습니다. 1점 당 평균 비용은 5,500만 원 가량입니다. K리그 챌린지 팀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부산 최영준 감독
결국 최영준 감독은 부산의 지휘봉을 내려놨습니다 ⓒ 부산 아이파크 제공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디일까요? 올 시즌 4강 신화 더블을 달성한 부천FC1995입니다. 승점 1점 당 3,100만 원 가량의 수치(총 연봉 약 21억 원, 승점 67점 4위)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FA컵 4강의 성과를 생각하면 부천의 올 시즌은 충분히 칭찬 받아 마땅하겠습니다.

K리그 챌린지의 수치에서 주목할 점은 ‘허리띠를 졸라맨 팀의 비효율성’입니다. 충주 험멜(1점 당 약 3,700만 원)과 고양 자이크로(약 4,000만 원)는 승점 1점 당 비용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선수 총 연봉이 20억 원이 되지 않는 FC안양(약 3,300만 원) 역시 승점 1점 당 들인 비용이 강원FC(약 3,400만 원)와 비슷합니다.

사실 진정한 ‘혜자’는 따로있다

계속해서 승점 1점의 비용에 대해 말씀 드렸지만 이 이야기는 치명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복잡한 계산을 해봐도 이들의 효율성은 뛰어넘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올 시즌 K리그에 참가한 군·경팀인 상주상무와 안산 무궁화입니다. 이번 연봉 공개에서도 이들은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필 남성들은 이들의 월급을 알고 있을 겁니다.

각 팀의 승점과 총 연봉을 계산한 결과 K리그 클래식의 승점 1점 당 비용은 평균 약 1억 2천만 원, K리그 챌린지는 평균 약 4천만 원으로 추산 됩니다. 무려 3배 차이가 납니다. ‘이래서 기를 쓰고 승격 하려고 하는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승점의 가치는 곧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승점의 가치가 높은 것은 선수들의 가치가 높다는 뜻도 되니까요.

통계를 조사하면서 비록 ‘아…망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만 아예 의미가 없는 작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프로는 돈으로 움직이는 세계고 그 과정에서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추구해야 하니까요. 재미로 보시거나 참고자료 중 하나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ACL과 FA컵을 포함해 이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K리그 한 경기가 벌어질 때마다 적게는 승점 2점, 많게는 승점 3점이 걸려 있습니다. 최소 8천만 원, 최대 3억 6천만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승점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죠. 각 구단이 한 번 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경기가 정말로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이 그만큼의 만족을 느끼고 있는지 말입니다.

wisdragon@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ports-g.com/GjFnQ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