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리어트] 축구 비디오 판독 신뢰도 해치는 ‘심판 권위’

심판 비디오 판독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드디어 보수적인 스포츠로 손꼽히는 축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는 K리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4일 일본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2016 FIFA 클럽 월드컵 가시마 앤틀러스와 AT나시오날의 경기 중이었습니다. 경기 도중 심판이 어디론가 달려가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가시마의 페널티킥을 선언했습니다. 알고보니 이는 새로 도입된 비디오 판독이었습니다. 이 페널티킥은 FIFA 주관 공식대회에서 나온 첫 비디오 판독의 사례가 됐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타 종목에 비해 흐름이 잘 끊기지 않는 축구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 과정을 보는 것은 아직 어색했지만 굉장히 신선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도입 초기니 개선해야 할 점은 많겠지만 좀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한 FIFA와 축구계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발맞춰 K리그 또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2017 K리그부터 비디오 판독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다른 국가보다 한 발 앞선 판단입니다. 연맹의 계획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K리그 챌린지 경기장에서 비디오 판독의 장면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비디오 판독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 의문들은 비디오 판독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 대한 것들입니다. ‘정말로 비디오 판독이 판정의 공정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허점은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초창기부터 이런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정말로 현재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판정의 공정함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요?

첨단 과학에도 나눠줄 수 없는 주심의 ‘권위’

FIFA와 IFAB(국제축구평의회)가 새롭게 만든 비디오 판독의 규칙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비디오 판독이 생겨나면서 심판 한 명이 더 추가됩니다. ‘비디오 부심(Video assistant referee)’입니다. 비디오 부심은 영상을 보면서 주심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그렇다면 비디오 판독은 언제 실시될까요? 득점, 페널티킥, 퇴장 등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심 마음’입니다. 비디오 판독은 전적으로 주심이 결정합니다. 양 팀은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주심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또는 비디오 부심의 판독 제안을 주심이 받아들였을 때 진행됩니다. 그리고 비디오 판독 횟수의 제한은 없습니다.

클럽 월드컵 비디오
주심 고유의 권한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바로 ‘네모를 그릴 수 있는 권한’ ⓒ FIFA TV 캡쳐

우리는 무언가 기존의 비디오 판독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프로야구나 프로배구 등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리그 경기를 보면 감독들이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리는 장면을 종종 봅니다. 각 팀의 감독들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축구의 비디오 판독에서 네모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주심 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기서 축구의 보수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비디오 판독이라는 개념은 판정의 정확성과 공정한 경기를 위해서 심판의 권위를 최신 기술, 구성원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때로 심판의 판단이 비디오 판독에 의해 뒤집히면서 그들의 권위에는 조금 상처가 남지만 더욱 정확한 판정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구성원들에게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축구에서는 심판의 권위를 나눌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도 주심의 권한은 굉장히 커보입니다. 비디오 판독의 과정을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심판의 결단입니다. 즉 비디오 판독을 위해서는 ‘심판의 자기반성’이 전제조건이라는 것이죠. 이것은 수많은 관중 앞에서 심판이 자아비판을 하라는 얘기와 비슷합니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기꺼이 결단을 내리는 심판이 많겠지만 자신의 실수를 쉬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판도 물론 존재할 것입니다. 공정함을 위해 도입한 비디오 판독을 한 사람의 재량으로 맡겨 버리니 여기서부터 비디오 판독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비디오 판독, ‘보조 도구’ 아닌 ‘또 다른 구성원’ 되어야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국제 축구계의 비디오 판독에 대한 인식은 ‘심판의 보조 도구’ 이상을 뛰어 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쓰면 도움이 되지만 쓰지 않아도 크게 상관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죠. 영어 단어를 잘 못외우는 학생을 놓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는 대신 종이 사전을 전자 사전으로 바꿔준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리그가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난 시즌에 판독 시스템 도입을 시도했고(당시 IFAB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 7월에는 비디오 판독 워크숍이 열리는 미국에 연맹 직원을 파견하는 등 새로운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리그 발전을 위해 좋은 결단을 내렸다고 봅니다.

앞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다양한 문제점을 도출할 것입니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시작해 경기 흐름이 최대한 끊기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어쩌면 비디오 판독 시스템 자체가 다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축구계가 보수적인 것도 있지만 아직 이 시스템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입니다.

저는 K리그가 앞으로 벌어질 논쟁의 한가운데로 뛰어 들었으면 합니다.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도 K리그 내에서 심판 판정에 관한 논란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 때 그저 비디오 판독을 방패막이로 삼기 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터놓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계속해서 수정과 보완을 거치다보면 어느덧 비디오 판독은 축구 경기 속 하나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것입니다.

스마트폰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효도폰과 다를 바 없고 사용법을 모르는 기계는 그저 고철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판정의 공정성 강화’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K리그가 찾아줬으면 좋겠습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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