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광주FC와 대전시티즌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원FC 조덕제 감독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2015년 시즌을 맞아 나란히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했던 광주FC와 대전시티즌이 영 다른 행보를 보이다 전혀 다른 결과를 안았기 때문이다. 광주FC는 2015년 시즌 10위로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한 반면 대전시티즌은 최하위로 곧장 다시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순위는 딱 두 계단 차이지만 승점 차이는 무려 23점에 이르렀다. 승격의 기쁨을 맛본 조덕제 감독은 잔류에 성공한 광주FC와 대전시티즌의 차이를 알고 있었을까. 그에게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이랬다. “광주는 승격 멤버들을 지켜냈고 대전은 못 지켜냈어요. 그 차이였던 것 같아요. 좋은 선수가 아무리 많이 들어온다고 해도 기존의 조직력이 바탕이 돼 있어야 해요.”

최근 강원FC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풍족하지 않았던 강원FC가 승격에 성공하더니 연이어 굵직한 선수 영입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국가대표 출신 이근호와 김승용, 오범석을 영입하더니 청소년 대표 출신 김경중에 이어 골키퍼 이범영의 영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앞으로도 더 굵직한 영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이를 지켜보는 팬들로서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일단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강원FC 영입’부터 검색해 보는 게 일이 됐다. 전북현대를 제외하고 자금을 풀지 않았던 K리그에서 강원FC가 이렇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세상에 강원FC가 이렇게 겨울이적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을까. 지금 훈련소에 입소한 최진호가 자대배치를 받고 뉴스를 보면 깜짝 놀라 자빠질 것이다. “아니 우리 팀에 이근호라니.”

이찬동을 비롯한 광주FC의 많은 선수들은 팀의 승격을 이룬 뒤에도 팀에 남아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광주FC

광주와 대전의 사례를 살펴보자

하지만 나는 이런 과도한 영입이 다소 걱정된다. K리그 클래식 팬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강원FC의 성적을 놓고 본다면 이러한 파격과 적극적인 투자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조덕제 감독의 말처럼 기존의 조직력을 해치는 정도의 변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축구라는 게 게임에서처럼 갑자기 능력치 좋은 선수들을 대거 배치한다고 무조건 잘 되는 게 아니다. 긴 호흡으로 팀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그러면서 쳐낼 건 쳐내고 보강할 건 보강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하다. 갑자기 많은 선수를 물갈이해서 잘 된 팀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2012년 프리미어리그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가 박지성을 비롯해 엄청난 선수들을 마구 영입했을 때 그들이 강등 당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들은 추락하고 말았다. 퀸즈파크레인저스는 갑자기 국민클럽이 됐다가 지금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과도한 선수 변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광주FC와 대전시티즌의 사례를 조금 더 살펴보자. 2014년 K리그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화려하게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대전의 경우는 어땠을까. 2015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대전은 자의반 타의반 많은 선수를 내줘야 했다. 2014년 23경기에 나서 7득점 3어시스트하며 제몫을 다했던 반델레이가 원소속팀으로 돌아갔고 장원석과 임창우, 김대중 등도 임대 기간이 끝나 원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여기에 주전으로 활약했던 정석민과 안영규, 김선규, 김한섭 등은 시즌이 끝난 뒤 이적했고 팀을 이끌던 노장 김은중은 은퇴를 선언했다. 이렇게 주전 선수 중 절반 가까운 이들이 팀을 떠나게 된 대전은 그래도 어느 정도 선수 수급을 하기도 했다. 오승훈과 히칼딩요, 사싸, 윤신영, 김기수, 윤준성, 안상현, 이현호, 김다솔, 이강진 등 즉시 전력감을 대거 영입했고 조원득과 이광훈 또한 임대로 데려왔다. 영입한 선수 면면만 보면 나쁘지 않은 구성이지만 대전은 2015년 최악의 부진 끝에 결국 한 시즌 만에 K리그 챌린지로 다시 떨어졌다.

반대로 광주FC는 2014년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두고 2015년 K리그 클래식에 턱걸이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을 지켜냈다. 2014년 시즌 팀의 승격을 이끌어 냈던 김영빈과 정준연, 이종민, 오도현, 이찬동, 여름, 송승민, 조용태, 정호정 등 주전 선수들이 이듬해 팀에 남았고 이들은 아직도 광주 유니폼을 입고 있다. 임선영은 2015 시즌을 광주에서 다 소화한 뒤 현재 안산무궁화에 있고 정준연과 제종현도 지난 시즌을 다 마친 뒤 상주상무로 갔다. 에이스 역할을 하던 김호남 역시 2015년을 광주와 함께 보낸 뒤 올 시즌을 앞두고 제주로 이적했고 외국인 선수는 이적이 빈번하지만 2014년 함께 했던 파비오는 올 여름까지도 광주FC에서 뛰었다. 2014년 승격을 확정지은 뒤 이듬해 팀을 떠나게 되면서 K리그 클래식을 함께 경험하지 못한 이는 1.5군으로 봐야하는 이완(강원 이적)과 디에고(임대복귀) 정도였다. 승격의 영광을 함께 했던 이들을 온전히 다 지켜냈고 이들은 K리그 클래식에서도 조직력을 발휘하며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이찬동을 비롯한 광주FC의 많은 선수들은 팀의 승격을 이룬 뒤에도 팀에 남아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광주FC

강원 떠나는 선수들도 주목해야

조덕제 감독의 지적도 이와 상통한다. 하부리그에서 상위리그로 올라가는 팀은 주전 선수들의 전력을 온전히 지켜내고 여기에 에이스 역할을 해줄 선수 몇몇을 영입하는 게 안정적이다. 광주와 대전의 사례 말고 과거 성남일화의 사례를 한 번만 더 들어보고 싶다. 2012년 당시 성남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윤빛가람과 한상운, 김성준, 요반치치, 임종은, 황재원, 이현호 등 막강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러면서 조재철과 라돈치치, 송호영, 김정우, 조동건 등을 내줬다.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한 번에 물갈이 한 셈이다. 그런데 이 투자는 성남일화의 마지막 투자였다. 2012년 당시 투자에 비해 성적이 부진했던 성남은 결국 신태용 감독이 사임했고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전력을 대폭 물갈이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전북현대도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차근차근 투자가 이뤄졌다. 지금 전북이 거액을 들여 스타급 선수를 데려와도 아무도 이 투자를 걱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은 이미 기반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물론 감독과 프런트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다. 기존 선수 중 핵심 선수는 누구나 지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가치를 입증했으니 더 좋은 팀으로 가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주전 선수들도 있고 하부리그 팀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임대로 활용하다가 원소속팀에 복귀해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군 문제도 어쩔 수 없고 외국인 선수는 주가가 오르면 금방 다른 팀에서 낚아채기 일쑤다. 이 모든 걸 다 이겨내고 기존 주축 선수들을 잡아야만 전력을 지킬 수 있다. 그래서 하부리그 팀이 상위리그로 올라오면 핵심 선수를 지키면서도 전력을 강화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건 올 겨울 이적 시장에서 강원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광주도 겪었고 대전도 경험한 문제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 기존의 핵심 선수들을 지켜내는 건 전적으로 해당 구단의 능력이다. 조덕제 감독 스스로도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도 빠져 나가는 선수가 많아 잔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그만큼 기존 전력을 지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강원FC의 사정을 살펴보자. 이근호를 비롯한 대표팀 출신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기대에 부푼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강원에서 주축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연이어 팀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일단 올 시즌 무려 39경기에 나서며 확실한 주전 역할을 했던 허범산은 제주로 임대 복귀한 뒤 아산무궁화에 입대했다. 또한 주전이었던 함석민도 수원삼성으로 돌아간다. 이들 만큼 확실한 주전 자원은 아니었지만 제몫을 다해주던 방찬준과 고민성 또한 원소속팀 수원삼성 복귀가 확정적이다. 이뿐 아니라 올 시즌 무려 12골을 뽑아내며 맹활약했던 마테우스 역시 원소속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비록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여전히 해결사 역할을 해주던 최진호는 지금 상주상무에 입대해 수양록을 쓰고 있다. 허범산과 함석민, 마테우스, 최진호 등 네 명의 공백만 해도 전력의 40%는 될 것이다. 다들 영입하는 선수만 주목하지만 이렇게 전력에서 이탈하는 선수도 걱정해야 한다. 여기에 FA 선수 중 한두 명만 나가도 전력누수는 더 심해진다.

이찬동을 비롯한 광주FC의 많은 선수들은 팀의 승격을 이룬 뒤에도 팀에 남아 현재까지 활약하고 있다. ⓒ광주FC

급격한 변화, 독이 될 수도 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수원FC가 가빌란과 이승현 등 폭풍 영입을 할 때 임성택과 자파, 김종우 등의 이탈을 걱정한 이들은 별로 없었다. 프리메라리가 출신 선수의 영입과 스피드 레이서의 영입에만 열광했다. 하지만 떠난 이들의 빈자리는 어떤 방식으로건 티가 났다. 더 냉정히 따지면 강원이 올 시즌 현재까지 영입한 선수 중 검증됐고 확실한 자원은 이근호와 오범석 정도다. 김경중은 K리그 경험이 없고 김승용도 몸 상태를 확실히 판단할 때는 아니다. 인지도라는 걸 무시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선수 영입에 대한 손익을 따져보면 현재까지 강원의 행보가 꼭 완벽한 이득이라고는 볼 수 없다. 승격을 경험한 팀이 대표급 선수 몇 명을 영입했다고 해서 당장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거나 리그 우승권에 근접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곤란하다. 이적 시장에 관한 칼럼을 쓸 때 투자나 영입에 대해 우려 섞인 표현을 하는 걸 팬들은 굉장히 싫어한다. 투자나 영입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기분 나빠하지만 조금 더 냉정할 필요가 있다.

승격팀이 K리그 클래식에서 성적을 내는 방법은 광주FC가 잘 보여주고 있다. 기존 주전 선수를 확실히 지켜내고 여기에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여럿 보유해야 하고 정조국처럼 경험이 풍부한 리더형 선수가 있어야 한다. 강원FC는 이근호와 오범석, 김승용 등이라면 경험 많은 리더형 선수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여기에 기존 선수를 최대한 많이 지켜내면서 속된 말로 ‘용병빨’이 터져야 한다. 지금 강원FC가 너무 화려한 면만을 쫓아 막대한 변화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렇게 한 시즌 만에 투자를 확 늘렸다가 기대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못하면 이듬해 시즌부터는 급격히 투자가 위축되고 아예 뿌리까지 흔들릴 수가 있다. 기존 전력 유지에 확실한 에이스를 두세 명씩 영입하는 방식으로 수 년에 걸쳐 차근차근 전력을 강화해야 할 텐데 너무 갑자기 팔팔정을 먹은 것처럼 확 달아오르는 건 아닌지 다소 걱정스러운 면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투자는 한두 해로 그쳐서는 안 되는데 강원FC는 지금 너무 당장 눈앞만을 보고 달려드는 것 같다. 애국가 한 번 부르고 조금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강원FC의 투자 자체를 문제시하는 게 아니다. 이런 투자는 환영 받아야 하고 이런 팀이 잘 되어야 한다. 뭐 내 돈이 아니니 거액을 주고 실패한 영입을 해도 사실 별 상관은 없다. 또한 기존 K리그 구단들이 상황 탓을 해가면서 투자를 줄일 때 강원FC가 이렇게 스스로 스폰서를 찾아가면서 야심차게 모험을 건다는 점은 아낌없이 응원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급격한 투자와 이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변화가 자칫 조직력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고 시즌 초반 이렇게 흔들리면 이후 동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좋은 선수를 영입한다고 해서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팀의 절반 이상이 바뀐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쌍꺼풀 수술만 해도 되는 사람한테 광대뼈도 깎고 코도 세우고 양악 수술까지 시키면 성형수술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부디 강원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내년 시즌은 ‘샤이니’한 한 시즌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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