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100분 축구’ K리그 추가시간에 불만 있습니다

수원 김병오
수원FC 김병오가 극적인 결승골로 수원더비의 주인공이 된 뒤 환호하는 모습. ⓒ수원F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축구 경기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골이다. 특히나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이나 역전골은 관중을 매료시킨다. 어쩌면 이 한 순간을 보기 위해 90분 동안 화장실 한 번 가지 못하고 관중석이나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올 시즌 K리그에서는 유독 이런 장면이 많았다. 극적으로 추가 시간에 골이 터져 승패가 뒤바뀌어 버리는 순간이 많았던 것이다. 물론 흥미로운 경기들이었고 명승부라 하기에 손색없는 장면들이었다. 그러면서 최근 K리그가 명승부의 연속이라고 어필하기 딱 좋아졌다. 하지만 최근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들이 터져 나오는 이러한 현상이 정상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추가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기 때문이다.

APT 늘리기 위한 임시방편
경기마다 당연히 적용하는 추가시간에는 차이가 있다. 부상이나 심판에 대한 항의 등으로 경기가 지연된 경우에는 추가시간을 자연스레 많이 줄 수 있고 큰 문제없이 진행된 경기에서는 추가시간이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에서는 5~6분의 추가시간은 기본이었다. 아무런 특이사항이 없는 경기에서도 후반 5분의 추가시간은 기본이었고 6분의 추가시간을 준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지난 10월 벌어진 전북현대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는 6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지만 실제로는 무려 7분 31초의 추가시간이 부여되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K리그에서 ‘100분 시대’를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추가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다.

추가시간이라는 건 말 그대로 경기 도중 쓸 데 없이 허비된 시간을 추가로 주는 거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에서는 경기 지연 행위가 없었어도 의무적으로 추가시간을 남발하고 있다. 경기 도중 큰 충돌이 일어났다거나 부상이 발생했다거나 격렬한 항의로 경기가 지연되지도 않았는데 국제 경기에서 추가시간을 5분씩 주는 건 거의 보지 못했다. 뭐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도 터지고 경기를 1분이라도 더 볼 수 있으니 팬 입장에서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K리그의 전통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축구라는 게 전세계가 다같이 90분 동안 하기로 약속을 한 건데 K리그만 100분짜리 축구경기를 하면 안 된다. 전,후반 45분씩의 경기를 만든 건 전세계의 약속이다.

K리그는 지난 2010년 ‘5분 더 캠페인’을 내세웠다. 지연 행위를 최소화해 실제 경기 시간, APT(Actual Playing Time)를 5분 더 늘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만 반짝 했을 뿐 그 이후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연맹은 획기적인 방법으로 APT를 늘렸다. 바로 올 시즌, 추가시간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부여하는 것이다. 90분 경기 동안의 APT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추가시간을 5~6분씩, 때로는 7분씩도 주니 당연히 실제 경기 시간은 늘어났고 극적인 골도 많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건 더욱 박진감 넘치는 축구경기를 만들기 위한 궁극적인 대책이 아니다. 경기를 스피디하게 진행할 방법을 찾고 선수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지 추가시간만 엿가락처럼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게 바로 ‘조삼모사’다.

인천유나이티드
올 시즌 인천은 그 어떤 팀보다도 ‘극장골’을 많이 기록했다. ⓒ인천유나이티드

진짜 명승부의 가치를 지키자
후반 막판에 터지는 극적인 골을 물론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도 희소 가치가 있어야 한다. 매 경기 추가시간이 5~6분씩 주어지고 그 시간 동안 체력이 다 빠진 선수들이 골을 내주는 일이 잦아지면 ‘극장’도 더 이상 ‘극장’이 아니다. 일일드라마처럼 매번 볼 수 있는 장면을 극장에까지 가 볼 가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매번 극적인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추가시간을 상식 밖으로 많이 주는 건 진짜 ‘극장 경기’의 가치까지도 떨어트리는 일이다. 군대에서 3시간 동안 축구를 해 점수는 15-9로 앞서 있는데 갑자기 중대장이 “자 이제 골든골이다”라고 외치고 한 골을 먹고 졌을 때의 허탈감과 다를 건 뭔가. 자꾸 이렇게 억지로 극적인 경기를 만들기 위한 방편을 만들지 말자. 더군다나 K리그는 중간에 끊기는 시간이 많을지는 몰라도 일부 중동팀처럼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침대축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도 추가시간이 기본으로 5분씩 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내가 이렇게 과도한 추가시간을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한두 경기도 아니고 올 시즌 K리그 대부분의 경기는 전반 2~3분, 후반 5~6분의 추가시간이 일반적인 일이 됐다. 진짜 100분에 가까운 경기를 한다. 한 여름에도 예외는 없었다. 지난 7월 31일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성남FC의 경기에서는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후반 추가시간을 6분 10초나 줬다. 한 여름에 열린 경기에서 6분 10초의 추가시간을 소화한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땀에 젖은 유니폼은 온몸에 딱 달라붙어 있을 만큼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경기였다. 이러다 정말 사람 한 명 잡는 건 아닌지 위태로웠던 순간도 여러 번이었다. 한두 경기도 아니고 매 경기를 이렇게 100분 가까이 치르는 선수들의 체력 문제는 당연히 걱정스럽다.

심지어 지난 5월 벌어진 전남드래곤즈와 전북현대의 경기에서는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때 시간이 상식을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99분 51초’였다. 추가시간 동안 득점이 터지고 부상으로 인한 지연이 있었다고는 해도 후반 추가시간만 9분 51초를 주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연장 전반이 15분인데 추가시간을 통해 거의 연장 전반에 해당하는 시간을 더 뛰도록 한 건 축구의 기본 룰을 완전히 벗어나는 행위다. 예로부터 다 경험을 통해, 그리고 거기에 과학을 더하고 상업적인 요소까지 고려해 전,후반 45분의 경기를 정한 건데 K리그는 모든 순리를 거스르고 있다. 누군가 K리그의 룰을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K리그에서는 전반 47분, 후반 51분 경기를 합니다.” 선수들 체력이 바닥나 극장골이 펑펑 터진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전,후반 10분의 추가시간이 더해진 경기를 9경기만 치르면 한 경기를 더 치르는 꼴이다. 선수들 체력 걱정 좀 하자.

그랑블루
올 시즌 과도하게 늘어난 추가시간으로 팬들은 가슴 졸여야 했다. ⓒ수원블루윙즈

이제 ‘100분 경기’는 그만
형평성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 7월 열린 성남FC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은 3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다른 경기 추가시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올 시즌 K리그가 승점 다음으로 골득실이 아니라 다득점을 놓고 경쟁하는데 후반 추가시간을 7분씩 받는 팀에 비해 성남과 제주는 3분이라는 아주 짧은(?) 추가시간으로 손해를 봤다. 문제는 이렇게 추가시간이 3분에 불과한 경기와 추가시간이 6분이 넘어가는 경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연 시간이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올 시즌 추가시간 6분짜리 경기를 자주 지켜봤지만 이 경기들 대부분에서 추가시간을 6분이나 줄 정도의 지연 행위를 본 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바꿔 말하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6분씩 추가시간을 부여받는 팀에 비해 3분이라는 비교적 정상적인 추가시간을 부여받은 팀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추가시간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여겨진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미 아닌가.

납득할 만한 상황이 있다면 추가시간을 20분씩 줘도 된다. 경기 도중 선수의 큰 부상으로 경기가 지연됐거나 과도한 항의로 경기 시간을 잡아 먹는 일이 있다면 추가시간을 10분이고 20분이고 더 줘도 환영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유가 명확해야 한다. 사유가 없는데도 의무적으로 추가시간을 5~6분씩 남발하는 건 반대다. 경기마다 내용이 다 다른데 일괄적으로 비슷하게 추가시간을 많이 주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 동네 노래방 사장님도 방의 분위기를 쓱 보고 추가시간을 준다. 분위기 좋은 방은 추가시간을 30분씩 주지만 그냥 우울하게 노래 몇 곡 하다가 노래 선곡도 끊겨 있으면 단칼에 종료 휘슬을 분다. 노래방 사장님도 이렇게 융통성이 있는데 K리그 심판들은 융통성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방 분위기가 좋건 안 좋건 일단 서비스를 한 시간씩 남발한다. 뭐 노래 부르는 입장에서는 좋지만 내 성대도 생각해 줘야 한다. 그리고 어떤 날에는 그냥 서비스를 줘도 몇 곡 부르다가 나가고 싶은 날도 있지 않은가.

또한 축구는 굉장히 보수적인 스포츠다. 1990년대 이후로 경기 규칙 중 획기적인 변화라고는 골키퍼에 백패스 금지 조항을 신설한 것 정도다. 골든골 제도도 시행했다가 폐지했고 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스로인 대신 킥인을 하는 방안도 강구했지만 없던 걸로 했다. 한때 골문을 더 크게 해서 골을 더 많이 유도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게 만약에 성사되면 뜨거운 장에 손가락을 지질 만큼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치부됐다. 변화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전통을 지키는 게 축구의 보수적인 매력이기도 하다. 골문이 약간 작은 거 같아도 그 골문의 크기를 전세계가 다 수용하고 좀 덜 뛴 거 같아도 90분이 되면 경기를 멈추는 게 축구계의 약속이다. 축구가 아무리 상업적인 가치가 있다고 해도 전,후반 45분을 4쿼터로 나누지 않는 것도 축구의 보수적인 매력이다. 그런데 K리그는 자꾸 전세계의 약속을 어기려고 한다. 축구는 90분 경기이지 100분 경기가 아닌데 말이다.

수원삼성 팬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올 시즌의 추가시간은 너무 과도했다. 올 시즌 급격하게 늘어난 득점수를 보며 K리그에서는 이게 다 다득점을 도입한 제도의 성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억지로 경기 시간을 늘린 임시방편에 의한 일시적인 결과다. 이걸 가지고 다득점 제도 때문에 K리그가 더 화끈한 공격 축구를 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툭하면 추가시간을 7분씩 주는 경기는 파격이 아니라 편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내년 시즌에는 부디 K리그가 추가시간을 정상적으로 적용했으면 한다. 추가시간은 적당해야 한다. 안 그러면 수원삼성 팬들의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그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추가시간은 합리적으로 주자.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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