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내 멋대로 뽑은 2016 K리그 클래식 명승부 TOP10

인천유나이티드
제주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는 케빈의 모습. ⓒ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겨울이 지나고 꽃이 필 무렵 시작한 K리그는 뜨거운 여름을 지나 낙엽이 지는 가을에도 열띤 경쟁을 펼쳤고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이어졌다.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 우리는 올해도 K리그와 함께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매년 이때쯤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벌어진 경기 중 최고의 명승부만을 꼽아봤다. 총 228경기 중에서 놓치면 후회했을 명승부 10경기를 선정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선정 기준은 내 마음대로다. 경기에 대한 비중보다는 경기 자체의 내용에 더 집중해 선정하려 했다. 2016 K리그 클래식 최고의 명승부 10경기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10위. 2016년 7월 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2 VS 1 제주 (부제 : DJ가 해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인천은 이 바로 전 경기에서 상주상무를 1-0으로 제압한 뒤 안방으로 제주를 불러들였다. 잘 나가던 제주는 1무 1패를 기록하며 잠시 주춤하고 있던 때였다.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친 두 팀은 전반 내내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결국 0-0으로 전반전을 마쳐야 했다. 하지만 이는 치열한 후반전을 위한 준비 단계였을 뿐이다. 인천은 후반 32분 김태수를 빼고 송시우를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지만 경기는 잘 풀리지 않고 여전히 0-0이었다. 하지만 명승부가 완성되는 데는 채 10분도 필요하지 않았다. 팽팽하던 경기가 후반 40분 제주 이근호의 선제골이 터지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골키퍼가 길게 넘겨준 공을 김상원이 헤딩으로 이근호에게 연결했고 이근호는 골문 정면에서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제주에 선제골을 안겼다. 제주가 이대로 1-0 승리를 거두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인천의 투혼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교체 투입된 송시우가 후반 44분 마침내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흔히 말하는 ‘시우타임’이었다. 송시우는 케빈이 찔러준 공을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이어받아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용병술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하지만 인천의 기세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에 주어진 4분의 추가시간 중 3분이 흘렀을 무렵 케빈이 제주 측면 왼쪽에서 띄워준 공을 한 인천 선수가 솟구쳐 헤딩으로 연결했고 이 공은 그대로 제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대중이었다. 수비수지만 임시방편으로 최전방에 투입된 김대중이 데뷔 3년 만에 기록한 첫 골은 이렇게 인천의 극적인 승리를 이끈 귀중한 골이 됐다. 제주는 적지에서 잘 싸우고도 4분 동안 두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김대중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마치 대통령 선거 유세장이 된 듯했다.

9위. 2016년 11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0 VS 1 서울 (부제 : 사실상의 챔피언결정전)
전북의 독주로 시시하게 끝날 것 같던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 반전이 일어났다. 전북이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혐의로 승점 9점 삭감의 징계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32라운드까지 승점 68점으로 2위 서울에 무려 14점차로 여유 있게 앞서 있던 전북은 결국 리그 최종전에서 서울을 상대로 사실상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러야 했다. 리그 마지막 라운드가 펼쳐지기 전까지 전북과 서울은 승점 67점을 기록 중이었고 71골을 기록한 전북이 66득점의 서울에 다득점으로 앞서 있었다. 전북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서울은 적지에서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두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서울 황선홍 감독은 전반 37분 만에 윤승원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하는 모험을 걸었지만 경기는 0-0으로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역사적인 이 경기의 승패는 결국 한 순간에 갈리고 말았다. ‘해결사’ 박주영이 일을 낸 것이다. 박주영은 후반 13분 역습 상황에서 윤일록의 패스를 이어받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전북 골문을 흔들었다. 적지에서 뽑아낸 귀중한 골이었다. 이후 전북은 레오나르도 대신 이동국을 투입했고 조성환 대신 고무열을 넣는 등 총공세에 나섰지만 서울의 골문은 견고했다. 추가시간에 접어들자 전북은 골키퍼 권순태까지 공격에 가담하면서 우승을 위한 한 골을 노렸지만 마지막 기회에서 김형일이 날린 헤딩 슈팅이 서울 골대를 빗겨가면서 절망해야 했다. 결국 승부는 이렇게 1-0 서울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의 드라마가 완성된 것이다. 서울로서는 2012년 이후 4년 만의 우승이었다. 시즌 내내 압도적인 1위를 내달리던 전북은 이렇게 시즌 마지막 날 역전 우승을 허용하면서 2016 K리그 클래식 준우승 팀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8위. 2016년 9월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2 VS 2 수원삼성 (부제 : 용병술이 빛난 ‘인천극장’)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경기였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인천은 후반 들어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인천은 전반 20분 수원에 첫 골을 허용했다. 박세직의 패스를 이종성이 가로챈 뒤 조나탄에게 내줬고 조나탄이 때린 슈팅은 인천 수비수들을 맞고 골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골키퍼 조수혁이 손을 쓸 수 없는 공이었다. 수원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염기훈까지 투입하면서 공세를 이어나갔고 후반 36분 추가골을 터트렸다. 조나탄이 역습 상황에서 내준 공을 쇄도하던 염기훈이 왼발로 그대로 밀어 넣은 것이다. 사실상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후반 40분이 지날 때까지도 인천은 추격골을 뽑아내지 못했고 경기는 이대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인천은 김용환과 진성욱 등을 교체 투입하며 반격했지만 수원 골문은 답답할 정도로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의 투혼은 대단했다. 후반 42분 진성욱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김용환이 골키퍼 노동건을 살짝 넘기는 슈팅으로 첫 골을 뽑아내더니 이후 더 무섭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인천은 결국 후반 추가 시간에 다시 한 번 더 일을 냈다. 김대중의 긴 크로스를 케빈이 헤딩으로 떨궈주자 진성욱이 왼발 슈팅으로 수원의 골문을 연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동점이었다. 이 골이 들어가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인천 팬들은 열광했다. 0-2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도 대단했고 교체 투입한 두 명의 선수가 나란히 골을 기록할 정도로 이기형 감독대행의 용병술도 대단했다. ‘인천극장’은 이렇게 명승부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포기하지 않는 인천은 이렇게 다 졌던 경기를 무승부로 이끌어 내는 감동을 선사했다. 0-2로 끝날 줄 알고 미리 경기장을 뜬 관중은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경기다.

울산 멘디
멘디는 수원삼성과의 맞대결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기록했다. ⓒ울산현대

7위. 2016년 7월 2일 울산문수경기장
울산 2 VS 1 수원삼성 (부제 : 5분 만에 뒤집은 경기)
수원삼성은 사흘 전 열린 경기에 나서지 않은 선수 9명을 내보내며 울산현대를 상대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먼저 웃은 건 수원이었다. 수원은 전반 10분 만에 울산 정동호의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후반까지 계속 이어졌다. 울산은 수원의 거친 압박에 이렇다 할 기회도 만들지 못했고 결국 후반 17분 193cm의 장신 공격수 멘디를 투입했다. 수원 역시 2분 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조나탄을 교체 출전시키며 응수했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는 나지 않았고 수원이 1-0으로 앞선 채 경기가 끝날 것처럼 보였다. 울산 마스다가 후반 41분 날린 회심의 슈팅은 수원 골키퍼 양형모에게 걸렸고 후반 43분 김건웅까지 투입하며 울산의 공세는 계속됐지만 주심의 시계는 그렇게 90분을 넘기고 있었다. 대기심은 추가시간 5분을 선언했지만 허약한 공격력을 선보인 울산이, 그것도 5분 안에 골을 넣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때부터 만들어졌다. 90분 내내 침묵하던 울산이 득점에 성공한 건 후반 47분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코바가 올려준 공을 이재성이 높이 날아올라 헤딩으로 연결하면서 마침내 양형모가 지키는 수원 골문을 뚫어낸 것이다. 후반 종료 직전 연이어 골을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수원이 또 다시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준 것이었다. 하지만 수원의 악몽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추가시간도 거의 다 끝나가는 후반 49분 이 명승부를 마무리하는 거짓말 같은 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코바가 올려준 공을 장신의 멘디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고 그의 머리를 떠난 공은 손을 뻗친 양형모와 골문 사이의 아주 좁은 공간으로 파고 들어갔다. 90분 동안 뒤지고 있던 울산이 추가시간에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은 것이었다. 이 기가 막힌 역전골이 들어가자 수원의 한 어린 팬은 눈물을 터트렸고 울산 팬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잘가세요”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수원 팬들에게는 호러 영화보다도 더 잔인한 여름 밤이었을 것이다.

6위. 2016년 6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 3 VS 4 제주 (부제 : 8년 묵은 징크스를 털어내다)
제주는 유독 서울만 만나면 약해졌다. 2008년 5월 이후 8년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무 9패의 처참한 성적에 머물러 있었다. 제주 입장에서는 지난 6월 서울의 안방에서 열린 경기 역시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제주는 전반 41분 역습 상황에서 마르셀로가 올려준 공을 정영총이 헤딩으로 연결하며 달아났지만 후반 들어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제주는 후반 2분 만에 골키퍼를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을 기록한 고요한에게 첫 골을 내줬고 후반 11분에도 골키퍼를 맞고 흐른 공을 또 다시 고요한에게 내주며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산뜻하게 출발한 제주로서는 8년 동안 이어진 원정 무승 징크스의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서울은 후반 16분에는 다카하기의 패스를 받은 윤주태가 한 골을 더 보태며 완벽하게 달아났다. 제주로서는 적지에서 1-3의 점수차를 추격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더군다나 남은 시간도 20여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제주가 괴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후반 22분 김호남의 힐패스를 받은 마르셀로가 득점에 성공하며 한 골을 추격한 제주는 2분 뒤에는 정운의 크로스를 김호남이 헤딩으로 서울 골문에 꽂아 넣으며 순식간에 3-3 동점을 만들었다. 김호남은 골을 넣은 뒤 가슴에 손을 얹는 세리머니로 현충일의 의미를 기리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가 원정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골이 더 필요했고 이 8년 묵은 징크스는 마침내 권순형의 발에 의해 깨졌다. 후반 34분 김호남이 내준 공을 중원에 포진한 권순형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 공은 서울의 골망을 출렁였다. 골을 넣은 순간 권순형은 그라운드에 얼굴을 묻고 감격했다. 8년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 한 번도 서울을 제압하지 못했던 제주는 불과 12분 동안 세 골을 몰아치며 감격적인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한 ‘호남두’ 김호남은 “승리의 여운이 정말 많이 남아 새벽 3시까지 잠들지 못할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신없이 몰아친 경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5위. 2016년 11월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1 VS 0 수원FC (부제 : 축제의 현장)
인천은 간절했다.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야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 경기에서 큰 점수차로 승리하고 다른 경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수원FC였기 때문에 더 부담스러웠다. 더군다나 인천은 케빈과 진성욱 등이 나란히 경고누적으로 이번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적지 않았다. 이 자리를 벨코스키로 채웠지만 벨코스키는 최근 들어 경기에 나선 적이 없어 감각도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기형 감독대행은 주전 골키퍼 조수혁을 대신해 이태희를 투입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해 불안한 구석이 많았다. 전반이 시작하자 다득점이 필요한 수원FC가 공세를 이어갔다. 인천은 대승이 필요한 수원FC에 밀리면서 가까스로 0-0 동점을 기록한 채 전반전을 마친 것에 안도해야 했다.

하지만 극적인 골은 인천에서 나왔다. 후반 30분 권완규가 오른쪽 측면에서 땅볼로 연결한 공을 김용환이 밀어 넣으며 귀중한 골을 뽑아낸 것이다. 김용환의 이 골로 인천은 승리와 함께 K리그 클래식 잔류라는 극적인 역사를 썼다.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성남FC는 포항스틸러스에 0-1로 패하면서 결국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성남의 몫이 됐고 인천은 승점 45점을 기록하며 10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명장면은 이후부터였다. 극적인 승리 이후 인천의 잔류가 확정되자 경기장을 채운 수천여 명의 관중이 동시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내려와 축제를 즐긴 것이다. 팬들은 선수들을 헹가래하고 격하게 껴안으며 K리그 역사에 남을 명장면의 연출했다. 이후 프로축구연맹이 관중 난입으로 인천 구단에 제재금 500만 원의 징계를 내렸지만 팬들은 제재금 모금 운동을 벌이며 한 번 더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경기 내용과 분위기 모두 역사에 남기기에 충분했던 날이었다.

인천 김용환
인천은 마지막 라운드 수원FC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극적으로 리그에 잔류했다. ⓒ인천유나이티드

4위. 2016년 10월 2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3 VS 2 포항 (부제 : ‘잔류왕’의 무서운 뒷심)
인천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강등권인 1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도 패하면 사실상 강등이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상대는 ‘전통의 명문’ 포항이었다. 하지만 인천은 경기 초반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전반 9분 만에 김대경이 포항 골키퍼 김진영이 나온 걸 틈 타 머리로 공을 밀어 넣으면서 첫 골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포항도 전반 18분 롤리냐의 기가 막힌 오른발 프리킥으로 동점을 이뤘다. 그러자 인천이 다시 한 번 달아났다. 전반 42분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높이 뜬 공을 케빈이 시원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며 다시 한 번 포항 골문을 가른 것이다. 강등권에서 사력을 다한 인천은 이렇게 전반에 2-1로 포항을 앞섰다.

하지만 포항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19분 양동현이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시도한 슈팅이 수비수 몸에 맞고 흐르자 이를 라자르가 환상적인 발리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렇게 치열한 승부는 결국 2-2로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승점 1점보다는 승점3점이 필요했던 인천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었다. 포항 신광훈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한 인천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포항의 육탄방어도 이어졌다. 그렇게 5분이 주어졌던 추가시간까지 다 흐르고 인천은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다. 이대로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 영웅이 등장했다. 바로 인천 수비수 권완규였다. 김도혁이 올려준 공을 공격에 가담한 권완규가 살짝 방향을 바꾸는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를 포항 골키퍼 김진영이 막아내자 다시 한 번 투지를 발휘해 권완규가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권완규의 발끝을 떠난 공은 그대로 포항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등 위기에 놓였던 인천이 수원삼성을 제치고 리그 10위로 도약하던 순간이었다.

3위. 2016년 3월 12일 포항스틸야드
포항 3 VS 3 광주 (부제 : 정조국이 부활했다)
지난 3월 12일 열린 올 시즌 개막전에서 포항스틸러스의 상대는 광주FC였다. 많은 이들이 홈팀 포항의 우세를 예상한 경기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경기 분위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광주 정조국이 전반 16분 첫 골을 기록한 것이다. 정조국은 침투 패스를 이어 받아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이 공은 포항 골키퍼 신화용의 몸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올 시즌 리그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휩쓴 정조국의 첫 골이었다. 정조국의 활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20분 또 다시 정조국이 포효했다. 이으뜸이 왼쪽 측면에서 연결한 크로스를 정조국이 가볍게 왼발로 밀어 넣은 것이다. 정조국은 이렇게 개막전에서부터 완벽히 부활했고 광주는 적지에서 2-0으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하지만 4분 뒤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광주 이으뜸을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기 때문이다. 광주는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 20분 넘는 시간을 10명으로 싸워야 했다.

이때부터 포항의 공세가 시작되더니 마침내 후반 42분 포항의 추격골이 터졌다. 라자르의 패스를 이어 받은 양동현이 포항에서의 데뷔골을 뽑아낸 것이다. 포항의 반격은 매서웠다. 후반 45분 심동운이 다시 한 번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광주의 골문을 가르면서 극적인 2-2 동점을 만들더니 급기야 3분 뒤에는 역전이라는 거짓말 같은 드라마를 써낸 것이다. 라자르가 광주 오른쪽 측면에서 힘으로 밀고 들어가 땅볼로 연결한 공을 황지수가 방향만 바꾸는 골로 연결하며 경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뒤집혔다. 포항의 극적인 3-2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경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추가시간이 7분이나 흐르고 광주의 마지막 공격에서 포항 김대호가 광주 이종민을 밀치며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었다. 다 이긴 경기라고 생각했던 포항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페널티킥이었고 결국 광주 김정현은 이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극적인 3-3 무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이렇게 추가시간에만 무려 세 골이 터지는 명승부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포항스틸러스
광주FC와의 개막전에서 득점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포항 선수들의 모습. ⓒ포항스틸러스

2위. 2016년 4월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3 VS 2 성남 (부제 : ‘전북맨’ 김보경의 포효)
전북의 기세는 대단했다. 개막 이후 5경기에서 2승 3무를 기록하며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경기 상대 또한 만만치 않았다. 3승 2무를 기록 중인 성남FC가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초반 리그 순위 경쟁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전북이 전반 초반부터 성남을 강하게 압박했고 마침내 전반 13분 결실을 맺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장윤호가 로페즈에게 연결했고 로페즈는 오른발 슈팅으로 성남 골문을 흔들었다. 로페즈가 전북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첫 골이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성남의 공격도 위협적이었다. 후반 10분 티아고가 올린 크로스를 조재철이 방향만 바꿔 놓는 헤딩으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북이 응수했다. 장윤호를 빼고 레오나르도를 투입한 전북은 후반 24분 다시 달아났다. 레오나르도가 찬 프리킥이 성남 수비벽을 맞고 골로 연결된 것이다. 다시 2-1로 전북이 앞서나갔다.

그러자 성남도 박용지를 대신해 피투를 투입하며 대응했고 결국 피투는 투입 6분 만에 성남의 동점골을 도왔다. 피투는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공을 잡아 티아고에게 건넸고 티아고는 왼발 터닝슛을 터트리며 다시 한 번 동점에 성공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경기는 이렇게 2-2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됐다. 그런데 후반 종료가 가까운 41분 마침내 이 경기에 마침표를 찍는 선수가 등장했다. 김보경이었다. 레오나르도의 침투 패스를 받은 김보경은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으로 침투해 왼발 슈팅을 날렸고 이 공을 골키퍼 김동준이 손 쓸 틈도 없이 그대로 성남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골이 터지자 김보경은 그라운드에 그대로 미끄러지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전북은 이렇게 김보경의 전북 데뷔골에 힘입어 성남의 무패 행진에 제공을 걸면서 무패 행진을 더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전북의 투지도 대단했고 적지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한 성남의 자세에도 박수를 보낼 만한 멋진 경기였다. 김보경의 데뷔골이자 결승골에 전북 팬들은 아마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충성충성충성. 김보경 사랑합니다. 충성.”

수원 김병오
수원FC 김병오는 극적인 결승골로 수원더비의 주인공이 됐다. ⓒ수원FC

1위. 2016년 10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삼성 4 VS 5 수원FC (부제 : 역사에 남을 수원더비)
비가 내리는 10월 초,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두 개의 수원 팀이 있었다. 한 팀은 수원삼성이었고 또 다른 한 팀은 수원FC였다. ‘축구수도’에서 열리는 수원더비였다. 수원FC는 전반 4분 만에 권용현이 감각적인 슈팅으로 먼저 골을 뽑아냈지만 곧바로 조나탄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기세를 빼앗겼다. 조나탄은 전반 10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감각적인 슈팅으로 한 골을 기록했고 3분 뒤에는 골키퍼 이창근의 실수를 틈타 또 다시 한 골을 더 뽑아냈다. 이후 수원FC는 전반 35분 이승현이 골키퍼 노동건의 실수로 놓친 공을 침착하게 밀어 넣으면서 2-2 균형을 맞췄지만 결국 전반 막판 또 다시 한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비수 임하람이 걷어내려던 공이 그대로 수원FC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두 수원’은 전반에만 5골을 주고 받는 난타전을 펼쳤다. 하지만 수원FC는 후반 22분 다시 한 번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종국이 측면에서 올린 공을 브루스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수원삼성 골문을 흔든 것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수원FC의 공세는 더 이어졌다. 동점에 성공한 수원FC는 11분 뒤 이번에는 거짓말 같은 역전까지 일궈냈다. 김병오가 중앙을 돌파한 뒤 내준 공을 김민제가 강력하게 때려 넣으며 기막힌 역전을 만들었다. 노동건은 땅을 쳤다. 4-3으로 끝나도 충분히 명승부인 경기였다. 하지만 경기는 이때부터가 진짜였다. 총공세를 펼친 수원삼성이 후반 추가 시간에 천금 같은 동점골을 기록한 것이다. 권창훈의 패스를 받은 김종민이 골문 정면에서 때린 공은 그대로 수원FC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4-4였다. 경기는 이미 90분을 넘긴 상황이었고 이대로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이 ‘미친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수원FC 김병오는 주심의 시계가 96분을 가리키던 순간 속공 상황에서 왼쪽 측면을 침투한 뒤 날카로운 슈팅으로 다시 한 번 수원삼성 골문을 갈랐다. 기적과도 같은 5-4 승리였다. 수원FC는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이렇게 올 시즌 수원더비 첫 승을 따냈다.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는 이렇게 완성됐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냈고 명승부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싱겁게 끝날 것만 같았던 우승 판도도 흥미롭게 펼쳐졌고 잔류를 놓고 벌이는 경쟁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아마 오랜 시간이 흘러 훗날 과거를 되짚어 볼 때 우리가 2016년 K리그 클래식과 함께 했다는 사실은 무척 자랑스러울 것 같다. 이 멋진 드라마를 연출한 모든 K리그 클래식 선수들과 팬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올 시즌보다 더 화끈한 내년 시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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