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리어트] ‘가파른 성장’ CSL, 연간 보고서 속 명과 암

광저우헝다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중국 슈퍼리그(CSL)의 올 한 해는 어땠을까?

얼마 전 CSL이 연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올 시즌 CSL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유수 리그와 자신들의 수준을 비교하는 이 보고서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겠다는 그들의 야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하드웨어가 잘 갖춰졌지만 소프트웨어가 빈약한 리그가 바로 CSL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종 수치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CSL이 발표한 연간 보고서 중 주목할 만한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점점 올라가는 지표, 아직 CSL은 ‘성장세’

당분간 CSL의 가파른 성장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우리는 CSL의 성장을 보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리그’라 평했고 ‘중국의 버블 경제가 끝나면 CSL도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6 CSL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아직 이들은 한창 성장세인 것으로 보인다.

CSL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가 저작권료다. CSL 역시 이 점을 안다. 연간 보고서 첫 페이지부터 “저작권료 통산 8억 위안 시대를 열었다”고 호평했다. 특히 올해는 저작권료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무려 12.5배 상승했다. 2015년 8백만 위안에서 2016년 1억 위안(약 170억원)의 저작권 수입을 올렸다.

이적료 역시 천문학적 비용으로 증가했다. 올 시즌 CSL 구단의 이적료 총액은 전년 대비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해외 스타 플레이어 영입도 이적료 증가에 한몫 했지만 아직까지 내부 육성보다는 외부 영입을 중요하게 여기는 CSL의 풍토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내부 육성에 의존하다가 순식간에 강등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적료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선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뜻이다. 선수 연봉 역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6 CSL의 선수 평균 연봉은 약 5백만 위안(약 8억 5천만원)으로 집계됐다. K리그 클래식 평균 연봉(2015년)이 약 1억 7천만원이다. 한국의 5배 정도다. 앞서 언급한 해외 스타 플레이어의 영향도 있지만 자국 선수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선수의 몸값 역시 폭등한 탓도 크다.

세븐 시스터즈? ‘리그 1강’ 광저우 헝다

CSL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로 리그를 이끄는 7개의 팀을 일컬어 ‘세븐 시스터즈’라 부른다. 하지만 적어도 CSL 팬들에게는 세븐 시스터즈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오직 ‘리그 1강’ 만이 존재한다. 바로 광저우 헝다다.

이번 연간 보고서의 세부 항목, 특히 팬들과 관련된 항목을 살펴보면 단연 광저우의 압도적인 수치가 눈에 띈다. 광저우는 평균 관중 1위(44,859명, 좌석 점유율 80.1%)를 비롯해 SNS 영향력 1위 등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팀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저우 헝다 팬
광저우 헝다는 압도적인 팬층을 자랑한다 ⓒ 慕尼黑啤酒

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는 더욱 압도적이다. 팬들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팀을 물어봤다. 응답자 중 무려 43.62%가 광저우 헝다라고 답했다. CSL 전체 팬의 절반 가량이 광저우 헝다를 응원하는 셈이다. 광저우 헝다가 단순히 광저우 지역의 팀이 아니라 중국의 전국구 구단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중계 시청 수치에서도 증명된다. 올 시즌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한 경기 역시 광저우의 경기였다. 무려 719만명이 광저우와 옌벤 푸더의 경기를 시청했다.

흥미롭게도 팬들의 거주 지역을 조사해보면 이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전체 팬들 중 광동성 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4%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29%의 팬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일까? 주로 명문 구단이 존재하지 않는 곳의 팬들로 추측된다. 베이징, 상하이 등의 팬 비율과 거주자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볼 때 거주 지역에 대해 ‘기타’ 항목에 응답한 39%의 팬들 중 대부분이 광저우 팬일 것으로 보인다.

CSL의 고민, ‘팬들의 충성도를 높여라’

대체적으로 CSL의 연간 보고서는 장밋빛 미래로 가득하다. 모든 지표가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긍정적인 지표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CSL의 고민이 드러난다. 아직까지 팬들의 충성심이 리그의 성장세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 시즌 CSL의 평균 관중은 24,169명으로 세계 5위다. 유럽 명문 리그와 관중 수만 놓고 보면 어깨를 나란히 한다. 문제는 이들의 속내다. CSL의 팬들은 팀에 대한 헌신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적극적인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은 CSL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팬들이 헌신도 또는 충성심을 어떻게 나타낼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구단의 상품을 사거나 홈 경기 출석 등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 보편적이다. 또한 지인들이나 가족들을 경기장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CSL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정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먼저 CSL 경기를 찾는 팬들에게 “당신은 경기장에 누구와 함께 오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혼자 온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59.88%). 이는 CSL이 ‘함께 보는’ 스포츠가 아니라 ‘혼자 즐기는’ 관람 스포츠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관중의 증가 요인들을 생각해보면 이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CSL 물품 구매
1/3이 구단 물품을 사본 적이 없다는 것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 소후닷컴 캡쳐

상품 구매 역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전체 팬의 1/3 가량이 ‘구단 물품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들이 경기장에 방문하고 나서 집에 돌아올 때 손에 쥐고 있는 기념품은 티켓 한 장뿐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구단에서 무료로 물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굳이 지갑을 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짜 티켓, 공짜 물품은 충성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물론 이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점차 지인들과 함께 경기를 보고 자신의 지갑을 열어서 물품을 사기 시작한다면 또다른 성장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충성도가 낮다는 것은 현재 CSL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일 것이다.

wisdragon@sports-g.com

[사진 = 광저우 헝다 ⓒ 광저우 헝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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