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연고이전, 해체 등 구단의 존폐가 걸린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참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게 된다. 구단의 구성원도 마찬가지지만 팬들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성명서나 반대운동 등 적극적으로 구단의 운명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많다.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고양 자이크로FC가 올 시즌을 끝으로 K리그 챌린지에서 탈퇴하려고 한다. K리그 챌린지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겪게 되는 '팀 탈퇴'라는 비극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내가 가장 의아했던 것은 '팬들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충격적인 소식을 받아든 팬들이 아직까지 어떠한 이야기도 없다는 것이 하나의 의문으로 다가왔다. 그저 '그들 역시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라는 나만의 생각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 SNS에 고양 팬들의 심경을 담은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제대로 된 성명서도 아니었고 그저 그들의 생각을 길게 풀어낸 글이었다. 하지만 글을 본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래서 무작정 연락했다. "한 번 만나봅시다".

사실 인터뷰를 약속한 장소에 들어섰을 때 '많아야 두어명 오겠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을 빗나갔다. 이를 훨씬 상회하는 인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답답했던 것이다. 어디에 가서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뭐라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그들을 밖으로 끌어냈을 것이다. 심지어 이 인터뷰 한 번을 위해 대구에서 온 팬도 있었다.

지금부터 일산 모처에서 만나 진행한 고양 서포터즈 '알타이르'와의 인터뷰를 소개하려고 한다. 2시간 30분 가량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면 관계 상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을 골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그동안 하지 못하고 속으로 앓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줬으면 하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바람이다.

만나서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다들 직장인이거나 학생이니 자기 삶을 살면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많이 힘들다. 팀이 없어지니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허전하다. 몇 년의 세월 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팀 아닌가. 벌써부터 '내년부터는 주말에 뭐하지…' 하면서 멍해진다.

일단 K리그 챌린지 탈퇴 소식이 들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자. 당신들 역시 모르고 있었나?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는 잘 믿지도 않았다. 2013년 고양hiFC가 생긴 이후 팀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거의 매년 흘러나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항상 있었던 연례행사가 올해도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정말로 K리그 챌린지에서 탈퇴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우리는 이영무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어찌됐건 이야기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이영무 이사장과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했나? 이영무 이사장이 이미 탈퇴 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황에서 변할 수 있는 게 있었나?

우리와의 면담에서 이 이사장은 프로축구연맹을 탈퇴의 원인으로 꼽았다. 지속적으로 구단에 연맹에서 탈퇴하라고 압박했고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해 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재정이 어려워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이 이사장은 우리에게 '35억이 있으면 구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확실하게 구단을 살릴 수 있다는 확답은 아니었지만 우리에게 하나의 방법, 또는 여지를 준 것이라고 봤다.

면담 이후 모임 내부에서 다각도로 고민했다. 구단을 살리려면 두 가지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첫째로 구단에게 탈퇴를 종용한 연맹에 대한 압박, 둘째로 재정난 해결을 위한 35억 원 확보였다. 그래서 연맹에 대한 이야기는 이슈화를 시키기 위해 여러 언론사와 접촉했고 재정난 해결을 위해서는 작게나마 모금운동을 통해 재정난 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당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즌 종료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당신들이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

맞다. 이것도 이유가 있다. 여러 언론사와 접촉한 끝에 '정말로 연맹이 구단에 압박을 가한 증거가 있다면 보도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이사장 측에 전화를 했더니 그의 아내가 받았다. 사정을 설명하고 관련한 공문이나 문서 자료가 있다면 넘겨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내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있어라?

그렇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움직이면 연맹이 도와주지 않아 구단은 살아날 수 없고 선수들 역시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는 그저 축구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축구계의 생리는 하나도 알지 못한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정말로 움직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팀을 위해 뛰어준 선수들이 다친다는 말은 우리에게 굉장히 무섭게 들렸다.

"선수들이 다친다". 도대체 어떻게 다친다는 것이었을까? 아직도 의문으로 남는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우리를 속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양을 쫓아내려고 한다는 연맹은 오히려 횡령에 관한 부분을 해결하라며 아직 구단의 탈퇴를 승인하지 않았고 다친다는 선수들은 이미 계약이 종료되어 팀을 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리그 탈퇴의 원인이 전적으로 연맹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연맹의 책임 역시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그 동안 구단을 너무 믿고 있었다'는 후회가 든다.

바깥에서는 구단과 이 이사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내부에서는 이 이사장이 구단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과 면담했을 때 구단을 위해 새로운 이사장을 추대하려고 했고 여러 후원도 유치해 성사 단계 직전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 탈퇴를 선언할 때까지 구단의 이사장은 바뀌지 않았고 새로운 후원 유치 소식도 없었다.

이사장 측의 설명은 횡령 사건이 모든 것을 올스톱 시켰다는 것이었다. 그 횡령 사건이 구단 이미지에 굉장히 악영향을 끼쳤고 예정되어 있던 것들이 다 취소되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 아닌가?

게다가 이사장 측은 구단의 재정이 흔들리게 된 원인으로 또다시 연맹을 꼽았다. 연맹이 고양 구단 운영을 맡았을 당시 방만한 운영을 하는 바람에 구단 살림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연맹과 직접적인 소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구단이 계속 그렇게 주장하면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은 내 생각은 '너무 순진하고 몰랐던 것 아닐까'다.

우리가 잘 몰랐다는 부분을 인정한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축구가 좋아서 모였다. 취미 생활을 하면서 축구계의 생리를 파악해야 하거나 일종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구단을 더 열심히 응원하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 좀 더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인 분위기가 우리 모임의 특징이다. 그래서 구단과 싸우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성적도 좋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지 구단에 대해 적개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내 팀이고 우리의 팀이니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 모임의 내부에서 그런 방향을 제시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서포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의견을 우리에게 제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알지 않는가. 우리 팀, 그리고 우리 팬들이 K리그 팬들 사이에서 굉장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런 분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물어보겠다. 최근 SNS를 통해 심경을 담은 글을 봤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간단하게 물어보겠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가능하다면 팀을 살려서 내년에도 K리그 챌린지에서 볼 수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이영무 이사장이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내가 볼 때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얘기다.

그렇다. 우리들의 희망사항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 시민구단 창단, 구단 인수 등 고양 축구팀이 K리그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것들을 열어놓고 우리 또한 움직이겠다. 지켜봐달라. 그리고 아무런 힘이 없는 우리들을 도와달라.

이들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자 고양 자이크로를 둘러싼 여러가지 상황이 이해가 되는 것도 있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의혹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내 머릿속에는 이 한 마디가 맴돌았다. "가만히 있어라".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우리는 몇 년 전 이 한 마디가 얼마나 크나큰 비극을 불러왔는지 잘 알고 있다. 고양의 팬들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팀을 잃은 슬픔을 외로이 견뎌야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들은 내게 물어봤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거의 없었다. 그저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미 고양 자이크로의 운명은 구단 수뇌부와 연맹의 손에 달렸고 팬들이 원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K리그는 분명 발전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계와 승강제를 염원하던 K리그는 이제 그 다음을 논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K리그 팬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팬들이 구단의 생존을 고민하고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다시 예전처럼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응원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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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양 자이크로 ⓒ 고양 자이크로 서포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