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안녕하세요 이재명 시장님, 아니 구단주님.

참 안타까운 마음으로 편지를 써봅니다. 성남FC의 2016 시즌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구단주님의 구단은 강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아도 상심하고 계실 것 같은 구단주님께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시민구단 인수 이후 3년의 시간 동안 구단주님은 어떠하셨는지요? K리그 최다 우승팀인 성남 일화가 시민구단으로 전환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성남 일화를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전환 한다는 결단을 내린 이후 저는 구단주님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수많은 시민구단 구단주(지자체장)들 중 유일하게 "나는 성남FC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 축구단이 잘 되면 나 역시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이다"라며 호기롭게 포부를 밝혔을 때는 묘한 매력마저 느꼈습니다.

정말로 구단주님은 그렇게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가실 정도로 대립각도 세웠고 팬들로부터 '축알못' 소리도 많이 들으셨지만 축구 공부 열심히 하신 것 같았습니다. 잘 운영하려고 노력하니 성남FC도 잘 나갔습니다. 2014년 FA컵 우승, 2015시즌 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등 시민구단 성남FC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고 그 역사를 추억할 때면 항상 구단주님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이것이 옳은 일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구단주님의 열정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성남시청 제공

하지만 좋은 순간도 있다면 나쁜 순간도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성남은 결국 올해 강등 당했습니다. 올 시즌은 정말 다사다난했습니다. ACL 진출 후보를 넘어 우승 후보까지 거론되던 성남은 시즌 중반이 되자 급격히 부진했고 김학범 감독이 자진사퇴하고 구상범 감독대행마저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등이라는 결과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단주님도 보시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구단주님이 강등의 원흉이라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구단주님은 평소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란 원칙을 고수하셨죠. 그저 구단주님은 SNS를 통해 성남FC에 대해 이야기하시고 고생하는 선수단을 위해 고기 한 번 더 사주시는 것이 당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1차적인 책임은 구단 사무국과 선수단에게 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강등의 원흉은 아니지만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구단주님에게 있어서 '강등'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11월 1일부터 20일의 기간 동안 구단주님이 그렇게 애용하시는 트위터에는 성남FC에 관련된 글이 딱 두 개 올라왔습니다. 하나는 '시민구단 성남FC 격려 부탁'이라며 "부상과 불운이 겹쳐 승강PO에 나간 선수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있다. 격려 응원 부탁한다"란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남형 축구 공정, 동아프리카로 뻗어 나간다'라는 기사를 올리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승강PO에 관한 글은 딱 한 개에 불과했습니다. 구단주님이 승강PO의 중요성을 굉장히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그런 소리 하면 '축알못' 소리 들어요"라고 날린 일침처럼 단순히 구단주님이 '축알못'이라서 그랬다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구단주님은 적어도 정치인 중에서는 '축잘알'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4 시즌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구단주님 본인도 몸부림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분이 이번 승강PO에는 침묵으로 일관하시니 실망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지 구단주님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구단의 운명이 걸린 승강PO 역시 오시지 않았습니다. 구단이 침몰하고 있는 순간에 구단주님은 현 시국을 걱정하며 다른 지역에 강연 중이셨습니다. 결국 구단은 강등을 당했죠. 그리고 20일 구단주님의 트위터에는 강등을 당한 치욕적인 날임에도 불구하고 '축구', '강등'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옳은 일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구단주님의 열정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성남시청 제공

물론 현 시국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 축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K리그도 결국 대한민국이 있어야 운영되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대선주자 지지율이 10% 안팎이니 지금 구단주님의 모습은 '시장 이재명', '구단주 이재명'보다는 '대선주자 이재명'의 느낌이 강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성남FC와 성남의 팬들은 구단주님의 자식과도 같습니다. 지금 구단주님의 모습은 자식들을 버린 것 같습니다. 개인의 정치적 야망이 앞서는 바람에 자식들을 내팽개친 것 같다는 느낌은 과연 저만 드는 것일까요? 구단주님은 가장과도 같습니다. 잘못된 길을 걷고 고통받는 자식들을 보듬어야 할 중대한 상황에 가장이 가정을 버린다면 그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백 번 양보해서 승강PO에 참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구단주님은 20일 경기장에 있었던 수많은 성남 팬들과 성남 시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트위터에 위로의 한 마디, 또는 승강PO 전에 성남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촉구하는 코멘트 하나만 남겼어도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단주님은 이렇게 항변하실 수도 있습니다. "구단주는 단지 명예직일 뿐이다. 올 시즌 나는 성남FC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현재는 성남시장과 정치인으로서 우선순위에 있는 일을 먼저 할 뿐이다". 맞습니다. 구단주님은 올 시즌 수원FC와 깃발더비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현재 시국은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성남FC는 침몰하며 죽어가고 있었고 구단주님은 손을 내밀어주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이것 하나는 알고 있습니다.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축구단이 잘 운영되고 좋은 성적을 거둘 때는 시정의 일환으로 아낌없이 홍보하시고 개인의 정치 활동에도 많이 이용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구단주님의 지론에 따라 이것이 잘못됐다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마무리입니다. 강등이라는 아픔에 구단주님은 무엇을 하셨나요? '성남FC가 잘 되어야 나 역시 정치적인 이득을 본다'는 구단주님의 말과는 반대로 성남FC는 강등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고 이것은 구단주님에게 분명히 정치적인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것이 옳은 일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구단주님의 열정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성남시청 제공

과거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저는 성남에 거주한 바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성남시를 운영하는 시장님은 다름아닌 이재명 시장님이었습니다. 그 세월 동안 시장님의 행정을 보며 굉장히 좋은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성남을 떠난 이후에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우리나라가 좀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님. 제가 틀린 것 같습니다. '다른 시·도민구단 구단주와는 다르다'고 생각한 제가 틀린 것 같습니다. '오직 구단을 생각하는 구단주이기 때문에 오직 시와 나라 만을 생각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저의 굳은 신념이 틀린 것 같습니다. '대를 위하지만 소 역시도 챙길 것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성남FC의 강등을 보면서 결국 시장님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어 저 역시도 자괴감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부탁 드립니다. '시민구단의 모범이 되겠다'던 시장님의 말처럼 성남FC가 내년 시즌 다시 한 번 좋은 모범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ACL 진출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승격 과정에서, 그리고 구단 운영 과정에서 지금보다 훨씬 매끄럽고 투명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늦더라도 꼭 시민들과 팬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기 바랍니다. 강등의 아픔으로 울부짖는 팬들 사이에서 "도대체 우리 구단주는 뭐하고 있는 거야"라고 외치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지지하던 시민들과 팬들이 이제는 실망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들을 위로해줘야 합니다.

저는 조금 더 당신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한 명의 시민이자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부디 내년 이맘때 제가 다시 한 번 '이재명 시장님, 제가 또 틀렸습니다'란 제목으로 올해 이런 편지를 띄운 제 자신을 원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내년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뵙겠습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