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과도하게 늘어난 추가시간으로 팬들은 가슴 졸여야 했다. ⓒ수원블루윙즈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K리그의 가장 소중한 손님인 팬들이 한 순간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전락했다.

8일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 시상식은 한 가지 변화한 것이 있었다. 바로 몇 년 간 꾸준히 시상식의 뒷자리에서 얼굴을 비추던 팬들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시상식장이 협소해 팬들을 초청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연맹은 과거 K리그 대상 시상식에 팬들을 초청한 적이 있다. 당시 장소 역시 이번 시상식 장소와 똑같은 그랜드 힐튼 서울이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미디어의 관심이 늘어났고 구단 수도 늘어났기 때문에 많은 팬들을 수용하기 어려워졌을 수 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 '장소가 협소하다'는 말로는 팬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전북 매수 사태 등과 관련해 팬들이 돌발 행동을 일으킬까봐 초청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합당한 이유를 통해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연맹의 분명한 실책으로 보인다. 지금도 많은 K리그 팬들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무엇보다 '팬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되는 불변의 진리와도 같다. 팬이 원하는 것, 팬이 바라는 것을 구현해야만 제대로 된 프로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다. 하나의 서비스 산업인 프로 스포츠가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팬들 자신이 '굳이 참석해야 하는 행사인가?'라고 생각한다면 K리그 대상에 굳이 초청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K리그 대상 시상식은 많은 팬들이 함께하고 싶은 행사다. 자신의 팀 선수가 수상할 때 함께 기뻐하고 격려해주고 싶어하는 것이 팬들의 마음이다. 팬들에게 있어서 K리그 대상은 결코 가벼운 행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올 해 팬들은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없었다.

K리그의 이번 결정은 팬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애초에 팬을 초청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팬들을 K리그 시상식에 초청했기에 더욱 아쉽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행사에 K리그의 핵심인 팬들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허전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트와이스가 와도 시상식의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팬들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는 너무나도 다사다난했다. 심판 매수 사건을 시작으로 임금 체불, 감독 돌려막기, 고양의 아마추어 전환 선언 등 악재가 잇따라 발생했다. K리그 대상 시상식은 고생했던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함께 고생했다고 웃으며 마무리하는 좋은 자리에 K리그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팬'은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팬들의 자조적인 푸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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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리그 팬 ⓒ 주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