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오늘 칼럼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성남FC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메가톤급 충격이다. 성남FC가 승강 플레이오프(승강PO)에 나가야 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성남은 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0-1로 패배, 11위를 확정지었다. 우승 후보 중 하나이자 강력한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후보였던 성남의 하락세에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김학범 감독이 구단에 계속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저 가정일 뿐이다. 이번 칼럼에서 김학범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과거 내가 쓴 칼럼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가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성남이 승강 PO까지 가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조성룡의 팩트리어트] '하위 스플릿' 성남,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33라운드가 종료됐을 때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성남이 강등 위기에 빠진다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팬들은 상위 스플릿에 오르지 못하고 ACL 진출이 좌절됐다는 사실에 좌절했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다고 했지만 성남의 승점은 꽤 여유있는 편이었고, 1승 이상을 할 경우 강등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성남이 그 1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성남이 거둔 성적은 2무 3패였다. 승점 3점도 따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 동안 포항, 광주, 수원이 성남을 따라 잡았고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인천 마저 성남을 추월하며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스플릿 라운드만 놓고 봤을 때 가장 부진했던 팀이 바로 성남이었다. 유일한 무승 팀이기도 하다. 상위 스플릿 진출에 실패했다는 칼럼을 쓴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강등을 논하고 있다. 도대체 다섯 경기 동안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안보이는 외국인 선수들, 안보이는 공격 실마리

김학범 감독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조금만 하겠다. 올 시즌 김학범 감독이 자진사퇴하기 직전 가장 많이 받았던 지적 중 하나는 '경기력이 부진한 선수를 계속 기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 감독대행이 현재 받고 있는 지적은 정반대다. '경기력이 좋아 보이는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남 팬들이 가장 그리워한 선수는 피투와 실빙요일 것이다. 둘 다 외국인 선수다. 스플릿 라운드 기간 동안 이 두 선수의 출전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일부 팬들은 구 감독대행을 가리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극단적인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물론 구 감독대행이 정말로 인종차별주의자일 리도 없고 그들의 출전시간이 줄어든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성남의 중원을 먹여살렸던 피투 ⓒ 성남FC 제공

하지만 현재 성남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바로 외국인 선수들이다. 스플릿 라운드 5경기 동안 성남이 기록한 필드골은 '0'이다. 수원FC전 김두현의 페널티킥 골이 없었다면 무득점을 기록할 뻔 했다. 특히 광주전과 인천전(모두 0-0)은 골이 없어서 승점 3점을 놓친 경기다.

피투와 실빙요는 고군분투하며 시즌 후반기 성남의 공격진을 이끌었다. 공격 포인트는 많지 않지만 그들이 상대 진영에서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없는 현재 성남의 공격진은 골도 없고 위협적이지도 않다. 황의조는 냉정하게 더 이상 성남의 에이스가 아니고 성봉재와 김현은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무게감이 너무나 가볍다. 하지만 이 둘을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안일한 플레이, 그리고 안일한 수뇌부의 판단

성남의 스플릿 라운드를 뒤돌아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매 경기마다 승리를 거두지 못하지만 항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지막 경기인 포항전도 그랬다. 비기기만 해도 잔류에 성공하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유리한 입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 사퇴 직전부터 꾸준히 발견된 모습이지만 경기장에서 성남 선수들의 투지를 보는 것은 이제 힘들어졌다. 계속해서 성남의 경기를 찾아간 한 팬은 "경기가 끝나고 성남 선수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의 사람들은 '선수들이 100% 다 쏟아내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성남의 문제점으로 '안일함'을 꼽는다.

맞는 말이다. 성남의 입장에서는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일 수도 있다. 계속해서 유리한 입장에 서다보니 '설마 5경기 중에 1승도 못하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았다는 것이 문제다.

차라리 안일함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전개됐다면 다행이다. 단순히 정신력이 문제라면 얼마든지 수습하면 된다. 하지만 포항과의 마지막 경기까지 성남의 모습은 단순히 안일함으로 말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성남은 무기력했고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라 말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안일했던 것은 구단의 수뇌부였다. 김학범 감독의 사퇴 이후 플랜이 없었다. 인천, 수원FC 등 강등권 팀들은 선수들의 승리수당을 대폭 인상하며 잔류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성남은 잔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싶다. 감독 거취 결정, 선수단 지원 등 잔류를 위해 취한 액션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성남의 수뇌부가 '올 시즌 잔류는 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것 아닐까?

'하락세' 성남, 정말로 강등 위기다

과거 열렸던 승강PO는 모두 K리그 챌린지 소속 팀이 이기며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2013년 상주를 시작으로 광주, 수원이 승강PO의 혜택을 쏠쏠하게 맛봤다. 이번 승강PO는 K리그 역사상 네 번째가 된다.

사실 '올 시즌에는 처음으로 클래식 팀이 잔류하지 않을까'란 기대감을 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등권 팀들이 마지막까지 분전하며 기세를 올렸기 때문이다. 인천은 수원 삼성을 만나기 전까지 8경기 무패 행진 중이었고 수원FC 역시 마지막까지 투지를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승강PO에서 클래식 팀들이 잔류에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로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이미 몇 경기 전부터 하향세를 타던 팀이 결국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하고 승강 PO에서 패배하는 일이 반복됐다. 승강PO는 그저 죽어가는 팀에 최종적으로 결정타를 날리는 하나의 이벤트였다.

따라서 시즌 막판 두 팀의 상승세를 보며 역사상 최초로 잔류의 역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생존왕'이라는 인천이 승강PO에 진출할 경우 그 가능성은 더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승강 PO 진출팀은 인천도 수원도 아닌 성남이기 때문이었다.

성남의 중원을 먹여살렸던 피투 ⓒ 성남FC 제공

현재 성남의 모습은 과거 승강PO로 인해 강등 당했던 팀들의 모습과 대단히 유사하다. 무승 기록은 길어지고 있고 선수들의 투지는 실종됐다. 심지어 팬들이 "너희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은 우리는 어떻게 하냐"고 울부짖는 모습마저도 똑같다. 누군가 내게 "성남이 잔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잔류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때 1위를 다투던 성남은 어느새 11위까지 미끄러졌다. 과거 K리그 역사 상 한 시즌 안에 이렇게 순위가 급격히 내려간 사례가 있었나 궁금할 정도다. 성남의 올 시즌 순위는 일화 축구단의 역사를 포함해서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성적이다. 과거 2012 시즌 12위를 기록한 적 있지만 그 때는 승강제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생존의 절박함은 없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승강PO다. 이 두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상대는 부산과 부천을 격파하며 상승세를 탄 강원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반전이 존재하지 않는 한 성남이 강원을 손쉽게 이길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성남은 쉽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팀이기도 하다. 시민구단 전환 후 FA컵 우승도, ACL 16강전 광저우 헝다와의 경기도 성남이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과연 성남이 K리그 역사상 첫 승강PO 잔류의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wisdragon@sports-g.com

[사진 = 성남 황의조 ⓒ 성남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