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진성욱은 최종 라운드에 경고누적으로나설 수 없지만 그의 영향력은 마지막 경기에까지 끼칠 것이다. ⓒ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만약 톰 밀러가 이청용에게 거친 태클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이청용이 부상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대표팀이 패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조광래 감독도 대표팀에서 잘리지 않았을 테고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떠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전북이 흥겹게 실점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다. 이청용의 결장으로 축구 인기가 줄지 않았으면 이화여대가 승마 특기생 대신 축구 특기생을 선발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정유라가 이대에 입학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톰 밀러의 태클 한 번이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났다.

작은 사건 하나가 미래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걸 ‘나비효과’라고 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날개를 한 번 퍼덕인 것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또 이 영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돼 긴 시간이 흐른 후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예에 빗댄 표현이다. 어제(2일) 일제히 열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잔류를 놓고 싸우는 팀들의 관계가 대단히 복잡해졌고 이에 따른 경우의 수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 다가올 토요일(5일) 최종전에 대한 예측보다는 어제 경기에서 나온 작은 사건 하나를 주목하고 싶다. 만약 이 골이 없었다면 우리가 미래에 접할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진성욱의 나비효과’다. 작은 사건이지만 그가 기록한 골로 어떤 팀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지옥에서 천당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승패에 영향 없던 진성욱의 두 번째 골

내가 주목하는 건 어제 수원삼성과 인천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40분 터진 진성욱의 두 번째 골이다. 진성욱은 후반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잘라 먹는 헤딩 골로 수원 골문을 갈랐지만 이 골이 승패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1-3으로 뒤지고 있던 인천은 이 골로 2-3까지 따라갔지만 결국 동점골을 넣는데 실패해 패하고 말았다. 이 결과로 인해 수원삼성은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고 인천은 여전히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그 누구도 1-3이나 2-3이나 인천이 패했다는 사실만 주목할 뿐 진성욱이 터트린 두 번째 골의 가치를 아직 높이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다들 승점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주목 받지 못하는 골이 결국 마지막 라운드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치가 떨어져 보이던 한 골이 얼마나 귀중한 골이 될지는 이번 라운드가 끝나고는 알 수 없다. 다음 라운드를 주목해야 한다.

7위 수원삼성과 8위 광주FC는 잔류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9위 성남FC와 10위 포항스틸러스, 11위 인천유나이티드, 12위 수원FC는 다들 강등에 벌벌 떤다. 그런데 마지막 라운드 맞대결은 더 흥미롭다. 포항과 성남이 맞붙고 인천과 수원FC가 격돌한다. 여러 복잡한 경우의 수가 있지만 그래도 유리한 건 성남이다. 포항과 마찬가지로 승점 43점을 기록 중인 성남은 다득점에서 멀찌감치 앞서있다. 올 시즌 프로축구연맹은 골득실보다 다득점을 우선시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47골을 넣은 성남이 42골에 불과한 포항보다 크게 앞서 있다. 성남은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사실상 잔류를 확정짓는다. 반대로 포항은 성남을 이기지 못하면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위 인천(승점 42점)에 승점에서 단 1점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수원FC전은 더 중요하다. 승점 39점의 수원FC는 무조건 인천을 잡아야 다이렉트 강등을 면하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건 바로 수원삼성전 진성욱의 골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가 있었는지 여부다. 42득점한 인천은 40득점한 수원FC에 다득점에서 2점을 앞서 있다. 반대로 말해 수원FC는 인천을 상대로 이기더라도 세 골 차로 이겨야 한다. 한 골을 먹으면 네 골을 넣어야 하고 두 골을 먹으면 다섯 골을 넣어야 한다. 인천이 진성욱과 케빈의 경고누적 결장으로 공격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수원FC 입장에서는 인천에 3-0과 같은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는 건 대단한 부담이다. 그런데 만약 진성욱의 이 골이 없었더라면 수원FC는 세 골차가 아니라 두 골차 승리만 거뒀어도 순위를 뒤집고 다이렉트 강등을 면할 수 있었다. 이 골로 인해 수원FC는 인천전에서 대단히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수원FC는 과연 세 골차 이상의 승리라는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수원FC

진성욱의 골이 끼칠 영향, 클 수도 있다

만약 포항이 성남에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승강 플레이오프 탈출 싸움에서 진성욱의 골이 가진 가치는 더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10위는 리그 잔류에 성공하고 11위는 K리그 챌린지에서 올라온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인천은 진성욱의 그 추격골로 포항과 다득점에서 42점 동점이 됐다. 골득실에서는 포항이 -4점이고 인천은 -9점인데 이 모든 악조건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만약 진성욱이 수원삼성전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경기를 1-3으로 마쳤다면 득점에서 41점으로 잔류 싸움에서 포항에 대단히 불리한 자리에 놓였을 것이다. 하지만 인천은 수원FC와의 최종전에서 득점을 하고 비기면 포항이 성남에 패했을 때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런데 만약 진성욱의 그 골이 없었더라면 똑같은 상황에서도 인천이 다득점에서 포항에 밀려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반대로 포항 입장에서는 인천이 수원삼성과의 경기 후반 종료 5분 전에 기록한 이 진성욱의 골이 대단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포항은 승점에서는 인천에 1점 앞서 있고 골득실에서도 멀찌감치 여유가 있지만 다득점에서 동률이 돼 버린 게 엄청난 부담이다. 자칫하면 마지막 라운드에서 어영부영 다득점을 따져 11위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천은 자칫하면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털고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수원FC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세 골차는 쉽지 않지만 진성욱과 케빈이 경고누적으로 빠진 상황에서 두 골차 패배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수원삼성과의 경기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골이지만 진성욱의 이 골은 분명히 마지막 라운드가 끝났을 때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제 여섯 경기에서 펼쳐진 수 많은 장면 중 바로 이 의미가 덜해 보이는 한 골에 대해 집중 분석하는 것이다.

모든 게 마지막 라운드에서 결정된다. 마지막 라운드는 실시간으로 다른 경기장 진행 상황을 따져가면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차라리 ‘전북이 안 지면 우승, 서울이 이기면 우승’이라는 단순한 공식이었으면 편했을 텐데 잔류 경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더욱 복잡하다. 그래서 더 다득점을 위한 이번 라운드의 골이 중요했고 나는 진성욱의 두 번째 골에서 ‘나비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봤다. 과연 승패에는 영향이 없었던 이 골이 오는 토요일 어떤 효과를 낳게 될까. 이 골 하나로 누군가는 마지막 라운드 90분 경기가 끝난 뒤 주판알을 튕기다 땅을 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환호할 수도 있다. 톰 밀러의 태클이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것처럼 과연 진성욱의 이 잔잔한 골은 사흘 뒤 증폭돼 어딘가를 강타하는 허리케인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덜 주목하는 이 한 골에 K리그의 역사가 바뀔 수도 있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