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4년 만의 클래식 승격, 하지만 뭔가 허전함은 남아있었다.

40라운드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 웃은 것은 대구FC였다. 대구는 30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승리, 승점 3점을 획득하며 내년 시즌 1부리그 승격을 확정지었다.

이날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대구는 환호했다. 지난해의 한까지 한 번에 풀어버린 짜릿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승격을 자축하고 있을 때 뭔가 한 가지 허전한 것이 있었다. 바로 트로피였다. 그들은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했지만, 자동 승격팀에게 항상 주어지던 K리그 챌린지 트로피가 없었다. 안산 무궁화가 1위를 차지해 트로피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겠지만 안산은 올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해도 승격할 수 없다. 무궁화 축구단은 아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고 안산은 새로운 구단을 창단한다. 두 팀 다 자동 승격권을 부여하기 애매한 상황이다. 따라서 연맹은 두 팀 모두 자동 승격권을 부여하지 않고 차순위부터 승격권과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교통 정리를 했다.

이러한 상황 덕분에 K리그 챌린지 트로피와 승격권은 별개의 것이 됐다. 상황에 따라 대구가 우승 트로피까지 차지할 가능성 또한 있었으나 결국 트로피와 승격권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했다.

대구의 입장에서는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K리그 챌린지 최종 라운드가 종료되고 나서 대구는 19승 13무 8패(승점 70)를 기록했다. 안산은 21승 7무 12패(승점 70)를 기록했다. 두 팀의 승점은 똑같았다. 단지 그 다음 순위 산정 방식에서 차이가 났을 뿐이다.

2년 연속 '득점' 때문에 아쉬움 삼킨 대구

지난 시즌 대구는 단 한 골이 부족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시 상주 상무와 1위 경쟁을 하던 대구는 리그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상주와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다(승점 67). 심지어 골득실까지 똑같았다(+20). 하지만 다득점에서 10골 이상 차이가 나는 바람에 2위로 밀려났고, 자동 승격권을 놓쳤다.

40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딱 한 골만 더 넣었다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상주의 돌풍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상주가 다득점에서 10골을 앞선다고 하지만 2015 시즌까지 다득점보다 골득실이 우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 시즌 연맹은 규정을 바꿨다. 골득실이 아닌 다득점을 우선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대구는 이 규정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안산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만일 안산이 자동 승격권을 가져갈 수 있었다면 대구는 2년 연속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승격하지 못해도 우승을 일궈낸 안산의 투지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 안산 무궁화 공식 페이스북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대구가 트로피를 가져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전제는 '연맹이 규정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산은 57득점, 대구는 53득점을 기록해 순위가 갈렸다. 하지만 지난 시즌 규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 둘의 자리는 뒤바뀐다. 안산의 골득실은 +2, 대구의 골득실은 +17로 대구가 앞서기 때문이다. 바뀐 규정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대구는 입맛이 조금 씁쓸할 수 밖에 없었다.

다득점 우선 순위 제도, 재검토가 답이다

K리그는 골득실보다 순위 제도 개정 이후 첫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당시 연맹은 "득점 증가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하겠다"고 도입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K리그 클래식의 경기당 득점이 증가한 것을 보면 연맹의 노림수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에서 다득점 우선 제도의 허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안산은 분명히 이 제도로 인해 우승이라는 결실을 수확할 수 있었다. 충주 험멜에게 1-8로 대패하는 치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순위표에 미친 영향은 과거에 비해 미미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안산이 8실점 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순위 싸움에서 더 영향을 미친 것은 8실점이 아닌 1득점이었다.

물론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그에 따른 희생양은 나타나고,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팀도 존재한다. 다득점 우선 순위 제도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안산은 단지 유리한 상황이었고 대구는 불리했을 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득점 우선 순위 제도는 반드시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단순히 골로만 말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야구도 타격의 팀이 있고 투수의 팀이 있듯이 축구 역시 공격의 팀이 있고 수비의 팀이 있다. 각 팀의 개성을 인정하고 이것 역시 축구의 특성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현 제도는 한국 축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지도 못하고 각 팀의 몰개성을 초래할 뿐이다.

아직 2016 K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다득점 우선 순위 제도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미 대구가 선의의 희생양이 됐고, 조만간 K리그 클래식 스플릿B에서 대구와 같이 다득점으로 인해 잔류 또는 강등이 가려질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올해의 교훈을 철저히 분석해 내년 시즌 좀 더 다양한 개성의 팀이 존재하는 K리그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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