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점장면을 바라보는 밀란의 감독 몬텔라,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있다.

[스포츠니어스|김재학 기자] 이번 한 주 유럽축구리그 곳곳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무난하게 약팀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던 강팀들이 여기저기서 덜미를 잡히며 시즌 초반 빠르게 치고 나가려던 계획이 흐트러지는 모양새를 보였다. 약팀들이 강팀들을 잡아내는 '언더독'이 속출한 유럽축구리그, 원인은 A매치 이후의 체력 저하였다.

Match#1.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 vs 데포르티보 알라베스

리그 선두 FC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승격한 데포르티보 알라베스를 그들의 홈인 캄프 누로 불러들였다. 모든 지표와 언론사 등의 예상은 "누가 이기느냐"보다는 "바르셀로나가 몇 점차 승리를 거두느냐"에 초점을 맞출 정도로 바르셀로나의 패배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두 번의 리그경기동안 스포르팅 히혼은 물론 리그 내 강호인 AT마드리드와의 경기까지 두 경기에서 1실점하며 승점 2점을 획득한 알라베스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그러나 알라베스를 가볍게 생각한 바르셀로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의문을 자아내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사용했다. 공격진에는 A매치에 뛰고 온 자원들을 대거 선발 제외한 반면 수비진에는 가장 악조건속에서 A매치를 치른 마스체라노를 투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바르셀로나의 패배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원흉이 됐다. 폭우 속 A매치 경기를 치르며 체력적으로 큰 무리가 있을 것이라 예상됐던 마스체라노는 잔실수를 몇 차례 보였고 이를 놓치지 않은 알라베스는 팀의 선제골과 결승골을 득점하며 승격 후 첫 승을 낚아냈다. 뒤늦게 이니에스타와 수아레즈 등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린 바르셀로나는 결국 추가 득점을 얻어내지 못한 채 리그 첫 패배를 맛볼 수 밖에 없었다.

Match#2.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vs RB 라이프치히

올 시즌을 앞두고 '폭풍영입'을 하며 리그 우승컵 탈환을 노리던 도르트문트가 예상 외의 암초에 걸렸다.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 새롭게 승격한 라이프치히를 상대한 도르트문트는 오히려 라이프치히의 강한 압박에 완전히 밀리며 한 때 그들이 리그 내 강팀들을 잡아내던 모습 그대로 당했다.

팀 내 에이스 중 한명인 카가와 신지가 A매치 이후 부상으로 인해 결장한 것이 뼈아팠던 도르트문트였다. 대타로 들어간 로컬보이 마리오 괴체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고 상대방의 압박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유율 위주로 볼을 돌리던 도르트문트를 강한 압박으로 상대하는 라이프치히의 모습은 흡사 그들의 팀 엠블럼에 그려진 황소들처럼 거침없었다.

도르트문트는 강한 압박에 밀려 계속해서 위험지역 밖에서 볼만 돌리며 기회를 엿봤지만 팀원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 라이프치히는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결국 '0'의 행진이 지속되던 후반 막판 침묵을 깬 쪽은 홈팀 라이프치히였다. 팀의 특급 유망주인 올리버 버크와 나비 케이타가 완벽하게 주고 받으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 골을 끝으로 더 이상의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라이프치히는 리그 개막 2경기에서 1승1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세바스티안 로데와 마리오 괴체 등 장기적으로 중요한 활약을 해줘야 하는 자원들이 겉도는 것을 확인하며 팀을 재정비해야하는 상황을 맞닥드렸다.

Match#3.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 vs 첼시 FC

팀이 리그 개막 후 4연승을 한 시즌에 꼭 우승을 차지한다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첼시가 스완지시티의 홈인 리버티 스타디움으로 원정을 갔다. 팀이 리그 초반 수비적인 불안함을 안고 있음에도 3연승을 기록한 첼시 입장에서는 스완지 시티를 잡게된다면 리그 선두권으로 올라갈 절호의 찬스였다.

반면 앞선 3번의 리그경기에서 강팀과 맞붙지 않았음에도 1승2패라는 성적을 거둔 스완지 시티 입장에서도 승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특히 홈 개막전이었던 헐시티와의 경기에서 충격적인 2-0패배를 당한 스완지는 두번째 홈경기인 첼시와의 경기에서 홈팬들에게 승점을 선물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완벽한 상태였다.

선제골은 첼시에서 나왔다. 전반 17분 상대수비가 잘못 걷어낸 공을 잡은 오스카가 팀의 주포인 디에고 코스타에게 잘 연결해줬고 코스타는 깔끔하게 득점에 성공해냈다. 전반전 1실점을 한채 끝난 스완지는 하프타임동안 절치부심한 듯 작심하고 공격에 나섰다. 후반전 역습을 펼치던 스완지의 시구르드손은 첼시의 골키퍼 쿠르투와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성공시키며 승부의 추를 평행으로 돌려놨다.

이후 스완지의 추가골 역시 터져나왔다. 불안하다고 평가받던 첼시의 수비진에서 또 다시 결정적인 실수가 나오며 올 시즌 스완지시티 최다득점선수인 르로이 페르에게 공을 헌납했고 페르는 지체하지 않고 이를 역전골로 연결시켰다.

2실점 이후 총공세를 펼치던 첼시는 결국 후반35분 동점골을 얻어내며 승점 1점을 얻는데 만족해야했다. 결과론적이지만 A매치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첼시 선수들에게 로테이션이 더 빠르고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졌더라면 첼시가 승리를 가지고 갈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졌을 수 있을 법했다.

Match#4. (세리에A) AC밀란 vs 우디네세 칼쵸

지난 2라운드에서 나폴리에게 4실점하며 패배한 밀란이 우디네세를 홈구장인 산 시로에서 상대하게됐다. 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역시 리그 첫경기에서 로마에게 4실점을 한 후 2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둔 우디네세 역시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 경기였다.

두 팀의 경기는 팽팽하게 이어졌으나 기회는 밀란이 더 많이 잡았다. 그러나 팀의 에이스인 보나벤투라와 윙어 수소 등이 패스보다는 개인기를 통해 상대수비를 벗겨내려는 움직임을 가져가며 팀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불어 골대 불운까지 겹치며 불안한 무승부 상황이 지속됐다.

후반 88분까지 양 팀 모두 득점이 없는 상황에서 승점 3점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쪽은 우디네세였다. 후반 16분 교체투입된 페리카가 측면에서 넘어온 공을 골대로 밀어넣으며 이 경기의 유일한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밀란은 부랴부랴 만회골을 넣기 위해 긴 패스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 추가시간 역시 8분으로 상당히 많이 주어진 상황이었으나 긴 패스 이후 세컨볼을 따내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밀란은 결국 홈팬들 앞에서 우디네세에게 9년만에 패배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밀란 입장에선 아쉬운 경기였다. 지난 경기들에서 활약했던 니앙과 쿠츠카가 징계로 결장한 것이 큰 후폭풍으로 다가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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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경합을 펼치는 두 팀/득점한 나비 케이타/페르와 기성용/보나벤투라 ⓒ 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