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두고 경합을 펼치는 마티아 데 실리오

[스포츠니어스 | 김재학 기자]세리에 A의 시즌 초반이 뜨겁다. 상대적 약체가 전통적 강호에게 고춧가루를 톡톡히 뿌리는 이변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는 혼돈의 세리에A를 살펴본다.

볼을 두고 경합을 펼치는 마티아 데 실리오

Match 1. 다시 일어나는 AC밀란, 너무 일찍 만난 강팀(AC밀란 vs SSC 나폴리)

명가 재건을 꿈꾸는 AC밀란이 너무 일찍 강팀을 만났다. 상대는 지난 시즌 스쿠데토에 한 끝 부족한 2위를 기록했던 나폴리였다. 한 때의 찬란했던 순간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구단의 근간부터 개혁을 들어간 밀란에게는 버거운 상대였다.

예상대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나폴리의 공격진은 전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강력한 선수들로 채워져있는 반면, 밀란의 수비진은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미숙했으며 발도 잘 맞지 않았다. 결국 최전방 자원 아르카디우스 밀리크(23)와 드리스 메르텐스(30)의 맹폭을 버티지 못하고 대거 4실점을 한 밀란은 2골을 넣었음에도 패배의 쓴잔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밀란은 마냥 좌절하지 않았다. 팀에는 가능성이 충만한 유망주들이 많으며 최근의 구단 인수로 인해 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전통의 명가였으나 방만한 운영과 '전' 구단주 베를루스코니의 심한 개입으로 몰락의 길을 걷던 밀란, 하지만 차분히 내실을 다지고 있는 밀란의 경기력은 시즌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질 것이다.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개리 메델

Match 2. 골운이 따라주지 않은 인테르, 행운의 여신은 어디에? (인테르 vs 팔레르모)

인테르는 최근 내부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팀의 주전 공격수이자 주장인 마우로 이카르디(23)가 이적시장이 열려있는 내내 타 팀과의 염문설을 뿌리며 팀을 압박했고, 팀의 FFP(유럽축구연합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에 따라 긴축상태에 들어가 팀의 리빌딩이 절실함에도 이적시장을 활발히 보내지 못했다. 또한 구단주와의 갈등 끝에 팀의 기존 감독이었던 만치니를 대체해 데 부어 감독을 데리고 왔다.

한편으로 만치니의 요구로 영입했던 풀백 에르킨이 데 부어 감독이 오며 추워졌다. 결국 단 한경기도 출장하지 못한 채 이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난 시즌 주축선수들을 대체로 지켜내며 칸드레바, 바네가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영입했으며 유럽 챔피언 포르투갈의 미드필더진 주축이었던 주앙 마리우와 올림픽을 재패한 브라질의 공격수 '가비골' 가브리엘 바르보사를 영입하며 시즌 준비를 마무리 지었다.

반면 팔레르모는 지난 시즌 디발라에 이어 올 시즌 팀의 주축으로 공격진을 이끌었던 프랑코 바스케즈와 베테랑 골잡이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를 내보내며 공격진을 강제로 개편해야했다. 궁여지책으로 이탈리아에서 잔뼈가 굵은 디아만티와 유망주 와심 부이를 긴급 수혈했으나 무게감이 많이 가벼워졌다. 두 팀의 대결은 분위기가 안 좋은 팀과 더 안좋은 팀간의 맞대결이 되는 셈이었다.

두 팀의 대결은 인테르의 일방적인 공세와 팔레르모가 힘겹게 막아내는 모양새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공격의 횟수와 득점의 수가 늘 비례하지는 않는 법이다. 인테르는 세트피스와 부분전술을 이용해 팔레르모의 골문을 번번히 위협했으나 쉽게 득점하지 못한 반면, 팔레르모는 몇 차례 없는 기회를 잘 살려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계속해서 두들기다가 제 풀에 지칠뻔한 인테르를 구원해낸 선수는 팀의 주장 마우로 이카르디였다. 그의 후반전 헤더는 인테르에게 승점 1점을 선물했으나 득점 장면 이외에는 이렇다 할 순간을 만들지 못하며 추가점수를 획득하지 못했다.

최근 몇 시즌간 인테르의 행보는 한 때 리그를 수 년간 재패했던 제왕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프랑크 데 부어 감독의 지도력과 공수 양면으로 신구의 조화가 잘 된 점 등의 요인으로 시즌이 지날수록 안정적인 경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개리 메델

Match 3. 찝찝한 승리를 거둔 유벤투스, 공백이 보인다

내홍을 겪으며 불안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 라치오가 지난 시즌 우승팀 유벤투스를 홈구장 스타디오 올림피코로 초대했다. 현재 라치오는 감독으로 내정된 비엘사 감독이 구단과의 약속이 어겨진 점을 들어 계약을 파기하며 뒤숭숭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이적시장에서 포르투갈 수페르리가에서 활약하던 왈라스와 도르트문트의 기대주였던 라이트너, 러시아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스토스 등을 영입하며 지난 시즌 아쉬웠던 포지션을 잘 채웠다.

반면 유벤투스 역시 팀의 핵심자원이었던 두 선수, 폴 포그바와 알바로 모라타를 각각 원래 소속구단으로 판매했다. 대체자로 로마 중원의 핵이었던 미랄렘 피야니치, 바르셀로나의 다니 알베스, 뮌헨의 메디흐 베나티아, 자그레브의 마르코 피아차 등을 영입했으나 기존 선수들의 공백을 완전히 매우진 못했다.

두 팀의 경기는 의외로 박빙을 이뤘다. 라치오의 신임 감독 시모네 인자기의 주문 하에 라치오 선수단은 최전방부터 끊임없는 압박을 가했고 유벤투스의 경험이 부족한 미드필더진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쩌면 라치오가 홈에서 대어를 잡을수도 있는 상황이 지속될 무렵, 지난 시즌 영입돼 엄청난 활약을 펼친 두 선수, 사미르 케디라와 파울로 디발라가 좋은 부분전술을 이용해 득점에 성공했다.

결국 이 골을 끝까지 지켜낸 유벤투스가 간신히 승리를 거뒀지만 뒷맛이 찝찝한 경기였다. 지난 시즌 리그를 손쉽게 재패한 유벤투스로써는 경기 내용에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라치오는 졌지만 기분좋은 상황이다. 팀 내부적 우환이 있음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아쉬운 석패를 당했기에 이번 시즌 장기적인 관점으로 팀을 운영한다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인 3위까지 노려볼만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린 시즌 2라운드 였다.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개리 메델

Match 4. 주장 완장을 뺐긴 다니엘레 데 로씨, 현 로마의 상황을 대변한다

지난 6시즌간 세리에 A의 헤게모니는 유벤투스가 쥐고 있었다. 이런 유벤투스에게 대권 도전을 꾸준히 한 팀은 많지 않은데, 강력한 공격진을 자랑하는 SSC나폴리와 늘 한 발짝 부족한 2위를 거둬온 AS로마였다.

그런 로마의 시즌 초반이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 리그를 3위로 마감해 챔피언스리그 최종예선에 직행한 로마는 추첨 결과 FC포르투와의 2연전을 펼치게 됐다. 비교적 무난한 대진으로 예상됐기에 로마로써도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며, 실제 포르투에서 열린 1차전에서 1명이 퇴장당했음에도 1득점을 하며 무승부를 거둬 무난히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직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FC포르투와 홈에서 벌이는 챔피언스리그 2차전부터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당초 실점 없이 무승부만 거둬도 무난히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팀의 로컬보이이자 기둥인 다니엘레 데 로시의 태클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놨다. 그는 감독조차 이해할 수 없는 태클을 상대편에 가해 퇴장 명령을 받았고 무난했던 경기의 추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비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던 로마에서 또 다시 퇴장이 나왔다. 왼쪽 수비 에메르송이었다. 결국 1,2차전 도합 3명의 선수가 퇴장을 당한 로마는 챔피언스리그를 조기에 마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리그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로마에서 토티가 주전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늘 주장완장을 찼던 선수는 다니엘레 데 로시였다. 그러나 지난 리그 2라운드에서 주장완장은 팀의 주장순위 3번째 선수였던 알레산드로 플로렌찌의 팔에 있었다. 사실상 팀의(그리고 토티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를 망친 데 로시에게 주어진 징계나 다름 없는 셈이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던 로마는 2라운드 상대 칼리아리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선취 2득점을 올리며 반전에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상대의 중원 미드필더진의 압박이 매서웠다. 니콜라 무루, 마우로 이슬라 등 거친 플레이에 흔들리던 로마는 결국 소속팀에 데리고 있던 마르코 보리엘로에게 부메랑을 맞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1골을 지키기 위해 공격수 페로티를 대신해 수비수 파지오를 넣는 등 승리를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로마는 결국 칼리아리의 주포 마르코 사우에게 추가실점을 허용해 무승부를 거두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최근 로마의 행보를 보면 더 이상 데 로시가 전성기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성격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팀의 장기적 비전을 위해서는 데 로시에게 적절한 휴식을 부여하며 스쿼드 플레이어로 기용하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morsa1927@naver.com

[사진=  데 실리오, 개리 메델, 유벤투스 선수단, 살라와 나잉골란ⓒ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