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 가린샤 스타디움(브라질리아, 브라질)/ 2016 리우 올림픽/ 올림픽대표팀/ C조/ 조별예선 3차전/ 한국 vs 멕시코/ 애국가/ 투혼/ 사진 PPA

[스포츠니어스|한현성 기자] 2016 리우올림픽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아쉽게 패한 우리 젊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나지 못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심판에게 달려가 화도 내보고 어필을 하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잔디 위에서 만큼은 상대와 치열하게 싸워야 하기 때문에 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들이었지만 그날만큼음 여느 20대 초반의 청춘들처럼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네 가린샤 스타디움(브라질리아, 브라질)/ 2016 리우 올림픽/ 올림픽대표팀/ C조/ 조별예선 3차전/ 한국 vs 멕시코/ 애국가/ 투혼/ 사진 PPA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린 어린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잠을 설치는 밤이 많았다. 첫 상대 피지에게 대승을 거둘 때에도, 세계 최강 독일에게 대등한 경기로 무승부로 경기를 마칠 때에도,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에게 극적인 승리를 가져올 때만 해도 우린 설렘 가득히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줬다. 하지만 8강전 상대 온두라스에게 아쉽게 패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 선수들에게 질타를 보내기 바빴다. 특히,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질타의 화두로 삼으며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선수들의 눈물을 '아 큰일났다. 이제 군대 가야하네' 라고만 온전히 해석을 해도 되는 것일까. 물론, 선수들에게도 병역혜택은 무시할 수 없는 기회였을 것이다. 온두라스 전에서 많은 골 기회를 놓친 한 선수는 "솔직히 병역혜택을 의식하는 것도 사실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만이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대변할 수는 없다. 많은 것을 희생하고서 우리 선수들은 먼 땅 브라질까지 왔다.

와일드카드로 차출 돼 팀의 주장으로써 어린 선수들을 이끈 장현수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이미 군 문제를 해결한 유일한 선수이다. 신태용 감독이 장현수를 와일드 카드로 결정할 때에 많은 여론들은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 선수를 왜 데리고 가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조별예선 세 경기를 포함해 8강전 온두라스 전까지 장현수가 보여준 꾸준한 활약은  팀 내 최고였다. 장현수는 소속팀인 광저우 푸리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 중이었다. 약 한 달간의 공백은 장현수에게 주전경쟁을 힘들게 하는 위험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현수는 팀에 직접 요청해 올림픽에 출전했고 누구보다 승리에 대한 간절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 다른 와일드카드인 손흥민도 비슷한 희생을 감수했다. 손흥민의 소속 팀인 토트넘은 이미 리그 에 들어서 치열한 주전경쟁을 시작했다. 주전경쟁의 시작을 함께 하지 못 한 다는 것은 리그에 임하는 선수에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 사실을 선수 본인이 더 잘 알겠지만 손흥민은 개인의 목표보다 후배, 동료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공통된 목표에 대한 의미가 더 컸기 때문에 늦게나마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 아닐까.

종목을 막론하고 경기에서 진 우리 선수들은 하나같이 인터뷰에서"국민의 기대에 보답을 해 드리지 못 해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첫마디를 건넨다. 하지만 그들을 향한 반응은 너무 상반된다.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요",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라는 반응이 일반적이지만 축구 선수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반응이다. 우리 나라에서 축구라는 종목 특성상 최고의 인기 종목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이미 선수들이 다른 종목의 선수들보다 비교적 다양한 혜택들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더 엄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며칠새 이어지고 있는 채찍질들을 달갑게만 받아들이기엔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부담들이 너무 무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피지와의 첫 골을 넣을 때 우리 선수들은 잊지 못 할 세레머니를 선사했다. 오랜 기간동안 올림픽을 같이 준비했지만 부상으로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 한 송주훈의 유니폼을 함께 흔들며 기뻐하는 감동적인 세레머니였다. 특히 송주훈은 카타르 최종예선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 올림픽행에 기여를 한 헌신적인 선수이기도 했다. 우리 선수들은 연령별 대표팀부터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온 그의 헌신을 잊지 않고 그의 몫까지 열심히 뛰었다. 꼭 승리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었다.

각 팀에서는 최고의 유망주이자 에이스들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과연 지금 이 선수들을 비난하는 팬들 중에서 이번 올림픽에 실망해 앞으로 축구를 안 볼 팬들은 몇이나 될까. 2018 러시아월드컵, 2019 UAE 아시안컵 등 앞으로도 지금의 선수들의 활약을 볼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질책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다음에 있을 우리의 행복한 시간들을 위한 투자가 된다. 이 선수들에게도 지금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고생했다고 한마디 전해주자.

han2some@sports-g.com

[사진=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 K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