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5년 경상남도 한 시골에서 100년 된 문서가 공개됐다. 뿌옇게 먼지가 앉은 이 문서의 첫 장에는 이런 글이 써 있었다. ‘반경남축구행위특별조사위원회’ 경상남도 축구에 자행된 부정 행위를 역사에 남기기 위해 설치됐던 특별기구에서 낸 자료집이었다. 경상남도 지역에서 축구 멸종을 눈앞에 두기도 했던 100년 전 이들이 이 문서에는 고스란히 소개돼 있었다. 이 문서를 보니 몇몇 특정 인물들은 사리사욕과 이기심으로 경남 축구를 망치려고 작정했다. 그래서 2115년 발견된 ‘반경남축구행위특별조사위원회’ 문서를 공개하려 한다. 경남 축구를 망친 ‘역적 삼대장’을 공개하고 이 사실을 오래오래 알려 후세에도 기억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1. 홍준표

이재명 성남시장이자 구단주가 프로축구연맹과 날선 대립을 할 당시 같은 편에 섰던 인물이다. 당시 이재명 성남 구단주는 심판비평 금지라는 성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주장은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에 홍준표도 평소에는 축구에 관심이 없었지만 편승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쓴소리 좀 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홍준표가 갑자기 이상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홈팀 이점이라는 것은 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심판 판정에 있음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이를 개선할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 세상에 홈팀이라고 해서 심판 판정에 이점을 안는다는 건 ‘축알못’이나 하는 이야기인데 이런 말을 프로팀 구단주가 꺼내자 모두들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홈팀 이점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응원 분위기 등일 뿐이지 어떤 심판이 홈팀이라고 판정에 유리함을 적용하나. 아주 큰일 날 소리다.

홍준표의 만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남FC가 2부리그로 떨어지자 “특별감사를 하고 팀 해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경남FC 사장, 임직원, 감독, 코치 전원에게서 일괄 사표를 받도록 하라”는 지시까지 하기도 했다. 오, 이것은 마치 그들이 반대편 사람들을 적으로 몰아세울 때 쓰는 ‘북쪽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 아닌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홍준표는 2부리그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선수들을 향해서도 상식밖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프로는 과정이 필요 없고 결과만이 중요하다. 경기결과가 곧 돈이다.” 또한 “야구에서 넥센은 40억 원으로 운영되는데 우리는 130억 원을 쓰고도 강등이 됐다”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 축구단 운영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 하지만 넥센의 40억 원은 넥센이 구단에 지원해주는 금액이고 경남의 130억 원은 한 해 총 운영비를 모두 싸잡은 것이었고 이 130억 원이 줄줄 새는 것도 구단주로서 막지 못한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홍준표가 경남 축구를 말아먹은 결정적인 사건은 사실 이게 아니다. 구단주로서 인사를 엉망으로 한 게 결정적이었다. 구단 운영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핑계를 대고 자신의 심복들을 구단 고위직으로 앉히며 방관하면서 팀은 급속도로 망가졌다. 일단 홍준표의 대학 후배이자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40번을 받았던 안종복을 대표이사로 앉혔다. 안종복은 당시 국회입성에 실패했지만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2008년 삼화저축은행 사회이사를 지냈고 한나라당 대표 문화체육관광 특보를 거치기도 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새로 선임된 대표이사 역시 홍준표의 작품이었다. 박치근은 원래 경남개발공사 이사로 축구와는 무관한 인물이었는데 사실 이 경남개발공사 이사 자리 역시 홍준표가 꽂으면서 논란이 됐었다. 박치근이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 원래 홍준표 선거 캠프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경남 축구를 망친 가장 근본적인 원흉인 홍준표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축구단이 일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냐.”

2. 박치근

홍준표가 낙하산으로 경남FC에 내리 꽂은 박치근은 축구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하지만 자기가 떠받들여야 할 어른이 내린 명령이니 경남FC에서 철저하게 하수인 역할을 했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졸지에 프로축구단 대표이사가 됐으니 제대로 된 운영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기껏 해봐야 구 창원군 체육회 이사, 전국체전 준비위원 등이 스포츠계에서 몸담았던 전부였다.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야 중간이나 가는 법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박치근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용감하게 나섰다.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승강제 폐지 주장이었다. 박치근은 “2부리그에는 우수선수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중계방송도 없어 광고 유치와 팬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승강제의 취지가 퇴색한 만큼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통합 운영을 프로축구연맹에 강력하게 건의하겠다”는 희대의 헛소리를 했다. 실력으로 승격을 못하겠으니 창조승격을 하자는 것이었다.

승강제라는 게 얼마나 힘들게 정착됐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기 팀이 2부리그에 있어 주목받지 못한다고 “아몰랑. 합쳐”를 외친 것이다. 내셔널리그와의 승강제 도입과 실패 이후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머리를 싸매 어렵게 정착시킨 제도에 대한 무지이자 이기심이었다. 졸지에 K리그 챌린지에서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기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는 다른 구단을 바보로 만드는 발언이었다. 이 발언은 승강제가 완전히 정착된 2115년에 현재 “설마 승강제 폐지를 주장한 프로축구단 대표이사가 있었을까”라는 논란이 일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만큼 믿기 어려운 발언이었던 것이다. 또한 한 번은 경남FC가 유소년 팀인 토월중과의 계약 파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해 이에 반발하는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 나오기로 했고 당연히 나와야 하는 박치근이 나오지 않았다. 급한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고 구단 관계자가 둘러댔지만 알고 보니 박치근이 간담회장 바로 옆 사무실에 몰래 숨어 있던 걸 학부모 중 한 명이 발견해 간담회가 파행 운영되는 아주 창피한 일도 벌어졌다. 심지어 박치근은 이제 성인 선수단도 26명으로 감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부상자가 생기면 제대로 훈련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게 실용적인 구단 운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치근의 행보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감독에게 월권을 휘둘렀다. 그것도 팀의 에이스 공격수를 경기에 내보내지 말라고 경고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2015년 시즌 10골을 넣으면 추가 수당으로 5천만 원을 더 받기로 한 스토야노비치가 9골을 넣자 박치근은 박성화 감독에게 “스토야노비치를 앞으로 쓰지 말 것”을 지시했고 이에 박성화 감독이 “양심상 그럴 수 없다”고 하자 문자 메시지를 보내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제 승패는 의미가 없다.” 이게 10월 초였고 경남에는 무려 7경기가 남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박치근은 남은 경기를 포기하고 5천만 원을 아끼기 위해 스토야노비치를 쓰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다. “프로는 과정이 필요 없고 결과만이 중요하다”던 홍준표의 말과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또한 승패의 의미가 없다면 그런 경기를 찾아 목이 쉴 정도로 응원하는 이들은 뭐가 될까. 결국 스토야노비치는 9골을 넣은 다음 경기부터 벤치를 지키다가 20여일 뒤 한국을 떠나야 했다. 어떻게든 팀 승리를 위해 도와야 할 대표이사가 오히려 주전 공격수를 5천만 원 때문에 쓰지 말라는 건 후대에 영원히 알려야 할 일이다. 잊지 말자. 그의 이름은 박치근이다.

3. 안종복

홍준표가 리그MVP 정도고 박치근이 득점왕 정도라면 안종복의 만행은 발롱도르감이다. 안종복은 가뜩이나 재정이 빠듯한 도민구단 경남에서 빼먹을 수 있는 건 아주 골수까지도 다 빼먹었다. 2013년 1월 홍준표가 건네준 낙하산을 타고 경남FC에 안착한 안종복은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에이전트와 짜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마다 뒷돈을 챙겼다. 몸값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그 차액을 가로챈 혐의였다. 아니 해먹을 게 따로 있지 달동네 월세 사는 집에 들어가 가전제품을 모두 들고 나와도 이것보다는 양심 있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가난한 도민구단 경남은 가뜩이나 홍준표와 박치근의 만행으로 점점 살림살이가 좋지 않아져 가는데 여기에 구단내에 안종복이라는 도둑까지 있었으니 오죽했을까. 안종복은 2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무려 10억 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안종복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갈 때 가더라도 경남 팬들에게 사과는 해야 되지 않겠나.

물론 안종복은 지금도 구속된 상태에서 이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아, 너무나도 억울한 마음에 죽음으로 결백함을 알리려던 그대의 기개를 내가 너무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검찰이 안종복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뭔가 새로운 혐의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심판 이름과 함께 건넨 돈의 액수를 적어 놓은 메모지가 발견된 것이다. 추궁해보니 안종복이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수천만 원을 건넨 정황이 포착됐고 결국 이들 중 심판 두 명이 구속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 선수들이 힘들까봐 뒤에서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이 있다는 훈훈한 사실을 왜 몰랐을까. 그런데 사실 말이 심판 로비지 사실은 승부조작과도 다를 게 없는 치졸한 행동을 축구 전문 경영인으로 30년 넘게 일해 왔던 사람이 저질렀다는 건 대단한 충격이었다. 또한 안종복은 취임 후 2년 동안 감독을 네 번이나 갈아치우는 등 감독 위에서 군림했다. 5천만 원이 없어 아끼는 구단에서 10억 원 넘는 돈을 해먹었으니 창조경제에 제대로 이바지하시느 분 되시겠다.

안종복의 이런 악행은 비단 안종복 혼자나 경남FC 구단의 이미지만 훼손시킨 게 아니라 K리그 전체를 욕 먹이는 행동이었다. 그 누구도 구단 내 횡령과 심판 로비에 대해 안종복과 경남FC만이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준표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에 이어 박치근이 연결한 크로스를 안종복이 기가 막힌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는 순간 한국 축구는 아주 치욕적인 실점을 하고 말았다. 내가 이들의 이름을 이렇게 일일이 거론하며 칼럼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렇게 온갖 망언과 악행, 그리고 치졸한 짓을 하며 경남 축구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이들이 어느 순간 경남 축구의 영웅으로 묘사될까 무섭기 때문이다. 친일파도 구국의 영웅으로 변신하는 마당에 이렇게 축구계 악의 축들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한 순간 영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홍준표와 박치근, 안종복. 이 경남 축구를 망친 ‘역적 삼대장’은 역사적으로도 끝까지 기록되어야 한다. 한국 축구와 경남FC가 계속되는 한 당신들의 이름이 후대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