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건 무섭다. 나는 중국동포 중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면 중국동포 사회 전체를 욕하는 분위기가 참으로 안타깝다. 일부의 잘못이나 흉악한 범죄를 놓고 전체를 매도하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중국동포 중에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도 있지만 선량한 이들도 있는데 중국동포 전체를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 현상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30년 가까이 경험한 중동 축구에 대해서는 이제 확실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중동 축구는 항상 지저분하고 비매너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중동 축구가 지저분하다는 걸 일반화의 오류는 아니라고 믿을 것이다. 중동 축구가 절대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지금부터 일부 중동 축구를 제외한 대다수 팀들이 절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꼽아보려 한다.

1. 관중의 비매너
레바논전을 보는 내 눈을 의심했다. 한국 선수들을 향해 시야가 방해되도록 관중들이 레이저빔을 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레바논 관중들은 골키퍼 김승규의 시야를 레이저빔을 이용해 계속 방해했다. 이건 엄격히 금지되는 행위다. 아마 우리나라 축구장에서 누군가 이런 행위를 했다면 주위 관중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고 SNS를 통해 전국적인 망신을 당했을 테지만 그들은 잘못됐다는 의식을 느끼지도 못하고 이걸 제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레바논 관중 중 일부는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아무리 상대가 싫어도 이건 그 어떤 스포츠에서도 보지 못한 행위다. 우리가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과의 A매치에서 북한 국가가 울러 퍼져도 이런 행위는 안 한다. 비단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 2011년 레바논 원정에서도 레바논 관중들은 구자철이 페널티킥을 차려하자 레이저빔을 쏘며 킥을 방해했다.

레바논만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만 당한 것도 아니다. 지난 2013년 일본은 요르단 원정을 떠나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엔도 야스히토가 페널티킥을 차려 하자 요르단 관중이 레이저빔을 쏘며 킥을 방해했고 결국 엔도는 페널티킥을 놓치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요르단은 일본에 2-1 승리를 따냈다. 관중이 상대팀에 할 수 있는 최대의 도발이자 방해는 야유 뿐이다. 목소리를 높여 상대가 공격을 할 때 “우~”하는 야유까지가 방해의 최대치다. 상대의 눈을 향해 레이저빔을 쏘는 건 대단히 비열한 행동일 뿐 아니라 자칫하면 시력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다. 심지어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오만과의 원정경기에서는 오만이 한국에 세 번째 골을 허용하자 관중석에서 물병과 오물이 날아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폭죽을 그라운드로 던져 한국영이 파편에 맞아 쓰러진 뒤 들 것에 실려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오만 관중들은 이후에도 계속 오물과 폭죽을 그라운드에 투척해 또 다시 경기를 중단시켰다. 경기장에 가는데 머플러와 북 대신 레이저빔과 폭죽을 챙기는 건 제 정신이 아니다.

2.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실종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전반 30분 석현준이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통상 이럴 때는 상대팀이 공을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을 터치라인 바깥으로 내보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레바논 선수는 터치라인 쪽에서 공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척하더니 그대로 드리블을 해 한국 골문 앞까지 파고 들었다. 순간 방심했던 한국 선수들은 레바논 선수의 페어플레이를 망각한 행동에 화가 나 말싸움을 벌였다.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축구계에서 예의로 여겨지는 행동을 레바논은 비웃기라도 하는 듯했다. 지난해 1월에는 시리아가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챔피언십 8강 한국전에서 이렇게 해 골까지 넣었다. 후반 막판 0-2로 뒤지고 있던 시리아는 황도연이 부상으로 쓰러져 문창진이 공을 밖으로 걷어냈지만 이후 한국 진영으로 길게 넘겨준 뒤 이 공을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했고 두 손을 번쩍 든 채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국가대표팀 뿐 아니다. 다들 기억하는 2013년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수원과 알사드(카타르)의 경기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알사드는 최성환의 부상으로 수원이 공을 바깥으로 걷어냈지만 이 공을 다시 넘겨주지 않고 그대로 드리블해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양 팀은 서로 패싸움까지 벌이는 사상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껏 태어나서 많은 축구 경기를 봐 왔지만 이렇게 상대에게 매너 있게 공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에서 비열한 골을 넣은 걸 딱 두 번 봤다. 그런데 그게 바로 시리아와 알사드였다. 이거 참 중동 축구를 깎아내리기 좋은 묘한 우연일까. 혹은 중동 축구가 더럽고 추잡하다고 느끼는 게 나만의 착각일까. 이런 축구 후진국에서 메시가 나고 호날두가 성장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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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활짝 웃는 씩씩한 알사드 선수의 모습. (사진=중계 방송 화면 캡처)

3. 침대 축구
중동의 침대 축구 사례는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일이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급성 맹장염이라도 걸린 것처럼 배를 부여 잡고 나뒹구는 선수들이나 마치 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고통스러워 하는 선수들이 그라운드 밖으로만 나가면 완치되는 신기한 경험이 한두 번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기적과도 같은 모습이다. 중동 국가와의 경기에서 먼저 선취골을 내주면 일찌감치 텔레비전을 끄고 잠을 청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정도다. 특히나 수원과 알사드의 2013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후반 막판 고통스러워하다 동료와 눈이 마주치자 씩 웃는 알사드 선수의 눈빛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질 않는다. 과연 이렇게 축구를 해서 이긴다고 한들 그게 정녕 그들의 실력일까.

얄밉게 축구를 하는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경기 막판 승리를 굳히고 싶을 때면 공을 상대팀 코너 플래그 앞에서 빙빙 돌리고 시간을 끌다가 다시 코너킥을 만들어 낸다. 이걸 무한 반복하며 시간을 지연한다. 정말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 상황 안에서 자신들이 계속 공을 소유하고 있는데 아주 깨끗한 플레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뭐라고 지적할 수 있는 비매너 플레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대 축구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축구선수가 축구가 아니라 다른 데 집중하면 그건 축구가 아니다. 중동 축구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그중 특히 침대 축구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절대 발전할 수가 없다. 패스를 하고 달리고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 본질을 아예 무시하는 행동을 하며 축구 발전을 바란다는 건 너무나도 현실성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4. 구단의 무책임한 경영
국내 한 선수는 중동 지역에서 뛰다가 이적을 결정했다. 구단에서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구단에서 이적동의서를 발급해 줘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더니 나중에는 “배 째라”는 식의 막무가내 행동이 시작됐다. 결국 이 선수는 FIFA에 제소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나마 이 선수는 양반이다. 중동은 많은 연봉을 주고 세금도 없는 걸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상당수 구단은 밀린 월급을 주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허다하다. 중동의 모든 팀들이 막대한 자금을 쌓아놓고 폭풍 영입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계약된 연봉을 다 받지 못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수두룩한데 이들은 한결 같이 “그나마 이적동의서라도 발급해줘 다행이다”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이렇게 “배 째라”는 그들의 방식에 대해 중동에서 뛰었던 한 선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해 채근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해요. ‘인샬라.’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죠. 급해 죽겠는데 ‘인샬라’를 외치며 느긋한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볼 때마다 어찌나도 답답한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들의 종교와 생활 방식까지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모든 게 ‘인샬라’로 통하는 사회에서는 발 빠르고 투명한 구단 경영을 할 수가 없다. 이적동의서를 요구해도 ‘인샬라’, 임금 체불에 항의해도 ‘인샬라’, 심지어 경기에서 져도 ‘인샬라’다. 신에게 모든 걸 맡기면 마음은 편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5. 상대팀에 대한 부족한 예의
2011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2차예선 오만과의 원정경기에 나선 한국은 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오만축구협회에서 한국팀의 훈련장을 숙소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곳으로 배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양반이다. 같은 해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성인 대표팀은 UAE 원정을 떠났다가 잔디 상태가 엉망이라 아예 훈련을 하지 못하고 직접 인근 프로팀 경기장을 빌리기도 했다. 규정상 원정 경기는 홈팀에서 숙소와 차량, 훈련장 등을 제공해야 하는데 중동은 늘 상대팀에 대한 이런 준비가 엉망이다. 일부러 그런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이란 원정에서는 선수단 비자 발급을 지연해 대한축구협회가 FIFA에 공문을 보내고 주 이란 한국대사관이 발 벗고 끊임없이 비자 발급을 독촉해도 “기다리라”는 답변 뿐이었다.

결국 선수단은 출국 당일에야 겨우 비자 문제를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훈련장에 조명시설이 없어 낮에만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협회가 더 시설이 좋은 훈련장 제공을 원하자 이란 측은 이렇게 말했다. “공사 중이라 안 된다.” 슈틸리케호도 지난해 11월 오만 원정을 떠났다가 훈련장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훈련장 잔디 절반이 말라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은 상대팀이 오면 최고급 호텔을 제공하고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까지 훈련장으로 내준다. 심지어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K리그 팀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가리는 음식이 많은 상대팀 및 심판진들을 위해 양고기 등을 특별 공수해 주기도 한다. 이게 상대팀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말도 안 되는 훈련 시설을 제공하며 훼방을 놓는 중동 국가들의 행동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6. 선수들의 약한 멘탈
중동에서 뛰었던 한 선수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경기 전날이면 내일 경기에 선발로 나설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조끼를 나눠 입고 훈련을 해요. 그런데 내일 경기 선발에서 빠진 선수들이 그냥 훈련 도중 집으로 가 버리는 거예요. ‘오늘은 아파서 훈련을 못 하겠다’면서 훈련장을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니 황당했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중동 축구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에서는 자신이 주전 명단에서 빠지면 밤새 분해서 잠을 자지 못하고 더 열심히 훈련에 매진한다. 하다 못해 청춘FC만 봐도 그렇다. 이 선수들은 지금 정식 프로선수가 아니지만 청춘FC에서 선발 명단에 들기 위해 새벽 개인 운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동의 상당수 선수들은 훈련장에서도 제 멋대로 행동한다. 심지어 훈련시간이 돼도 선수들은 물론 감독도 훈련장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약속 시간에 대한 관념조차 없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선발 명단이 결정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팀 전체 전력이 올라가는 법인데 자기가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고 훈련을 멈추고 집으로 가는 나라가 축구를 잘할 리 만무하다. 중동 선수들의 약한 멘탈은 이번 레바논전에서도 나타났다. 0-3으로 뒤지고 있는 상태에서도 한 골이라도 넣을 생각보다는 그저 시간만 보내는 레바논 선수들의 자세를 보며 저런 나라의 축구팬이 아니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저런 나라에서 축구를 봐야 한다면 지금쯤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부라고 하기에는 중동 축구의 지저분한 면을 지금껏 너무 많이 봐 왔다. 내가 오늘 언급한 국가들만 하더라도 중동에서 어느 정도 축구 좀 한다는 나라들이다. 일부의 비매너와 더티 플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금껏 중동 축구가 저지른 민폐가 너무 많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을 따로 떼어내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 0.5장 정도를 놓고 다투게 하고 싶다. 그만큼 중동 축구는 엮이면 피곤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그들에게 석유가 없었더라면 중동은 동남아시아 약체팀보다도 더 하찮은 실력에 머물렀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한 중동 축구는 절대 발전할 수가 없다. 아무리 석유가 많이 나 나라가 부유하다고 하더라도 중동 축구가 월드컵은커녕 아시아 무대에서도 빌빌대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이런 못된 짓 배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