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초, 축구팬 김동회(31세)씨는 들뜬 마음에 인터넷에 접속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축구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조직위원회에서 지정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김동회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권을 예매했다. 해외 출장 일정을 고려해 21일 열리는 라오스전 티켓을 결제하고 입장권 우편 수령과 현장 수령 중 우편 수령을 택했다. 경기 당일 관중으로 복잡한 현장에서 다시 티켓을 발권하는 것보다는 편하게 입장권을 우편으로 받은 뒤 바로 경기장으로 향하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었다. 우편 수령이 아니면 현장 판매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는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오면 회사로 입장권이 배달돼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장을 떠났다.

하지만 2주 뒤 그가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 사무실에는 아무 것도 배달되지 않았다. 황당했다. 라오스전은 다가오고 있었는데 우편으로 받기로 한 입장권이 아직도 오지 않은 것이다. 당황한 김씨는 인터넷 예매 당시 사이트에 적혀 있던 문의처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 업체에서는 아예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티켓도 오지 않고 담당자와 통화도 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렇다고 입장권이 발송됐다는 통보 또한 없었다. 김씨는 혹시나 주말에 입장권이 배송 주소지로 지정한 자신의 사무실로 배송되는 건 아닌가 싶어 휴일에도 사무실에 나가 이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미 2주전 예매한 입장권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휴일에 사무실에 나가는 게 얼마나 번거롭겠어요. 그래도 입장권 때문에 휴일에도 회사에 갔는데 여전히 입장권은 우편으로 오지도 않은 상태였어요. 입장권 판매 담당자는 연락도 안 되고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결국 김씨는 친구들과 상의 끝에 라오스전 경기 당일인 지난 21일 경기장에 가 입장권에 대해 문의하기로 했다. 입장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이 라오스전이 열리는 화성종합타운으로 향한 것이다. 이미 인터넷으로 결제를 마친 그였지만 그의 손에는 여전히 입장권이 없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편하자고 인터넷 예매하고 우편 수령을 하는 거잖아요. 현장에서 줄 서서 기다리기 싫어서 예매하는 건데 오히려 일이 더 번거롭게 됐죠.” 그는 현장에 가 다시 발권기를 이용해야 했다. 인터넷으로 편하게 예매해 이런 대기 시간 없이 바로 경기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결국 더욱 번거로운 일만 하게 된 셈이다. 인터넷으로 입장권을 예매하고 결제하는 수고는 물론 이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측으로부터 아무런 입장권 발송 통보가 없어 직접 담당자를 수소문해 문의하는 수고까지 더했지만 결국 그는 현장에서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현장에서 티켓을 발부받아 경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 질서 또한 엉망이었다. 경기장 출입구가 달랑 두 개만 개방돼 있어 입장에만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물론 입장이 지체되다보니 국제경기라면 상당히 까다로워야 할 입장 소지품에 대한 점검도 없었다. 김씨는 당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단 두 개뿐인 게이트에 몰리니 자원봉사자들이 경기장에 빨리 들여보내기 위해 필요한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어요. 경기장 단면도를 보면 게이트가 상당히 많은데 본부석 쪽에 딱 두 개의 게이트만 열어 놓았더라고요. 관중 입장이 지체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경기장 내부에도 안전을 통제하는 인원이 현저히 적었습니다.” 결국 편하게 인터넷 예매를 통해 라오스전을 즐기려면 김씨는 이미 기분을 망친 상태에서 이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한참 여유 있게 2주전에 예매한 티켓을 경기 시작 전에 배송 받지 못한 건 엄연한 조직위원회의 잘못이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의 사과도 받지 못했고 해명 조차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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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하루 뒤 김동회씨의 사무실로 배송된 하루 지난 입장권.

그리고 다음 날인 22일 월요일 사무실로 출근한 김씨는 또 한 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미 끝난 라오스전 경기 티켓이 이날 우편을 통해 사무실로 도착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황당한 사건을 접하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아마도 기념으로 입장권을 보관하라는 건가 봐요.” 경기는 이미 하루 전에 끝나고 더 이상 쓸모 없어진 입장권이 정성스레 포장돼 사무실로 배달되자 주변에서는 “기념으로라도 뜯지 말고 가지고 있으라”고 했다. 김씨는 이 우편물을 현재 뜯지도 않고 보관 중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상식 밖의 운영으로 지탄받고 있지만 이렇게 한참 전 입장권을 예매한 이에게까지 무성의하게 대하는 모습에 그는 많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김동회씨는 “이런 큰 대회가 전혀 준비 없이 치러져 관중에게 불쾌감을 주는 게 상당히 아쉽다”면서 “다른 종목 경기를 즐기러 간 주변 친구들도 하나 같이 대회 운영의 불편함을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제(24일)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MPC) 기자회견장에서 데일리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일희 사무차장은 입장권 판매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까지 입장권 판매액은 총 2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축구와 야구 등 인기 종목에서 관중이 꽉 차면 목표액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2002년 부산 대회의 판매액은 초과하는 등 어느 대회보다 실적이 좋다.” 조직위원회 측은 오로지 입장권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판매액을 달성하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입장권을 217억 원어치나 팔면 뭐하나. 축구와 야구 등 인기 종목의 입장권이 많이 팔리면 뭐하나. 결국 관중을 위한 입장권이 제때 관중의 손에 전달되지도 않는데 그저 입장권을 팔아치우는 데만 급급한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입장권 판매 목표액 달성보다 중요한 건 이 입장권을 통해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닐까. 입장권을 판매하고 제때 이 입장권을 관중에게 전달하지 않는 건 사기나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