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송에 출연하거나 기고를 부탁받았을 때 제작진이나 매체에서 묻는다. “호칭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럴 때면 나는 칼럼니스트라는 호칭을 써달라고 한다. 칼럼니스트도 크게는 기자의 범주에 속하지만 나는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내 의견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칼럼니스트라는 호칭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중요하지 않은 문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야 이 직업에 대해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고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이들에게도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기자나 칼럼니스트나, 혹은 파워블로거나 김현회씨나 현회형이나 호칭이 달라져도 내가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지만 나는 누군가 나에게 호칭에 대해 물을 때면 칼럼니스트라는 호칭을 강조하고 상대도 이런 의견을 존중해 주는 편이다.

‘수퍼리그’와 ‘슈퍼리그’, ‘K리그’와 ‘K-리그’

대한민국 프로축구 명칭은 ‘K리그’다. 1부리그는 ‘K리그 클래식’이고 2부리그는 ‘K리그 챌린지’다. 나는 과거 칼럼을 통해 프로축구가 ‘K리그’라는 명칭으로 바뀐 이유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J리그를 따라한 K리그라는 리그 명칭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정체성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에서는 ‘K리그’를 공식적으로 쓰기로 했고 나는 여기에 대해 꾸준히 반론을 제기하면서도 일단은 연맹의 방침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제 ‘K리그’라는 명칭은 누구에게나 대한민국 프로축구를 떠올릴 만한 대명사가 됐다. 정통성과 정체성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리그 명칭을 바꾸는 것보다는 ‘K리그’가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제 ‘K리그’는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 프로축구리그의 이름이 됐다.

과거에는 적지 않은 혼동이 있었다. ‘K리그’라고 칭하는 이들과 ‘K-리그’라고 표기하는 이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속한 잡지사에서 ‘K-리그’라는 명칭을 쓰기로 해 이 표기를 그대로 따랐다. 이 문제에 대해 당시 연맹에서는 명쾌한 답을 내려주지 않던 때라 ‘K리그’와 ‘K-리그’는 여러 매체와 팬들 사이에서 혼용되고 있었다. 1998년 당시 연맹은 정규리그를 ‘98 현대컵 K-리그’로 칭했고 이후 2009년까지도 정식 명칭에 ‘K-리그’를 썼지만 ‘K리그’라는 표기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연맹은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K-리그’가 아닌 ‘K리그’라는 명칭을 써달라고 각 언론 매체에 요청했다. 그간 ‘K리그’와 ‘K-리그’가 혼용되며 혼란스러웠던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연맹은 한글 표기는 ‘K리그’로 정했고 영문 표기는 ‘K-League’로 공식 표기법을 확정지었다. 이후 연맹은 2013년 2부리그를 출범하면서 영문 표기법을 1부리그는 ‘K LEAGUE CLASSIC’으로, 2부리그는 ‘K LEAGUE CHALLENGE’로 확정했다. 연맹에서 이렇게 정한 이상 더 이상 표기법에 대한 반론은 무의미하다.

과거 프로축구가 처음 출범했을 당시에도 여러 매체에서는 ‘수퍼리그’와 ‘슈퍼리그’를 혼용해서 사용해 왔지만 프로축구를 주관하던 대한축구협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슈퍼리그’가 아니라 ‘수퍼리그’를 명칭으로 통일해 사용하도록 요청했고 이는 지금도 약간의 혼동이 있지만 지켜지고 있다. 나 역시 오랜 시간 ‘K-리그’라는 표기를 고수해 왔던 터라 이를 하루 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K리그’가 아니라 ‘K-리그’라고 표기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몇 차례 독자들로부터 지적을 당한 뒤 의식적으로라도 ‘K리그’라는 표기를 쓰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연맹이 요청한대로 ‘K리그’라는 표기가 더 익숙해졌다. 대부분 매체에서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K리그’라는 명칭을 쓰는 게 불편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잘 지켜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건 단순히 글 장난이 아니라 프로축구리그의 주체에서 정한 제대로 된 명칭을 제대로 불러주고 표기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여전히 ‘K-리그’를 쓰고 있는 일부 매체들

‘K리그’나 ‘K-리그’나 거기서 거기인데 작대기 하나에 뭐 그린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유사 표기를 아무렇지 않게 넘기게 되면 훗날 ‘케이리그’나 ‘케이-리그’ 등이 매체에 등장해도 교통정리가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언론사에서 ‘K리그’라는 올바른 명칭을 쓰기 위해 했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K-리그’라는 명칭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이다. 우리가 ‘EPL’을 ‘E-PL’로 표기하지 않고 ‘분데스리가’를 ‘분데스-리가’로 표기하지 않는 것처럼 ‘K리그’도 ‘K-리그’로 표기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연맹의 발표에도 상당히 혼란스러웠고 ‘K-리그’라는 표기가 언론 매체를 통해 자주 등장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K리그’라는 올바른 명칭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사자 스스로가 ‘K-리그’가 아닌 ‘K리그’를 원하기 때문에 연맹의 요청을 존중해줘야 한다. ‘유현진’이 아니라 ‘류현진’이 맞는 표기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매체에서는 ‘K-리그’라는 잘못된 표기를 바꾸지 않고 있다. 연맹이 ‘K리그’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정한 것도 벌써 4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K-리그’라고 당당히 표기하는 매체가 일부 존재한다. 일부 매체에서는 ‘K리그’를 ‘K-리그’라고 잘못 표기하는 걸 두고 자사 내부 교열 원칙이 그러하다고 주장한다. 외국어와 한국어가 붙어 있을 경우 하이픈(-)을 넣는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K-리그’와 ‘V-리그’ 등으로 표기법을 정했단다. 그런데 또 이런 매체에서는 ‘FC바르셀로나’를 ‘FC-바르셀로나’로는 표기하지 않는다. ‘J리그’와 ‘J-리그’도 오락가락한다. 자사 스스로도 내부 교열 원칙이 뒤죽박죽이라는 점은 둘째 치고 연맹이 ‘K리그’라면 이유를 막론하고 그냥 ‘K리그’인 거다. 상표권까지 등록돼 있는 ‘K리그’라는 고유명사를 자사 내부 교열 원칙에 따라 틀리게 표기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회사의 방침보다 연맹의 공식적인 명칭이 우선시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연맹에서도 이렇게 잘못된 표기를 하는 일부 매체에 지속적으로 정정을 요구했지만 그럼에도 정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여전히 ‘K-리그’라는 잘못된 표기를 굽히지 않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

이런 매체에서 ‘K리그’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기획해 보도하는 걸 자주 봤다. 다 ‘K리그’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훌륭한 말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제대로 된 명칭도 표기하지 않고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으면서 ‘K리그’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K-리그’는 이게 문제다. ‘K-리그’는 이렇게 변해야 한다.” 이런 기획 보도가 더 독자의 마음에 와 닿으려면 표기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한두 번 실수로 ‘K-리그’라는 표기를 쓰는 거면 이해할 수 있지만 숱한 지적에도 꿋꿋이 ‘K리그’를 ‘K-리그’라고 고집하는 건 ‘K리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과거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역시 이를 정체불명의 ‘N리그’로 표기하는 걸 고집하는 여러 매체들을 바로 잡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한 적이 있다. 본인들 스스로가 ‘내셔널리그’라고 불리길 원하는데 끝까지 ‘N리그’를 고집한 매체들 때문에 ‘내셔널리그’는 꽤 오랜 시간 이들에게 정정을 요구해야 했다. 오늘도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K리그’를 ‘K-리그’라고 잘못 표기한 일부 매체의 기사들이 톱뉴스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K-리그’가 아니라 ‘K리그’다

이건 단순한 말 장난이나 글 장난이 아니다. ‘K리그’가 발전하고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중 가장 기본적인 건 리그 명칭을 제대로 표기하는 것부터다. 리그 명칭도 제대로 표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리그 발전을 이야기하고 흥행을 논할 수 있을까. 이름도 자기 마음대로 바꿔 부르는데 여기에서 존중과 신뢰를 기대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나는 ‘K리그’라는 명칭 자체가 정통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불만인 사람이지만 일단 연맹이 ‘K리그’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정했으면 따르는 게 맞다. 여기에 무슨 내부 교열 원칙을 들먹일 이유도 없다. 대한민국 프로축구리그의 명칭은 ‘K-리그’가 아니라 ‘K리그’가 맞다. ‘스포츠조선’을 마음대로 바꿔 ‘스포오츠 조오-선’으로 표기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