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어제(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하고 말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출정식에서 패배한 홍명보호의 경기력도 실망스럽지만 그보다 더 실망스러운 게 있다. 바로 기성용이 국민의례를 할 때 왼손으로 경례를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게 단순한 실수일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기성용은 또 다시 쓸 데 없는 논란을 일으키며 대표팀의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기성용은 모든 이들을 우롱하는 이같은 행동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더 이상 대표팀에서 이런 애매모호한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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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기성용은 SNS를 통해 최강희 감독 비난 논란을 일으킨 뒤 “설교 말씀 중 일부”라고 변명했다.>

국민의례를 한다고 생각하고 가슴에 손을 올려보자. 초등학교 때부터 수도 없이 해온 습관 탓에 자연스레 오른손이 가슴에 올라간다. 이건 본능적인 거다. 왼손은 거들 뿐이다. 다시 오른손을 내리고 왼손을 올려보자. 무언가 심히 어색한 걸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A매치를 56경기나 뛰며 수도 없이 국민의례를 해온 선수가 단순히 이런 실수를 할까. 만에 하나 실수라고 한다면 국민의례도 못하는 선수를 국가의 대표로 뽑은 잘못은 더 크다. 대한민국 국기법 제3조(국기에 대한 경례방법)에는 ‘제복을 입지 아니한 국민은 국기를 향하여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대고 국기를 주목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기성용은 과거 청소년 대표팀 경기 도중 한 차례 똑같은 일을 저질러 놓고 실수라고 무마했던 전력이 있다. 본인 스스로도 누구보다 이 실수에 대해 잘 아는 선수가 또 다시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너그러이 용서해 줄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만약 이번에도 실수였다면 이건 대표선수로서의 존엄성 자체를 무시하는 꼴이다.

기성용은 애매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뒤 이걸 즐긴 게 벌써 여러 번이다. SNS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에 자격이 없다”고 써놓고 이게 당시 대표팀 감독에 대한 언급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목사님 설교 말씀인데요? 깨달음을 얻어 올린 글인데 기사가 왜 나죠? 웃고 넘어 가렵니다. 이젠 놀랍지도 화나지도 않네.” 그는 이 한마디로 그를 의심하는 모든 이들을 바보로 만들었지만 결국 이후 SNS를 통해 최강희 감독에 대한 모욕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이 발각됐다. 기성용은 2013년 최강희 감독이 공식적으로 사임을 발표하자마자 SNS를 통해 자신의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올려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당시 그의 친구들이 쓴 모자 이니셜은 ‘M’과 ‘B’, 홍명보 감독의 이니셜인 ‘MB'였다. 물론 이때도 기성용은 “아무런 의도도 없었다. 우연의 일치다”라고 했지만 일부 축구팬이 이 모자가 모두 기성용의 것이라는 증거를 올리기도 했다. 늘 기성용은 애매한 표현을 해놓고 혼란스러워하는 대중의 반응을 즐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비교적 조용하게 넘어가긴 했지만 2011년 아시안컵 당시 일본전 ‘원숭이 세리머니’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성용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중계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원숭이 흉내를 내며 일본을 조롱했다. 그래 놓고는 논란이 일자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정말 고맙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 내 가슴속에 영웅입니다. 관중석에 있는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 나는 선수이기 이전에 한국인이다.” 하지만 당시 경기장의 몇몇 일본인들이 김연아 가면을 쓰고 한국을 조롱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당시 현장에서 일제 전범기가 나부꼈다는 어떠한 증거도 포착되지 않았다. 기성용이 그렇게 말하니 다들 경기장에 일제 전범기가 내걸려 있었을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대놓고 인종차별을 한 기성용에 대해 일부에서는 냉정함을 잃고 “멋있다”고 추켜세우는 분위기였다.

기성용 스스로가 잘 알 거다. 그 당시 이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담당자들과 조광래 감독이 얼마나 머리를 싸매고 회의를 하고 발품을 팔며 돌아다녔는지 말이다. 한 선수의 철 없는 행동으로 많은 이들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고 자칫하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었다. 이때에도 기성용의 행동에 대해 많은 이들은 온갖 추측을 했다. 그를 옹호하는 이들은 이 원숭이 세리머니가 스코틀랜드에서 기성용이 당했던 인종차별에 대한 패러디라는 아주 그럴 듯한(?) 변호를 하기도 했고 기성용이 경기 도중 한국을 조롱하는 일본 관중으로부터 원숭이 울음소리를 듣고 화를 참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이 세리머니로 인해 축구팬들은 철저하게 양쪽으로 갈려 분열됐다. 한 선수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사단이 난 거다. 설령 경기장에 일제 전범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응으로 원숭이 세리머니를 했다는 건 용납이 안 된다.

세월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 이번에는 그가 왼손으로 경계를 했다. 대표팀의 의미 있는 출정식이었고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대해 논의해도 모자랄 시간에 그는 또 한 번 논란을 일으키며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축구팬들은 그가 단순히 실수를 했다는 쪽과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쪽으로 갈려 싸우고 있다. 아마 기성용이 지금도 SNS를 했더라면 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저는 그냥 긴장해서 실수를 한 것 뿐입니다.” 하지만 과거 수 차례 그의 이력을 볼 때 이 행동 역시 철저히 계산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는 무언가에 대한 반항심을 이렇게 표출하는 거다. 기성용은 또 다시 자신의 행동에 온갖 추측을 내놓는 이들을 바라보며 낄낄 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가대표팀이라는 무게감이 이렇게 한 선수의 철없는 행동으로 무너져 내리는 걸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 대표팀에는 이런 철없는 어린 아이 한 명 잡아줄 선수도 없나. 이래놓고 또 한 경기 잘하면 인종차별 세리머니도, 왼손 경례도 “멋있다”며 무한 찬양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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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 기성용이 이번에는 왼손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 또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MBC 중계방송 화면)>

출정식까지 마친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나는 얼마 전 칼럼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선수 선발에 대해 비판했지만 적어도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는 더 이상 비판을 자제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던 참이었다. 어제 경기력을 보고 실망하고 비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월드컵 본선 경기 전까지는 기다려보자고 욕을 잔뜩 먹을 각오로 칼럼을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악의적인 언행을 저질러 놓고도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대중을 바보로 만들었던 기성용은 또 다시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을까. 전국민이 응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응원할 맛 떨어지게 하는 행동은 하지 말자. 기성용은 철없는 행동으로 동료들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단순한 그의 실수였을까. 이제는 정 불만이 있거든 앞에서는 애매모호하게 행동한 뒤 뒤에서 헐뜯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라. 또한 정 그럴 용기가 없다면 축구에만 집중하라. 기성용, 당신은 중학교 2학년생이 아니다. 국가대표는 묵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