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의 전북현대가 프랑스리그 ‘전통의 강호’ 올림피크 리옹을 이겼다. 전북은 어제(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전에서 리옹을 상대로 2-0 승리를 챙겼다. 전북으로서는 프랑스리그에서도 강자로 평가받는 리옹을 상대로 대단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실로 박수를 보낼 만한 경기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 대해 일부에서는 참 많은 말을 쏟아낸다. 전북의 승리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전북이 이겼으면 이긴 거지 이 경기에 애써 여러 핑계를 대며 전북의 승리를 부정하는 모양새다. 뼛속까지 유럽인인데 신의 실수로 한국에서 잘못 태어난 이들에게 오늘 칼럼을 바친다.

전북은 1군이었고 리옹은 2군이었다?

K리그 팀이 유럽 프로팀을 이기면 늘 나오는 핑계가 있다. “상대팀이 2군이었다”는 거다. 이번에 전북이 리옹을 이기니 리옹의 변호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또 이 핑계를 들고 나왔다. 물론 리옹이 완벽한 1군은 아니었다.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프랑스 대표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클레망 그리니에, 막심 고날롱, 알렉산드레 라카제트 등 일부 주전들이 방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이번에 경기에 나선 선수들도 리옹에서는 꾸준히 경기에 나선 이들이다. 아무리 전북의 승리를 폄하하려 해도 엄연한 1군 선수들을 소속팀에서 벤치나 지키는 ‘쩌리’라고 깎아내려서는 곤란하다. 그러면 당신들이 그토록 아끼고 위대하게 칭송하는 리옹 주전 선수들 기분은 어떻겠나. 이번 경기에 나선 이들 대부분은 올 시즌 리옹에서 줄곧 뛰었던 선수들이다.

골키퍼 레미 베르쿠트르는 올 시즌 리옹 골문을 10경기(정규리그, 유로파리그, 리그컵 등 포함)나 책임졌다. 선발로 나선 수비수 마하마두 다보는 16경기에 나선 주전급 선수다. 이번 경기 중원에 배치된 메디 제판느(16경기)와 나빌 페키르(17경기), 가엘 다니치(18경기) 등도 준주전급 이상의 선수들이다. 아르놀드 음부엠바는 30경기에나 나섰다. 공격수 클린톤 엔지에(6경기)를 비롯해 선발 11명의 선수 중 올 시즌 5경기 이상 나선 선수가 7경에 이른다. 후반 교체 투입된 스티드 말브랑크(40경기)와 지미 브리앙(37경기)까지 포함한다면 완벽한 1군은 아니어도 2군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강력한 구성이다. 선발 선수 중 이번에 데뷔전을 치른 이들은 수비수 로마릭 은구마와 음부부니 다이란, 공격수 라시드 게잘 등 세 명뿐이다. 말브랑크와 브리앙 등이 뛰었는데 전북이 이겼으면 칭찬해주는 게 마땅한 일 아닐까.

옹졸해 보여서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지만 “리옹은 2군으로 나섰는데 전북은 정예 멤버로 나섰다”고 하니 전북의 선수 구성도 비교해 보자. 스쿼드로 따지면 전북도 이번 경기를 통해 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선발 출전한 이주용은 원래 왼쪽 측면 공격수지만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고 이범수와 정종희도 교체 투입돼 올 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권경원 역시 올 시즌 세 경기에 나선 게 전부인 선수이고 미드필더 최보경은 중앙 수비수로 첫 선을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전북이나 리옹이나 선수 구성을 따져 봤을 때 거기에서 거기다. 완벽한 1군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을 모두 뺀 2군도 아니었다. 로테이션 멤버를 대거 기용한 한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리옹이 2군을 기용해 전북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는 건 처음부터 말이 안 됐다.

리옹이 비시즌이라 경기력이 별로였다?

2군 핑계대면 지난해 전북이 할 말은 더 많다. 지난해 7월 전북은 프랑스 원정을 떠나 리옹과 격돌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를 병행하면서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전북은 여기에 주전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까지 겹쳐 이동국과 에닝요 등을 제외했고 이승기는 대표팀 차출로 빠졌다. 이범수와 정재원, 문진용, 박세직, 김상민, 권순용, 김우철, 김재환 등 전북 팬들에게도 낯선 선수들이 대거 원정길에 나섰다. 케빈과 레오나르도를 제외하고 주전급 선수들은 없었지만 리옹은 리산드로 로페즈와 라카제트 등 최정예 요원을 모두 투입했다. 전북은 이날 비록 1-2로 패하기는 했지만 시차 적응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리옹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현지 전문가들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전북이 2군을 데려갔다고 해서 이걸 변호해 주는 이들은 없다. 그런데 리옹은 이번에 2군이 왔다고 우리 스스로 이번 승리를 애써 깎아내린다.

2군 핑계가 안 통하면 우리의 유러피언들은 비시즌 핑계를 댄다. 유럽은 이미 시즌이 끝난 상태인 반면 K리그는 한창 시즌 중이기 때문에 경기력에 당연히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나. 프랑스리그는 이제 막을 내린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한 시즌을 준비하는 팀들은 대부분 순위 싸움이 치열한 리그 막판에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시즌이 끝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비시즌 핑계가 말이 되나. 그렇게 따지면 전북은 지난 13일 AFC 챔피언스리그 포항전 이후 오히려 더 오랜 휴식기를 보내고 있었다. 시즌은 리옹이 더 일찍 마무리했어도 경기 감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전혀 전북이 유리할 것도 없다. 시즌이 딱 끝나면 무슨 하룻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컨디션이 뚝뚝 떨어지나. 안타깝게도 비시즌 핑계를 대기에는 프랑스리그가 막을 내린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비시즌이라고 컨디션이 바닥이라면 K리그가 시작 전이었던 지난 1월 경남FC가 터키 현지에서 명문 베식타스를 1-0으로 제압한 건 어떻게 설명이 되나. 당시 시즌 중이었던 베식타스는 리그 15경기에 나서 10골 기록 중이던 포르투갈 대표 공격수 우고 알메이다와 슬로바키아 국가대표 필리프 홀로스코 등 주전 선수들을 모두 투입했었으니 2군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비시즌이라고 전력이 뚝 떨어져 있다면 경남은 베식타스에 정신 없이 밀리고 대패했어야 정상 아닌가. 이제 막 리그가 막을 내려 아직도 리그를 치르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리옹 선수들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우리나라에 왜 이렇게 많나. 그리고 이 대변인들은 2군 핑계와 비시즌 핑계가 통하지 않으면 또 다른 핑계를 댄다. 이런 ‘팩트’를 제시해주면 그땐 이렇게 말한다. “유럽 애들이 친선 경기라고 설렁설렁 뛰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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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 지난해 리옹과의 원정경기에 나선 레오나르도의 모습. 이 경기에서 전북은 주축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고도 선전했다. (사진=전북현대)>

폄하할 그 어떤 핑계도 없는 전북의 승리

하지만 적어도 내가 봤을 때 리옹은 최선을 다했다. 그저 경기력에서 전북에 밀렸을 뿐이다. 올스타전처럼 팬들에게 볼거리만을 제공하기 위한 경기도 아니었고 아무리 친선전이라고 해도 승부에 중점을 둔 경기였음이 분명하다. 또한 그 어떤 프로선수가 승부가 걸린 경기에서 설렁설렁 뛰나. 적어도 내가 아는 모든 선수들은 닭싸움을 하건 팔씨름을 하건 지고는 못사는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시차 적응에서 리옹이 약점을 안고 싸운 건 사실이지만 이는 전북의 지난 원정 경기 때도 마찬가지였고 이 문제가 전북의 승리를 폄하할 만한 큰 핑계가 되는 것도 아니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이번에는 모의고사여서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지 않았어”라고 하는 것 봤나. 왜 우리 스스로 그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지 모르겠다. 리옹 역시 최선을 다한 경기였고 그런 리옹을 제압한 전북의 경기력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그때는 심판의 오심 핑계를 대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이마저도 안 통한다. 만약 경기 도중 석연찮은 판정이 몇 차례 나와 리옹에 억울한 상황이 연출됐더라면 아마 심판의 오심 핑계를 대는 이들이 수두룩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번 경기에서 오심의 피해를 본 건 전북이었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된 전반 이동국의 골은 온사이드가 확실했다. 만약 이 골이 선언됐더라면 리옹은 더 크게 무너졌을 것이다. 경기에 별 영향이 없는 오심이더라도 그 판정으로 리옹이 손해를 본다 싶으면 득달 같이 달려들었을 이들이 가만히 있다는 건 그만큼 이 경기 판정으로 트집을 잡을 게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전북이 오심으로 손해를 봤으니 오심 핑계를 대는 건 전북의 승리를 폄하하는 이들로서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니 이번에는 참 조용하다.

2군 핑계, 비시즌 핑계, 오심 핑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핑계 모두 성립되지 않는 경기였다. 그런데 슬픈 건 K리그 팀의 승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북이 이기면 앞서 말한 것처럼 온갖 핑계를 대면서 그 승리를 깎아내리고 만약 전북이 졌다면 시차적응도 안 된 2군들한테 진 전북을 비롯해 K리그 수준까지 들먹이며 비난했을 것이다. 지금껏 겪어온 바로는 단언컨대 확신할 수 있다. 이렇게 유럽 구단과 교류를 해서 이기면 이 승리에 온갖 핑계를 들이대 승리를 폄하하고 또 교류를 안 하면 우물 안 개구리라고 비난한다. 이겼으면 승리한 이들에게 박수 정도는 보내도 될 걸 왜 그리 못 깎아내려 안달인지 모르겠다. K리그 팀이 유럽 프로팀을 이기면 유럽 프로팀과 하나로 엮인 자신의 패배로 받아들이는 건가.

잘한 경기에 박수 보내는 게 그리 어렵나

이 한 경기로 K리그 모든 구단의 수준과 프랑스리그의 실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최근 K리그 구단들이 함부르크나 풀럼, 선덜랜드, 리옹 등과 맞붙어 연이어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이런 결과를 가지고 K리그가 유럽 중상위권 구단 수준이라고 쉽게 평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이번 경기에서 전북이 완벽하게 리옹보다 앞섰다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승리조차도 온갖 핑계를 대며 받아들이지 못한다. 잘한 경기에는 한 번 정도 박수를 쳐줘도 될 텐데 말이다. K리그 팀이 유럽 팀 이기는 게 그리도 못 마땅한가. 졌어도 자기네들 유리하게 핑계 대며 해석하는 나라가 수두룩한데 이겨도 이렇게 자국리그 팀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이날 경기장을 찾은 리옹의 어린 팬들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경기를 즐겼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자국리그 팀의 승리를 즐기지 못한 채 이 승리를 폄하하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댄다. 프랑스 애들만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