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아시아에서 가장 잘 나간다. 남들은 한 번 나가기도 어려운 월드컵에 무려 8회 연속 출전하고 월드컵 4강이라는 믿기지 않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단골 손님도 K리그 팀들이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55년 동안 아시아 최고를 가리는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나라를 아시아 최고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다가올 2015 아시안컵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단순히 아시안컵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눈앞에 있는 아시안컵에 도전하는 걸 넘어 이제 우리는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아시안컵 개최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시안컵을 무시했다

우리는 아시안컵을 지금까지 너무 무시했다. 일단 축구계에서도 이 대회를 하찮게 취급했었다.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대통령배 축구대회가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아시안컵 예선에 대학과 실업 선수를 출전시키기도 했고 1992년 일본 아시안컵 예선 때에도 대학 선발팀을 출전시켰다가 본선 진출에 실패한 적도 있다. 이 대회에서 우리가 예선에서 탈락한 사이 일본은 역사적인 아시안컵 첫 번째 우승에 성공했었다. 한국이 1980년대 당시 아시안컵 선수 구성에 워낙 무성의하자 AFC 측으로부터 “선수 선발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아시안컵보다 오히려 한·중·일이 모여 우승하면 정신 승리하는 다이너스티컵이 우리에게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였다.

심지어 우리는 1956년 제1회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분실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1990년대부터 이 우승 트로피의 행방을 쫓았지만 결국 이 역사적인 트로피는 엉뚱하게도 지난 2012년 태릉선수촌에서 발견됐다. 이 정도로 우리는 아시안컵에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워낙 이 대회를 무시하니 여기에 온 힘을 쏟아 집중할 수도 없었고 당연히 우승과도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1960년 제2회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이후로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과연 이걸 경기에 나선 선수들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우리 스스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강이라면서 정작 아시아에서 열리는 가장 기본적인 대회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었다.

이런 아시안컵 무시 풍토는 일부 팬들에게도 나타났다. 지난 2010년 12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일부 네티즌은 “중요한 시기를 맞은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나섰다가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박지성 차출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충격이다. 박지성의 아시안컵 차출 논란 자체가 일어나는 현실이 놀라울 뿐이다. 이 이면에는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박지성을 보고 싶은데 하찮은 그런 대회에 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쩔 것이냐”는 의미가 깔려 있었다. 박지성 스스로 2010 남아공월드컵이 끝난 뒤 “일단 나의 가장 중요한 꿈은 아시안컵 우승을 내 경력에 넣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일부 팬들에게 아시안컵은 그저 부상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하찮은 대회 취급을 받았다.

아시안컵, 왜 중요한 대회인가

하지만 아시안컵은 이런 하찮은 대회가 아니다. 우리가 월드컵 다음으로 나갈 수 있는 큰 대회가 바로 아시안컵이다. 금메달 획득으로 인한 병역 혜택이 무척이나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우리 정서상 아시안컵보다 아시안게임 축구가 더 주목받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축구를 아시안컵에 비교하는 건 아시안컵 입장에서 땅을 칠 노릇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로 정체불명의 U-23 대표팀이 구성돼 치르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뼛속까지 유럽인인데 신의 실수로 아시아에서 태어난 걸 원망하는 이들에게 아시안컵이 하찮은 대회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쩌겠나. 우리가 월드컵 다음으로 나갈 수 있는 큰 대회가 바로 아시안컵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유럽 국가로 귀화하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는다. 물론 유럽으로 귀화해도 당신을 진정한 까딸루냐인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건 함정이다.

더군다나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각 대륙 우승팀이 모여 치르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갈 수 있다. 여기에 아시안컵에서 3위 안에 입상하면 다음 아시안컵 예선을 면제 받는다. 한국이 2011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해 이번 대회 예선을 면제 받고 그리스 등 유럽 원정을 떠난 동안 아시안컵 본선 자동 출전권을 따내지 못한 이란은 태국, 레바논, 쿠웨이트 등과 아시안컵 예선을 치렀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A매치 데이에 소중한 경험을 한 것도 아시안컵 3위 입상 덕분이었다. 이런 부가적인 혜택을 떠나 아시안컵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는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참가 자격이 없어도 아시안컵은 FIFA가 주관하는 대륙별 최고·최대 규모의 축구 제전이다. 아시아 챔피언은 월드컵에 얼마나 많이 나갔느냐가 아니라 아시안컵 우승 여부로 갈린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아시안컵 우승이 필수다. 이건 단순한 이벤트성 대회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지금 아시안컵 우승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이 대회를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으니 우승을 하지 못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우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 우리가 아시안컵을 다시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유로 대회를 개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월드컵 말고 개최할 수 있는 가장 큰 축구 대회는 바로 아시안컵이다. 이제 다시 우승컵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아시안컵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고 그 첫 단계로 아시안컵 유치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남이 차려 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을 생각보다 우리 스스로 밥상을 차려야 한다.

이미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우리가 아시안컵을 개최할 경우 그리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인천광역시처럼 이미 주경기장이 있고 축구 전용경기장까지 있는데 아시안게임 한다고 또 다른 주경기장을 짓는 낭비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는 이미 2002년 월드컵 이후 최고 수준의 축구장이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이미 이 경기장에서 꾸준히 K리그 경기가 열리고 있으니 따로 보수를 할 것도 별로 없다. 엄청난 돈을 들여 지은 월드컵 경기장에서 10년 넘게 리그 경기만 열리고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더 큰 낭비 아닌가. 아시안컵 개최를 통해 이 경기장을 다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경기장으로 본전을 뽑는 방법이다. 아시안컵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인천 아시안게임처럼 모든 경기장과 숙박 시설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 그저 있는 경기장과 인프라를 활용하면 된다. 월드컵 한 번 하자고 이 경기장들을 지어놓고 방치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미 훈련장 시설은 2002년 월드컵 당시 극찬을 받았다. 천안이나 울산, 경주 등의 훈련장을 써본 브라질, 스페인 등은 최고의 시설에 감탄하고 돌아갔었다. 이 시설들은 지금도 꾸준히 관리되고 있어 아시안컵을 유치해 다른 국가들의 훈련장으로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다. 또한 2017년 한국의 U-20 월드컵 개최 확정 후 서울을 비롯한 인천, 수원, 천안, 대전, 전주, 울산, 포항, 제주 등 9개 도시는 현재 적극적으로 대회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이미 경기장 반경 20㎞ 이내 3성급호텔 2곳 이상, 팀호텔 반경 30㎞이내 참가팀 훈련장 완비, 경기장 반경 20㎞이내 종합병원 소재 등의 조건은 다 갖춘 곳들이다. 당장 아시안컵을 한국에서 치른다고 해도 시설면에서 문제될 게 전혀 없다. 우리는 이런 큰 규모의 축구 대회를 치를 만한 충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꼭 월드컵 경기장이 아니어도 된다.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는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결국 이에 성공했다. 화성시에 있는 3만 5천석 규모의 화성종합경기타운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금 전국에는 이렇게 국제대회를 치를 만한 시설과 규모의 경기장이 넘쳐난다. 꼭 2002년 월드컵 당시 활용했던 경기장이 아니더라도 화성종합경기타운을 비롯해 고양종합운동장, 안산 와~스타디움, 진주종합운동장 등 A매치를 한 번이라도 열고 싶어 안달인 곳이 많다. 이들 도시는 화성시처럼 경기장을 통한 시 브랜드 자치 상승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안산만 하더라도 안산 와~스타디움을 활용하기 위해 경찰축구단을 유치할 정도다. 아시안컵은 국내의 여러 경기장 활용에 있어서 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국제대회 유치가 가능한 이 규모의 경기장들은 자꾸 쓰는 게 돈 버는 길이다. 어차피 가만히 방치해도 유지비는 줄줄 새 나간다.

관중 동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관중 동원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오만과 바레인의 경기를 보러 올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이런 텅텅 빈 경기장을 아시아 전역에 보여주는 게 망신은 아닐지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역대 아시안컵 중 ‘관중 대박’을 친 대회는 2004년 중국 아시안컵과 200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이 공동 개최한 아시안컵 정도다. 워낙 인구가 많아 뭘 해도 사람이 미어터지는 중국은 2004년 아시안컵 당시 평균 관중이 무려 31,877명에 이르렀다. 동남아시아 4개국이 공동 개최한 2007년 아시안컵 때는 이 네 나라가 각자 조마다 따로 편성돼 자국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4만 명에서 8만 7천여 명이 경기장을 채웠다. 하지만 4개국 아시안컵 때도 오만-이라크전에는 500명, 이란-우즈벡전에는 1,800명 만이 경기장을 찾는 등 관중 편차는 심했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당시에도 경기당 1천여 명의 관중이 전부였다. 관중 동원 걱정은 그리 크게 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아시안컵이 개최될 경우 아마 인기 없는 경기는 2~3천여 명의 관중이 들어찰 것이다. 하지만 개최국인 한국 홈 경기에는 기본적으로 4만 명 이상 관중이 들어찰 것이고 인근 국가인 중국과 일본 경기 역시 수만 명의 원정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게 분명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아시안컵 개최 자격이 있다. 월드컵이라고 뭐 다 관중이 꽉꽉 들어차나. 2006년 당시 나는 월드컵이 열린 독일 현지에 있었는데 한국-프랑스전 당일 경기장 앞에서 정가보다 훨씬 싼 암표를 파는 이들도 많이 봤다. 월드컵도 이렇게 관중이 다 들어차지 못하는 경기가 있는데 아시안컵이라고 무조건 경기장을 꽉 채워야 하는 건 아니다. 오만-이라크전에 500명이 찾는다고 해 우리의 열기를 폄하할 이도 없다.

더군다나 AFC는 2019년 대회부터 본선 참가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평균 관중은 다른 대회 때보다 줄거나 비슷할지 몰라도 대회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그에 따른 관광 수익 등은 더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본선 참가국이 늘면 아마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많은 이득을 볼 것이고 그들은 한류에도 상당한 관심이 있다. 아시안컵과 한류 등을 연계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그 이득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국가대표 2군, 처음 들어보는 클럽팀 등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팀들을 초청해서 코리아컵도 개최해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었는데 아시안컵이라고 못할 게 없다. 인프라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고 관중 동원도 그리 겁 먹을 필요가 없다. 한국 경기를 포함해 일본, 중국 등 몇몇 국가 경기의 흥행에만 성공하더라도 우리가 크게 손해 볼 건 없다. 그리고 2007년 U-17 월드컵은 뭐 우리가 돈이 돼서 개최했나. 이런 대회를 꾸준히 연다는 게 바로 그 나라 축구의 위상이기 때문에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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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0년 제2회 아시안컵이 열린 효창운동장의 모습. 당시 한국과 자유월남의 경기를 보기 위해 무려 1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경기장 근처로 몰렸다.

2023년 개최가 기회다

개최 시기에 대해 고민도 필요하다. AFC가 오는 6월 2019년 아시안컵 개최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국은 일본과 미얀마,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과 함께 살짝 관심을 보이다가 발을 뺐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태국 등이 입후보해 2019년 아시안컵 개최를 두고 경쟁 중이다. 이중에 최근 공동 개최로 아시안컵을 치른 태국이 가장 경쟁력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중동 국가에서 2019년 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동과 동아시아, 그리고 기타 지역(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호주 등), 그리고 중동으로 이어지는 나름대로의 순환 원칙이 지켜지고 있어 2023년 대회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싸움이 펼쳐질 텐데 이중 2회 대회 이후 가장 오래 대회를 개최하지 않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지역별 순환 원칙을 따지자면 2023년 대회는 충분히 우리의 몫이 될 수 있다.

만약 2023년 아시안컵 유치를 놓칠 경우 2027년(기타 지역)과 2031년(중동)에 이어 2035년 정도는 돼야 우리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 그때까지 언제 기다리나. 아마 우리가 그때까지 이 세상에 살아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시안컵 개최 기회가 21년 뒤에나 온다는 건 너무나 괴로운 일이다. 2023년 아시안컵 유치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공론화하고 준비를 하는 게 어떨까. 이 시기를 놓칠 경우 우리는 또 기나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2002년에 월드컵을 개최해 놓고 아무런 명분도 없이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또 도전해 실패하는 것 보다는 아시안컵 개최가 훨씬 더 현실성이 있다. 또한 먼훗날 또 다시 월드컵 등 국제 이벤트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런 아시안컵을 비롯한 대회를 자주 유치해 우리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호주가 2015년 아시안컵을 개최한 것도 향후 월드컵 개최를 위한 전초작전이었다. 대륙별 최고 권위의 대회에 관심도 없는데 우리에게 누가 월드컵 개최라는 또 한 번의 영광을 줄까.

55년 무관? 55년 무관심이 더 큰 문제

지금껏 우리의 아시안컵 무시 풍토를 떠나 왜 우리가 아시안컵을 개최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아시안게임이나 동계올림픽 등 스스로는 엄청난 이득을 남긴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적자 투성이인 대회도 척척 유치하면서 왜 아시안컵은 안 될까. 나는 아시안컵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자기 업적 남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과 동계올림픽 등은 해당 도시의 이름을 건 행사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업적을 남기기 참 좋은 대회다. 이런 대회 개최 한 번이면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안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열리고 축구협회가 나서야 하는 아시안컵은 개인적으로 지자체장이나 정치인 누구의 업적으로도 미화하기가 쉽지 않다. 아시안게임도 2002년에 이어 올해 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데 아시안컵이 55년 동안 열리지 못한다는 건 결국 정치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가 나섰으면 좋겠다. 우리는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맹주’라면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아시안컵을 개최하고는 지금까지 이 대회 유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제2회 아시안컵 개최를 위해 만들었던 효창운동장이 이제는 그 쓰임새를 다 한 지금까지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아시안컵을 개최할 마음이 없다. 우리는 이제 이 대회 우승이 절실한 입장이 됐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잔치의 주인공이 될 필요가 있다. 또한 아시아 축구 최정상이라는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구축하기 위해서도 아시안컵 개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인프라는 다 갖춰져 있고 우리 마음 먹기에 달렸다. 나는 55년 동안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보다 55년 동안 아시안컵을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시안컵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나라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도 참 이상한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