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현회입니다. 오늘은 제 입장을 전하는 글이라 존칭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한 뒤 저에게 왜 이 경기 칼럼을 쓰지 않고 피하느냐는 반응을 봤습니다.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었는데 왜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현재 네이트에 칼럼을 기고하는 것 말고도 많은 일을 합니다. 방송 및 외부 기고 등입니다. 그리스전 역시 다른 스케줄을 마치고 경기 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일정상 사흘 정도 칼럼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가끔 일정이 몰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시의성과 상관없는 칼럼을 미리 써놓고 대체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스전이 어떤 결과로 끝나도 이슈일 텐데 그리스전 다음 날 쌩뚱 맞은 소리하는 전혀 다른 주제의 칼럼이 올라가는 것도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칼럼 하나를 쓰려면 6~7시간은 족히 걸리는 데 그리스전 리뷰를 하기에는 이미 정해진 일정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늘 “남들 다 쓰는 칼럼은 최대한 피하자”는 게 철학입니다. 며칠 동안 논란 많았던 박주영 선수의 득점 기사가 엄청나게 쏟아질 텐데 같은 시기에 같은 내용으로 찍어내듯 똑같은 칼럼을 쓰는 것도 제가 원하는 바는 아닙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 동안에도 K리그를 비롯해 여자축구 등 다른 칼럼도 많이 썼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박주영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쓸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선수가 골을 넣었다고 해 애써 칼럼을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한국 축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인데 왜 제가 한국 축구의 승리에, 더군다나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는 대표팀에 해결사가 등장했는데 왜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을 흑백 논리로 보시는 분들은 제가 무조건 박주영 선수와 기성용 선수를 싫어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두 선수가 골을 넣거나 좋은 활약을 펼치면 가장 먼저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게 바로 접니다. 이 선수들이 잘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김현회 보고있나?” 네. 물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과거 칼럼을 통해 이 두 선수의 실력을 비판한 게 아니라는 걸 대두분의 독자 분들은 알고 계실 겁니다. 박주영 선수는 편법 병역 논란에 관한 칼럼이었고 기성용 선수는 SNS를 통해 최강희 감독을 비난했던 게 칼럼 주제였습니다. 이건 선수들의 실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저는 이 두 선수의 실력을 부정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이 두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치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또한 이 두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펼친다고 해 과거 제가 썼던 칼럼이 정당성을 잃는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둘이 축구를 못하니 대표팀에서 빼라”고 주장했던 사람이라면 지금쯤 제 논리는 무너졌겠지만 저는 이 둘의 실력을 의심한 적이 없고 그런 칼럼을 쓴 적도 없습니다. 병역 논란이나 SNS 논란은 축구 실력과는 상관 없는 주제입니다.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었다고 해서, 기성용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고 해서 제가 그들의 실력을 폄하할 이유도 없습니다. 병역 논란이나 SNS 논란을 제기하면 그들의 실력을 비롯한 모든 걸 부정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흑백 논리를 펼치는 이들에게는 제가 그저 ‘박주영, 기성용의 안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저에게 이 둘은 다른 선수들과 똑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제가 무슨 ‘박까의 대부’쯤 되나요. 얼마 전 팟캐스트 방송에 나가서는 “홍명보 감독이 정말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한다면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부족한 박주영도 과감하게 뽑아야 한다. 스스로 세운 원칙에 갇혀 선택의 폭이 좁아져서는 안 된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예전에 저는 이영표 선수의 실력을 칭찬하는 칼럼을 쓴 적도 있지만 개신교 이기주의와 관련해서는 그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영표의 안티’가 되는 건 아닙니다. 비판할 문제가 있다면 실력을 떠나 할 말은 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들의 실력까지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얼마 전 칼럼을 통해 분열된 대표팀은 잘 되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기성용이 파벌을 조장했다고 칼럼을 쓴 김현회가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반응이 꽤 있었던 걸로 압니다. 그런데 당시 기성용 선수 SNS 논란을 제기한 칼럼을 지금 다시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제가 당시 주장한 건 선수가 감독을 조롱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고 축구계 대선배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는 주제였습니다. 전 단 한 번도 기성용 선수가 파벌을 조장했다고 주장한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제가 대표팀의 파벌을 폭로한 칼럼니스트가 돼 있었습니다. “이걸 모든 유럽파와 국내파의 다툼이라고 확대해석하지는 않고 싶다”는 내용도 그때 칼럼에 썼습니다.

얼마 전 한 지상파 방송사의 PD가 연락을 해온 적이 있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안현수 선수 일과 관련해 스포츠계 파벌에 대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기성용 선수 SNS 칼럼으로 축구대표팀 파벌을 공개한 당신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가 파벌을 주장한 적은 없다. 나는 단지 선수 개인의 인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다”면서 정중히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박주영 선수의 실력을 문제 삼은 적도 없고 기성용 선수가 파벌을 조장했다고 주장한 적도 없습니다. 선수 개인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그라운드에서 좋은 실력을 선보이는 건 이것과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라운드에 선 그들을 저도 응원합니다.

제가 해외파를 폄하하고 국내파만 감싸고 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당연히 국내에서 잘하는 선수가 실력을 인정받고 해외에 진출하니 해외파 선수의 실력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이걸 누가 부정할까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남들 다 쓰는 기사는 쓰지 말자’가 원칙입니다. 허구헌 날 “박지성이 짱이에요. 손흥민 대단하네요. 이청용은 어서 2부리그를 탈출하세요”라고 하면 저도 칼럼 쓰기 참 편합니다. 그런데 이건 누구나 다 압니다. 박지성이 대단하고 손흥민이 기대되고 이청용이 더 좋은 팀으로 가면 좋겠다는 걸 세상이 다 아는데 꼭 칼럼으로 써야 할까요. 제가 해외파 관련 칼럼을 최대한 자제하는 이유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고 누구나 다 쓰는 기사인데 거기에 편하게 숟가락을 얹기 싫어서입니다. 남들 다 쓰는 박지성 기사는 쓰지 않는 게 지금도 제 원칙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습니다. 꼭 국내파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만 쓰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뛴 선수 중에서도 우리가 잘 모르는 이들의 생소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미하일 안’이나 해외 오지에서 축구를 전파하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발굴하려고 계속 노력 중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이미 국내에서 실력적으로 검증받고 나간 선수들이니 누가 그들을 폄하할 수 있습니까. 해외파를 폄하하고 국내파만 감싸고 돌 이유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서울의 ‘경고 세탁’을 다루기도 했고 투자하지 않는 포항에 대한 비판 칼럼도 썼습니다. 부천 곽경근 감독 비리에 대해서도 칼럼을 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국내 구단과 선수에 대해 옹호하지 않습니다. 국내 구단 및 선수 비판 칼럼으로 여러 번 공개하기에도 껄끄러운 협박을 당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할 말은 할 생각입니다.

제가 이런 해명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저를 깔 사람은 깐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칼럼을 통해 제 주장을 말하면 그게 ‘선동질’이 되고 훈훈한 이야기를 담으면 ‘감성팔이’가 되고 가끔 웃자고 쓴 글은 ‘블로그에나 어울릴 법한 글’이 됩니다. 그런데 그게 다 칼럼의 요소인데 어쩌겠습니까. ‘김현회가 자살할 때까지 까라’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해명 글 하나로 그분들의 마음을 돌릴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칼럼을 쓰는 사람은 또 다른 칼럼으로 이야기해야지 구구절절 “사실 저는 그게 아니었거든요”라고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해명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또 이 내용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아마 오늘 글이 나가면 “그건 그렇고 이건 또 어떻게 해명할 건데?”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건 제 생각을 밝히고 때론 누군가를 비판해야 하는 제 직업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되 최대한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신중을 기하려고 합니다. 제 갈 길을 가면서 필요하다면 독자 분들과 계속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주영 선수와 기성용 선수의 활약에 대한 제 입장을 설명하려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된 이야기, 때론 여론의 질타가 무서워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담는 칼럼니스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그리스전 박주영 선수의 득점에 늦게나마 축하를 보냅니다. 저는 ‘박빠’도 아니고 그렇다고 ‘박까’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