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K리그 팬들은 선수들의 이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을 것이다. 아끼던 선수의 이적에 슬퍼하고 탐내던 선수의 영입에 환호하며 보낸 오프시즌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2014 K리그 클래식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영입에 대해 꼽아보려 한다. 물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 마음대로 정한 순위다. 과연 2014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앞두고 가장 기대되는 영입은 누구일까.

10위. 주앙파울로 (대전->인천)

주앙파울로를 선정한 데 있어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승 청부사’나 ‘승격 청부사’는 들어봤어도 주앙파울로만한 ‘강등 청부사’도 없기 때문이다. 2011년 광주에 입단한 주앙파울로는 팀이 강등되자 대전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결국 대전에서도 강등을 피할 수 없었다. 옮겨가는 팀마다 강등을 경험했으니 그가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인천 팬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설마 우리도?’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런 속설(?)만 믿고 그를 꺼려하기에는 주앙파울로의 기량이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주앙파울로가 늘 강등 1순위 팀에서 뛰는 와중에도 세 시즌 동안 105경기에 나서 22골 11도움을 기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인천은 늘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실패해 왔다. 지난 시즌 뛰었던 최전방의 디오고와 찌아고도 살짝 아쉬운 모습이었다. 몸싸움에 능한 디오고와 치고 달리기로는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던 찌아고를 섞어 놓으면 좋았을 텐데 그 둘은 결국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주앙파울로라면 충분히 디오고와 찌아고보다는 나은 플레이를 펼쳐줄 수 있을 것이다. 몸싸움이 뛰어난 설기현과 기교파 주앙파울로의 호흡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팀이 강등돼도 꿋꿋이 K리그 클래식 무대에 혼자 살아남아 있는 근성의 주앙파울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올 시즌에는 그가 ‘강등 청부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과연 주앙파울로가 강등이라는 개인적인 불명예와 함께 인천의 최근 실패한 외국인 공격수 계보까지 끊을 수 있을까.

9위. 김은선 (광주->수원)

김은선은 인지도면에서 다소 떨어진다. 아마 김은선보다 박은선이 축구계에서는 더 유명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K리그 이적시장에서 김은선은 알짜배기 선수였다. 비록 인지도면에서는 다른 스타 선수들에 비해 뒤지지만 김은선의 기량을 따져본다면 이런 ‘꿀영입’도 없다. 더군다나 박현범과 이용래가 나란히 경찰축구단에 입대한 상황에서 듬직하게 중원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한 수원으로서는 투쟁심 넘치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의 합류가 무척이나 든든하다. 김두현이나 오장은 등 공격력이 뛰어난 미드필더 밑에서 김은선이 파이터의 본능을 보여준다면 수원은 올 시즌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김은선을 노리는 K리그 클래식 구단이 무척이나 많았는데 결국 수원이 승자가 됐다. 그만큼 김은선의 가치는 대단하다.

김은선은 세 시즌 동안 광주에서 88경기에 나서 15골 4도움을 기록했다. 지금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지만 대학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했던 그는 활동량은 물론 결정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해에는 27경기에서 7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아마 올 시즌 김은선은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궂은 일을 하며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골을 넣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겠지만 한 번쯤은 투박하게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싸움닭 역할을 하는 김은선을 주목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한 광주에서 주장을 맡으며 탁월한 리더십까지 보여준 김은선은 스타 선수는 많지만 하나로 응집되는 힘이 부족한 수원에 딱 맞는 유형의 선수 아닐까. 수원에 넝쿨째 굴러온 김은선의 올 시즌 활약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8위. 서상민 (전북->상주)

아마 본인이 원한 이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군대에 정말 가고 싶어서 가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1월 13일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서상민은 아마 지금쯤 주기표에 마지막 한 줄을 사인펜으로 까맣게 칠하고 야간 행군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육군훈련소에서 퇴소한 뒤 상주상무 선수단에 합류하면 상주로서는 무척이나 큰 힘을 얻을 것 같다. K리그 챌린지에서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상주로서는 이 무대에 잔류하기 위해 서상민의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이근호와 이호, 이재성, 김동찬 등 지난해 입대한 선수들에 비해 올 시즌 영입은 그만큼의 무게감이 부족한 상주 입장에서는 서상민의 가세가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서상민은 처진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등을 오가며 전천후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다. 기존 이근호와 하태균 등 공격진이 그대로 남은 상황에서 서상민은 2선 공격수로서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근호에 수비가 집중될 경우 서상민이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만약 그가 군입대가 아니라 K리그 클래식 이적시장에 정상적으로 나온 선수였다면 아마 군침을 흘릴 팀들이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하지만 상주는 연봉 약 120여만 원에 이런 특급 선수를 얻었으니 이보다 더 알찬 영입이 있을까. 오늘(25일) 기준으로 제대까지는 594일 남았으니 서상민은 제대 날짜 생각하지 말고 매일 매일 축구에만 전념하면 된다. 그가 제대하는 2015년 10월 12일은 안 올 수도 있다.

7위. 알미르 (고양->울산)

K리그 챌린지에서도 중하위권에 속한 고양의 외국인 선수가 K리그 클래식에서도 빅클럽에 속하는 울산으로 이적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더군다나 이 선수는 2008년 K리그 경남에서 7경기에 나서 한 골을 넣은 게 전부인 공격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올 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은 알미르에게 기대하고 있다. 알미르가 지난 시즌 고양에서 보여준 플레이에 반했기 때문이다. 빠른 발과 골 결정력을 갖춘 알미르는 상대적으로 약한 고양 공격진을 이끌며 후반기 연승 행진의 주역이 됐고 결국 18경기에서 6골 3도움의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K리그 챌린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실력만 놓고 본다면 그 어떤 K리그 클래식 외국인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한 능력이다. 김신욱과 하피냐 등 상대적으로 강한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춘다면 지난 시즌 이상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울산으로서는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비워둘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저렴한 돈을 지불하고 알미르를 데려왔다. 호베르또의 계약을 해지하고 하피냐와 마스다만 활용하려던 울산 입장에서는 가격 대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선수를 영입한 것이다. 울산은 제주와의 알미르 영입 전쟁에서 이겨 쾌재를 불렀다. 또한 다가올 6월 김신욱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무대에 설 것이 확실시 된다. 울산으로서는 월드컵을 전후해 김신욱의 활용이 지난 시즌만큼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알미르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울산의 후방 공격 지원이 고양보다 훨씬 낫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08년 경남에서의 실패를 깔끔하게 씻어내는 활약을 펼칠 수도 있지 않을까.

6위. 황일수 (대구->제주)

매년 시즌을 앞두고 황일수에 대한 이적설은 꾸준히 나돌았다. 2010년 대구에 입단한 황일수를 눈독 들이는 구단이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잔인한 K리그 몇몇 관계자들은 대구가 강등 되면 곧바로 황일수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면서 대구의 강등을 기다릴 정도였다. 그리고 결국 대구가 강등되자 황일수는 매물로 나왔고 결국 제주가 허재원에 현금을 더해 황일수를 낚아챘다. 황일수가 제주를 선택하자 여러 구단에서 땅을 쳤다는 이야기도 들려올 정도로 그를 기대하는 구단은 무척이나 많았다. 100m를 11초대 초반에 주파하는 황일수는 여기에 날카로운 크로스와 슈팅까지 겸비해 측면을 완벽히 지배할 수 있는 선수다. 황일수는 네 시즌 동안 대구에서 134경기에 나서 22골 20도움을 기록했다.

제주는 황일수와 함께 드로겟을 영입했다. 이미 아기자기한 중원을 구축한 제주로서는 양쪽 측면에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황일수와 기교가 뛰어난 드로겟을 포진시키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빠른 발을 앞세운 황일수가 송진형과 윤빛가람 등의 전진 패스를 이어 받아 상대 2선으로 침투하는 플레이도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배기종이 수원으로 떠났지만 황일수가 있다면 배기종의 빈자리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빠른 발을 앞세운 선수들은 몸싸움에서 약한 면모를 보이는데 황일수는 피지컬적인 측면에서도 절대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류승우를 영입했을 때 환호했다가 그의 레버쿠젠 임대로 급실망한 제주 팬이라면 올 시즌 황일수를 보면서 그 실망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5위. 강승조 (경남->서울)

서울로서는 하대성이 중국으로 떠난 빈자리가 무척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 자리를 완벽하게 메울 복안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경남에서 영입한 강승조라면 어느 정도 하대성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대성만큼은 아니더라도 강승조 역시 공격과 수비 조율 능력은 물론 수비력까지 갖춘 미드필드 자원이기 때문이다. 2008년 부산에 입단한 강승조는 이후 전북과 경남 등을 거치며 127경기에 나서 19골 14도움의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고 특히 지난 해에는 K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리 수 공격 포인트(4골 6도움)를 기록했다. 수도권 팀에서 뛴 적이 없어 인지도면에서는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강승조만한 알짜배기 선수도 없다.

더군다나 서울은 이적료를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이 실력자를 영입했다. 강승조의 높은 몸값을 감당하기 버거웠던 경남은 결국 그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FA로 풀어줬다. 경남으로서는 병역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강승조를 계속 데리고 있기에도 부담이 있었다. 강승조가 FA가 됐다는 소식에 서울을 비롯해 강승조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던 구단들이 달려든 것은 당연했고 결국 이 영입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건 서울이었다. 이적료 없이 하대성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는 건 서울로서는 대단한 행운 아닐까. 물론 하대성뿐 아니라 데얀과 아디까지 빠진 서울이 올 시즌 쉽지 않은 도전에 임해야겠지만 그나마 강승조가 있어 다행이다. 오히려 투쟁심과 롱패스 능력 등에서는 더 성장하면 하대성을 넘을 수도 있는 선수가 바로 강승조다.

4위. 김남일 (인천->전북)

K리그에 관심이 별로 없는 이들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김남일이 아직도 뛰어? 언제적 김남일이야?” 하지만 내가 지난 시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자주 직접 지켜본 김남일은 오히려 지금이 전성기인 것 같다. 축구를 통달한 것만 같은 농익은 플레이를 펼치며 전체적으로 어린 팀을 무척이나 잘 이끌었다. 패스를 차단해 공격으로 전개하는 능력은 한창 때보다도 더 물이 올랐다. 그런 그가 인천을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는다는 발표가 났을 때가 떠오른다. 인천 논현동에 살며 늘 여자들이 “어디 사느냐”고 물을 때마다 서울 논현동처럼 보이려고 “논현동이요”라고만 대답하는 내 친구 ‘인천맨’ 김동혁은 김남일의 이적 소식을 듣고 분노의 소주를 들이켰다. 나와 함께 지난 시즌 인천 경기를 꾸준히 지켜본 김동혁은 김남일의 열혈 팬이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이미 한물 갔다고 평가받는 선수를 데려와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지도자다. 이동국이 그랬고 김상식이 그랬다. 김남일 역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전북에서 꾸준히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김상식이 은퇴한 상황에서 팀을 하나로 이끄는 능력도 김남일에게 기대하고 있다. 경험 많은 선수와 젊은 선수가 어우러져야 좋은 성적이 나오는데 김남일이라면 충분히 경험 많은 선수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미 정혁과 권경원을 보유한 전북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김남일이 체력을 적절히 안배하면서 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하고 여전히 좋은 기량을 경기장에서 뽐내고 스타 선수 영입으로 마케팅까지 활발해졌으니 김남일 영입은 1석 3조다. 칼국수와 쫄면으로 대변되는 전주의 ‘베테랑’보다 더한 ‘베테랑’이 전주에 왔다.

3위. 김영광 (울산->경남)

김영광은 늘 대표팀에서 2인자에 머물렀지만 언제든 국가대표에 뽑혀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능력을 지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도 나선 그는 A매치 17경기에 출전해 15골만을 내주며 철벽 방어를 선보였다. 2007년에는 울산으로 이적해 2012년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도 큰 힘을 보탠 김영광은 K리그 모든 팀들이 탐내는 골키퍼다. 비록 지난 시즌 울산에서 김승규에게 밀리고 말았지만 K리그에서 200경기에 넘게 나선 그의 경험은 엄청난 자산이다. 김영광을 탐내는 구단보다 탐내지 않는 구단을 찾는 게 빠를 정도로 그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그런 그가 경기에 나서기 위해 울산을 떠나 임대로 경남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경남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영입이 없다. 지난 시즌 백민철과 하강진, 박청효 등을 번갈아 기용했던 경남은 골키퍼들의 불안한 플레이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었다. 더군다나 올 시즌을 앞두고 백민철은 K리그 챌린지 광주로 떠났고 하강진과 박청효로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경기에 임한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런데 김병지 이후 늘 골키퍼 부재를 겪었던 경남이 김영광을 얻었으니 이보다 더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까. 남아공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도전하는 김영광으로서도 상대적으로 자신의 활약을 제대로 선보일 수 있는 팀에 와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골키퍼 중 김영광의 플레이를 가장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2위. 한교원 (인천->전북)

나는 지난 시즌 한교원을 열렬한 팬이었다. 볼 때마다 그의 플레이에 감탄했다. 측면에서 골 라인을 파고 들며 돌파하는 한교원의 플레이 때문에 인천 경기를 보면서는 치킨도 먹을 겨를이 없었다. ‘도대체 저런 선수가 왜 대표팀에 뽑히지 않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역시나 이런 재능을 K리그 클래식의 ‘큰손’인 전북이 놓칠 리 없었다.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교원을 영입하면서 박희도와 서상민이 병역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빠진 자리를 채웠다. 더군다나 티아고의 임대 기간까지 끝난 전북으로서는 한교원이 무척이나 필요했던 것 같다. 이제 전북은 측면에 한교원과 레오나르도, 이승기 등 무척이나 훌륭한 자원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경기를 보면 가끔 한교원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그는 전북에서 조금 더 편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한교원은 지난 시즌 인천에서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두 경기를 제외하고 무려 36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패싱력이 다소 아쉽지만 돌파력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또한 전북에서의 적응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정혁과 정인환, 이규로 등 인천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전북에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께 팀을 옮긴 김남일의 존재도 든든하다. ‘닥치고 공격’하는 전북의 팀 컬러와도 부합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물론 점유율이 상대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밀려 역습 위주의 경기를 펼친 인천과 다르게 전북은 상대 선수들이 수비적인 전술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한교원이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정교한 크로스 능력까지 갖췄다면 더욱 좋겠지만 어떻게 올려줘도 골로 연결하는 ‘발리 장인’ 이동국이 최전방에 포진해 있으니 아마 인천 시절보다도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1위. 에스티벤 (비셀고베->제주)

그의 플레이를 다시 직접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2010년 울산 유니폼을 입은 뒤 세 시즌 동안 K리그 중원을 평정했던 울산의 그 에스티벤이 일본 무대를 거쳐 다시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이건 K리그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경사다. 만약 그가 K리그에 복귀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에스티벤의 플레이를 추억 속의 한 켠에서 꺼내 안주거리 삼아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에스티벤 보고싶다. 그만한 선수도 없었는데.” 하지만 그가 드디어 돌아왔다. 과거로만 남을 것 같던 역대 외국인 선수 전설 계보가 다시 현재 진행형이 된 셈이다. 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언제나 묵묵히 뒷문을 책임져 주던 그 에스티벤이 마침내 제주 유니폼을 입게 됐다.

1년 동안 J2리그 비셀 고베에서 뛰며 에스티벤이 기량 저하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제주의 상황과 포지션을 놓고 봤을 때 그의 영입은 확실히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송진형과 윤빛가람 등 중원에서 예쁘게(?) 공을 차는 선수들을 뒷받침 해주기에 활동량과 커팅 능력이 탁월한 에스티벤만한 선수가 또 있을까. 미드필드를 중시하는 박경훈 감독 스타일에도 에스티벤의 가세는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또한 에스티벤이 일본에서 문화적 차이를 겪으며 비셀 고베와 계약 해지 수순을 밟고 있던 터라 제주는 그리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에스티벤을 영입할 수 있었다. 2012년 울산의 AFC 챔피언스리그 무패 우승의 원동력 에스티벤이라면 미드필드 중심의 제주 축구에 무난히 적응하는 걸 넘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