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불가리아 공격수 발레리 보지노프 영입을 준비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흘러 나왔다. 이 훌륭한 공격수가 K리그 무대에서 뛰게 된다면 아마 팬들에게는 더욱 큰 재미가 될 것이다. 오늘은 보지노프를 비롯해 K리그 무대에 입성한다면 K리그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할 훌륭한 이들을 소개하려 한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 오로지 실력만 가지고 논하는 것이니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 이상한 사람 눈에는 이상한 것만 보이는 법이다.

발레리 보지노프(Valeri Bojinov)

발레리 보지노프는 유럽 빅클럽을 거친 대단한 선수다. 피오렌티나를 비롯해 유벤투스, 맨체스터 시티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팀을 두루 거쳤다. 맨시티에서는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이후 파르마에서 3년 동안 61경기 11득점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친 그는 이후 포르투갈 스포리팅을 거쳐 현재에는 새 구단을 찾고 있는 상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불가리아 대표팀에 차출되는 등 A매치에도 37경기에 나서 6골을 기록 중이다. 데얀의 이적으로 공격진에 공백이 생긴 서울로서는 보지노프를 영입할 경우 데얀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양심의 가책(?)을 느낀 국내 언론에서는 종종 이 선수를 ‘보이노프’라고 하기도 하는데 불가리아어로 그의 이름은 'Валери Божинов'다. 영어식 표기는 'Valeri Bozhinov'이고 흔히 알려진 'Bojinov'는 프랑스어, 포르투갈어식 번역이다. ‘보이노프’라고 부르는 이들은 J가 묵음이라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로마자 J로 표기되는 불가리아어는 묵음이 아니다. 그의 이름은 빼도 박도 못하고 ‘보이노프’가 아닌 ‘보지노프’인 것이다. 앞으로 당당하게 보지노프라고 부르자. 당신 이름을 사람들이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기분이 섭하겠나. “보지노프, 슛!.” 이렇게 해설진이 외쳐도 이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다.

지에드 자지리(Zied Jaziri)

튀니지 축구의 영웅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자지리의 플레이는 지금도 튀니지 축구 역사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전반 23분 과감한 왼발 발리슛으로 골을 기록한 자지리는 이후 튀니지가 두 골을 허용한 상황에서 팀의 극적인 동점골을 도우며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2004년 모로코와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에서도 결승골을 뽑아냈던 자지리는 터키 가지안텝스포르에서 세 시즌 동안 49경기에 나서 17골을 기록한 뒤 프랑스리그 트루아로 이적, 44경기 6골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후 2008년 알 쿠웨이트를 끝으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978년생인 자지리는 비록 현역 생활을 마감했지만 아마 K리그 챌린지 수준의 팀에서 뛴다면 지금도 후반 조커로 경기에 나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 방황하다가 2011년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 자지리로서도 명예회복을 위한 기회가 한 번쯤 필요하지 않을까. K리그 구단이 자지리를 영입해 서울과의 경기에서 보지노프와 자지리의 맞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고 서울이 아예 자지리까지 데려와 보지노프와 영혼의 투톱을 구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자지리 정도라면 충분히 K리그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능력이 있다. 더한 ‘드립’은 많은데 나머지는 생략하겠다. 나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심의 규정을 준수한다.

안티 니에미(Antti Mikko Niemi)

핀란드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안티 니에미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핀란드 최고 클럽인 HJK헬싱키에서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뒤 이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등을 거치며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했다. 레인저스를 거쳐 2002년부터 사우스햄턴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그는 이후 풀럼에서도 주전 수문장으로서의 몫을 다했다. 사수스햄턴에서 풀럼으로 이적할 2006년 당시 그의 몸값은 무려 1천5백만 파운드(한화 약 260억 원)에 이를 정도였다. 늘 하위권 팀에 머물렀지만 그래서 그의 선방 능력은 더욱 빛났다. 2008년 현역에서 물러났다가 2009년 포츠머스와 1년 계약을 맺으면서 현역 선수로 복귀했던 적도 있었다. 2003년 핀란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니에미는 현재 고향팀인 HJK헬싱키와 핀란드 국가대표팀에서 골키퍼 코치로 일하고 있다. A매치에도 무려 67경기에 나설 만큼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니에미는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K리그 무대에 여러 외국인 골키퍼 코치가 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니에미가 K리그에서 유망주 골키퍼들을 지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새로운 골키퍼 코치를 구하는 K리그 구단이 있다면 니에미에게 한 번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상도덕을 따졌을 때 ‘안티 니에미’가 어버이날 경기 하루 정도 벤치를 비우는 건 감안해야 하지만 이외에 니에미를 영입해 손해 볼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름은 불효자일지 몰라도 팀 공헌도 만큼은 효자다.

지안프랑코 졸라(Gianfranco Zola)

지안프랑코 졸라는 말이 필요없는 첼시의 레전드다. 나폴리와 파르마를 거쳐 1996년 첼시에 입단한 졸라는 첼시에서 7년 동안 229경기에 나서 59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첼시가 지금처럼 강한 시절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대단한 플레이였다. 이후 2003년 칼리아리로 이적한 졸라는 세 시즌 동안 74경기 출장 22득점의 기록을 남기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탈리아 대표로는 35경기에 출장해 10골을 뽑아냈다. 현역 생활을 마친 뒤 2008년 웨스트햄 감독으로 부임했던 그는 2012년 왓포드 감독으로 선임됐지만 최근 홈 5연패를 당하는 등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뒤 현재 백수 상태로 벼룩시장을 보며 PC방과 당구장을 전전하고 있다.

감독 교체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싶은 K리그 구단이 있다면 외국인 감독으로 졸라를 한 번 선임해 보는 건 어떨까. 졸라는 최근에도 선덜랜드와 웨스트브롬위치 감독 후보 물망에도 오르는 등 꾸준히 유럽 축구의 중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도자다. 지금이야 첼시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빅클럽이 돼 여러 세계적인 스타들이 뛰고 있지만 아직도 첼시하면 졸라다. 그가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멋진 리더십을 발휘하는 순간 우리는 죄의식 없이 경기장에서 이런 말을 목이 터져라 내뱉을 수가 있다. “졸라 잘하네.”, “졸라 대박이야.” 감독 선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팀이라면 장바구니에 졸라를 넣어 놓는 게 어떨까. 졸라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이다.

맥베스 시바야(Ntuthuko MacBeth-Mao Sibaya)

남아공 출신으로 2003년 러시아 루빈 카잔에 입단한 맥베스 시바야는 이후 루빈 카잔의 돌풍을 이끈 선수로 성장했다. 시바야는 2008년과 2009년 루빈 카잔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UEFA 챔피언스리그 2009/10 조별리그에서는 바르셀로나를 격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루빈 카잔에서 131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한 시바야는 루빈 카잔의 역사에 길이 기억될 만한 선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시바야는 상대 공격을 끊어내고 안정적으로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그는 줄곧 주전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2년과 2010년 월드컵을 비롯해 2002년, 2004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등 다수의 국제 대회에서 남아공 대표로 활약한 시바야는 현재 자국 리그 모로카 스왈로스에서 뛰고 있다. 비록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 임에도 현재까지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등 몸 관리도 잘했다. 경험 많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한 K리그 구단이라면 한 번쯤 그에게 이적 제안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시바야가 K리그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상대팀 선수들의 “이런, 시바야”라는 외침은 더 이상 욕이 아니다. 졸라가 감독인 팀에 시바야가 영입된다면 K리그는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는 리그가 되지 않을까. 그때쯤 우리는 언론에서도 이런 헤드라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졸라, 시바야다.”

위에 언급한 이들은 모두 훌륭한 지도자와 선수들이다. 이들이 K리그에 입성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칼럼이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 또한 이들 외에도 현재 K리그 무대를 누비는 이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집중해 보는 게 어떨까. 이적하면 큰일 나는 ‘호남의 아들’ 광주FC 김호남이 광주의 레전드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대구나 포항, 부산 등 영남권 팀으로 이적해 지역감정의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닌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늘 칼럼에 다른 뜻은 없다. 이상한 사람 눈에는 이상한 것만 보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