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선발과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감독은 성적으로 이야기해야 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 책임을 지면 된다. 하지만 최근 끝난 2014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부천FC1995 곽경근 감독의 선택은 분명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비상식적인 선수단 방출과 드래프트 지명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선수 선발과 기용이 감독 고유의 권한이라지만 부천의 선택에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부천 팬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오늘은 부천 팬들이 곽경근 감독에게 제기한 의혹과 곽경근 감독의 해명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시작부터 이상했던 부천 유소년 팀

곽경근 감독은 곽경근축구클럽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2년 6월 부천 구단은 곽경근축구클럽과 제휴 운영 계약을 맺고 U-18 유소년 팀에 대한 운영권 및 초상권을 제공하면서 구단의 주 유니폼과 동일한 제품을 유상 공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2012년 말 부천이 K리그 챌린지 참가를 확정한 뒤 이 팀은 정식으로 부천 U-18팀이 됐다. 곽경근 감독 개인의 팀이 그가 지도하고 있는 부천의 유소년 팀이 된 것이다. 그런데 프로 유소년 팀이 되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토토 지원금을 받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이 팀은 따로 한 달에 1백만 원이 넘는 회비를 따로 받아 논란을 키웠다. 이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곽경근축구클럽은 개인 소유와 구단 소유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지난 10월 열린 U-18팀 신규 선수 선발 테스트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곽경근축구클럽 출신 선수들로 구성된 한 팀과 일반 지원자들로 구성된 한 팀의 연습 경기로 테스트를 대신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반 지원자들을 전원 탈락시킨 것이다. 반면 곽경근축구클럽 출신 선수들은 대다수가 이 테스트에서 통과해 정식으로 부천 U-18팀 선수가 됐다. 당연히 감독 개인의 의지에 따라 선수의 당락이 결정된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유소년 팀 소속 학부형들이 곽경근 감독 보호를 위해 구단 주식을 차명으로 대량 매입한 정황까지 포착되기도 했다. 시민의 세금과 주주들의 자본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으로서는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부천 구단과 곽경근 감독은 이런 의혹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이 팀은 올 시즌 U-18 챌린지리그에 참가했다.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산하 17개 유소년 팀이 연중 리그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부천 U-18팀은 올 시즌 이 리그에서 1승 1무 14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꼴찌에 머물렀다. 16경기를 통해 14골을 넣고 무려 66골이나 내주며 승점 4점을 딴 게 고작이었다. 해당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부천 U-18팀은 이 무대에서 경쟁력이 가장 떨어지는 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3학년 선수 중 한 명 대학 보내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대학 진학률이 곧 경쟁력이 되는 고등학교 축구부로서는 굉장히 비관적인 일이었다. 유소년 축구선수를 키우는 학부형으로서는 당연히 대학 진학률이 높은 유소년 팀을 찾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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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창단으로 주목받았던 부천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8개 팀 중 7위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다. (해당 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부천FC 1995)

꼴찌팀의 기적 같은 대학 진학률, 그리고 부천의 선택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부천 U-18팀 선수 중 고등학교 3학년 13명 가운데 무려 12명이 대학 진학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이들은 나름대로 축구에 관해서는 명문이라는 소리를 듣는 한양대와 성균관대, 광운대, 아주대, 수원대 등으로 진학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축구선수가 4,718명이고 대학 선수는 2,600명이었으니 통상적으로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절반 가까운 선수들이 축구를 그만두는 셈인데 U-18 챌린지리그 꼴찌팀 부천으로서는 가히 기적적인 진학률이었다. 대학에 가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나머지 한 명을 부천FC가 지명했으니 100% 진학률을 자랑했다.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비상식적인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일 K리그 드래프트에서 부천의 행동은 더 이상했다. 유난히도 대어가 없고 몸집 줄이기에 나선 구단들이 적은 선수들만을 선택했지만 부천은 달랐다. 다른 구단들이 일찌감치 신인 선수 지명을 마치고 자리를 뜬 상황에서 부천은 마지막까지 남아 선수를 뽑았다. 부천과 함께 K리그 챌린지에 속한 FC안양과 수원FC, 광주FC 등이 각각 네 명씩을 선발한 반면 부천은 무려 17명이나 되는 선수를 선발한 것이다. 안양, 수원, 광주가 뽑은 선수들을 다 합쳐도 부천보다 적었고 K리그 챌린지에서도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 충주험멜이 선수층 강화를 위해 9명을 뽑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부천의 행동은 이상했다. 부천이 뽑은 17명 중 연봉 2천만 원을 받는 번외지명은 무려 11명에 달했다. 임대 선수를 제외하고 총 29명이던 부천 선수단이 17명이나 뽑았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의혹은 더 짙어진다. 곽경근 감독 개인의 입김이 상당한 부천 U-18팀 선수들이 진학한 대학과 이번에 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신인 선수들의 출신 대학이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U-18 챌린지리그 꼴찌 팀 선수들을 대거 데려간 한양대와 아주대, 성균관대, 수원대, 광운대 선수들이 반대로 부천의 지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곽경근 감독은 이들 학교에서 뛴 선수들을 대거 선발했다. 광운대에서 두 명을 받았고 한양대와 아주대, 성균관대, 수원대, 광운대에서도 각각 한 명씩의 선수들을 뽑았다. 해당 대학과 선수 주고받기가 이뤄졌다는 의심을 피할 수가 없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높은 진학률이 필요한 곽경근 감독의 유소년 팀과 프로 선수 배출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교 감독들의 커넥션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부천에 부는 방출 피바람

부천 구단이 여기에 쓴 순수 연봉만 하더라도 무려 4억 원이 넘고 모교에 주는 육성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5억 원은 족히 되는 돈을 선수 선발에 쓴 것이다. 또한 곽경근 감독이 선택한 내셔널리그 출신 선수들에도 다소 의문이 남는다. 내셔널리그에서도 중하위권 팀에 속해 올 시즌 5경기에도 채 나서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부천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놓고 봐도 K리그 챌린지에 속한 팀이 내셔널리그 중하위권 팀보다는 수준이 높은데 내셔널리그 중하위권 후보들을 대거 선택했다는 건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올 시즌 내셔널리그 24경기에서 12골을 기록한 천안시청 출신의 곽래승을 제외하고는 부천에서 즉시전력감으로 뛸 만한 선수는 없어 보인다. 참고로 충주가 번외지명으로 선발한 용인시청 출신 조준재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20경기에 나서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7명이나 선발하며 구단 몸집이 상상 이상으로 커진 부천의 곽경근 감독은 최근 기존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 10여 명을 제외하고는 계약 기간이 만료된 선수들이 대거 팀에서 방출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약 70%가 방출의 철퇴를 맞았다. 여기에는 주전급 선수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이 결국 검증도 되지 않은 대학 출신 번외지명 선수들과 내셔널리그 중하위권 후보 선수들에게 밀려나게 된 셈이다. 그런데 황당한 건 지역 축구부 감독의 아들로 1년 동안 채 10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던 이는 방출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U-18 챌린지리그 꼴찌 팀 선수들이 대거 축구 명문대에 입학하고 그 팀 졸업 예정자들은 또 대거 이 팀의 지명을 받고 기존 선수들 중 꾸준히 경기에 나선 이들이 방출되는 현 상황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취재 중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신인 드래프트 이틀 전인 지난 8일 곽경근 감독이 광운대, 한양대, 아주대, 성균관대, 수원대 등의 감독과 한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자리가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이날 이들은 부천 U-18팀 후원의 밤도 아닌, 곽경근축구클럽 후원의 밤 행사에 초대돼 한 자리에서 마주했다. 민감한 선수 선발을 앞두고 자칫 오해 살 행동은 피하는 게 좋을 텐데 곽경근 감독이 운영하는 축구단 후원 행사에 대학 감독들이 등장하는 건 논란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더군다나 이들은 이 꼴찌팀 선수들을 대거 자신의 대학에 입학시킨 감독들 아닌가. 참고로 최근 곽경근축구클럽은 ‘(졸업 예정자들이) 축구명문대학인 한양대 등 수도권에 위치한 축구부대학교에 전원입학 됐으며 1명은 부천FC 프로구단에 입단했다’는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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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FC는 어느 한 명을 위한 팀이 아니라 부천시민 모두를 위한 팀이다. (사진=부천FC 1995)

이권 개입 여지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곽경근 감독과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에게서도 입장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곽경근 감독은 U-18 챌린지리그 꼴찌팀에서 어떻게 이렇게 대학 진학자가 많은지 묻자 이렇게 반문했다. “아니, 선수들 대학 많이 보낸 것도 문제가 되느냐.” 그러면서 그는 이 의혹에 대해 “당당하다. 커넥션 같은 건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방출한 선수들은 경기력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 선수들보다 이번에 번외로 뽑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대학 외에 청주대와 전주대, 영남대 등에서도 선수를 뽑았는데 그런 건 왜 부각이 안 되고 해당 대학 선수만 부각이 되는지 모르겠다. 아직 이 선수들로 경기를 해본 것도 아닌데 경기를 보고 말해달라.” 곽경근 감독은 선수 주고받기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이 문제에 대해 부천 팬들은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곽경근 감독이 모든 의혹에 대해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곽경근 감독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이 논란의 진실 여부를 떠나 지금 중요한 건 부천이라는 아름다운 역사를 가진 팀이 올바른 길로 가야한다는 점이다. 감독 개인이 소유하다시피 한 유소년 팀을 구단 산하 유소년 시스템으로 편입하면서부터 의혹은 시작됐다. 구단 차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이권이 개입될 여지를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 더군다나 부천은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낸 구단이다. 꼭 이번 논란이 아니더라도 이 구단이 어느 한 명의 욕심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부천은 부천시민을 위한 팀이지 어느 한 명을 위한 구단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