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로또 복권을 샀다. 이제 1등에 당첨되는 일만 남았다. 내가 억만장자가 된다면 일단 K리그 전문 채널부터 만들어 하루 종일 축구 관련 프로그램만 틀 것이다. 물론 내가 만든 채널이니 다 내 마음대로다. 오늘은 미래의 ‘K리그 TV’ 프로그램 편성표를 독자 여러분들에게만 살짝 공개한다. 이번 주 나의 로또 1등을 함께 응원해 달라.

인간극장 - 코리안 드림을 품고 온 ‘작은 거인’ 아사모아편

데릭 아사모아씨는 가나 출신으로 영국 국적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 땅을 처음 받은 건 2010년이었다. 아사모아씨는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야 할 간절한 이유가 있다. 무려 여섯 명의 자려를 뒀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낳은 입양아를 포함해 무려 아들만 다섯을 둔 아사모아씨는 지난해 그토록 원하던 예쁜 딸까지 얻었다. 입은 귀에 걸려 있지만 영국 레딩 유스팀에서 축구를 하던 첫째와 둘째의 뒷바라지만 해도 허리가 휠 정도다. 한국에서 대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포르투갈어를 몰라 외국인 동료들과의 소통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가족 생각으로 버틴다. 아사모아씨는 무거운 가장의 책임감으로 온몸이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오면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코리안 드림’을 품은 그는 올 초 포항을 떠나 대구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 아사모아씨의 코리안 드림은 이뤄질 수 있을까. 따라라라 라라♬

윤석영의 먹거리 X파일

소비자가 잘 모르고 있던 먹거리에 대한 숨겨진 진실과 이면을 이야기하는 ‘먹거리 X파일’이 이영돈 PD의 후임으로 윤석영을 새로운 진행자로 선정했다. 첫 시간은 바로 ‘착한 쌀밥 찾기’다. 윤석영은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된 ‘착한 쌀밥’을 찾아 전남 광양을 비롯한 전국을 돌았고 결국에는 영국 런던에까지 가 직접 시식을 했다. 윤석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의 힘은 보통 ‘밥심’이라고 합니다. 이 하얀 쌀밥,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음, 쫀득쫀득하고 단맛이 도는 게 참 맛있는데요.” 첫 녹화부터 윤석영은 일부러 NG를 내 이 쌀밥을 무려 네 그릇이나 먹었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사고뭉치 32살 이천수편

32살 천수는 사고뭉치다. 자기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불성실하다. 친구들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등 안하무인이다. 무조건 다 자기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무조건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똑똑하고 영특한 편이지만 버릇이 없다. 천수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도 이제는 냉담하다. 어느 순간 천수는 외톨이가 돼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집불통에 사고뭉치 천수가 달라졌다. 무엇이 32살 어린 아이 천수를 달라지게 했을까. 항상 사고를 치던 천수에게 힘이 돼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여자친구 덕분이었다. 호된 꾸지람을 듣고 주위에서 준 마지막 기회를 잡고픈 천수의 마음도 그가 변한 이유였다. 이번 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는 32살 어린 아이 천수의 180도 달라진 생활이 공개된다.

생로병사의 비밀 - 늙지 않는 남자 김병지편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든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우리의 키워드는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닌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누구나 늙고 병드는 자연의 섭리를 스스로 거스른 김병지를 통해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어본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뱃살이 나오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지만 44세의 김병지는 21년째 몸무게 78kg을 유지하면서 늘 꾸준한 운동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배가 나오고 머리가 벗겨지는 게 당연한 현실에서 김병지는 인간의 섭리와 오늘도 싸우고 있다. 김병지는 이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한다. “술을 21년간 마시지 않고 담배를 21년간 피우지 않고, 몸무게를 21년간 1kg 이상 변화 없이 관리했더니 21년간 K리그에서 살아남았다.” 김병지를 통해 노화 방지법을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알아본다.

런닝맨 - 이현진, 이승현, 백자건 출연

끊임없는 질주와 긴박감 넘치는 대결을 통해 대한민국 랜드마크들의 숨겨진 뒷모습을 전격 공개하는 ‘런닝맨’에서 새로운 게스트를 모셨다. 런닝맨 팀과 축구선수 팀으로 나눠 숨 막히는 이름표 떼기 승부를 펼친다. 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유재석과 ‘근육맨’ 김종국이 포진한 런닝맨 팀도 이번에는 속수무책이다. 축구선수 팀으로 출연한 이들을 도저히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보다 빠르다’는 제주 이현진과 ‘스피드 레이서’ 상주 이승현, 잠시 대전시티즌에 머물렀던 중국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100m를 10초 7에 주파하는 백자건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10분 만에 촬영이 종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아무리 광주사 잔머리를 굴리고 김종국이 힘으로 밀어 부쳐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진정한 ‘런닝맨’들의 활약이었다.

탑기어 코리아 - 마초들의 구세주, ‘축구장 들것’편

대한민국 남성들을 넘어 대한민국을 열풍에 빠지게 할 지상 최대의 ‘탈것’ 버라이어티 쇼 ‘탑기어 코리아’가 ‘K리그 TV’를 통해 새롭게 돌아왔다. 경기도 인근의 한 축구장. 스산한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우리는 괴물 같은 녀석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대한민국 축구선수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바로 그 이동수단. K리그의 들것이다. 누군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나뒹굴고 있을 때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이 녀석은 경기장 밖으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도 하드한 쿠션과 흔들거림으로 부상의 고통을 잊게 해준다. 또한 들것을 직접 운반하는 네 명에게는 이두박근을 키우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꾀병을 부리며 시원한 드라이빙을 즐기다 홈 팬들의 야유를 한 몸에 받는 건 바로 이 녀석이 가진 소소한 이벤트 중 하나다. 시속 3km/h의 친환경 이동수단인 들것. ‘탑기어 코리아’에서 이 괴물 같은 녀석을 낱낱이 해부한다.

다큐멘터리 3일 - 분주했던 남자 조용형편

제한된 72시간 동안 관찰하고 기록하는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인 ‘다큐멘터리 3일’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번 주 ‘다큐멘터리 3일’의 첫 장면은 제주에서부터 시작한다. 제주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받던 조용형은 자신이 2대2 트레이드로 경남으로 이적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부랴부랴 짐을 싸 경남 동계훈련지인 브라질로 향하는 조용형의 눈빛에서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하지만 브라질로 가던 비행기에서 그는 새로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경남이 조용형을 성남으로 이적시켰다는 뉴스였다. 결국 그는 브라질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비행기를 타고 성남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전남 광양으로 향해야 했다. 제주에서 경남, 성남으로 무려 3개 팀을 거치면서 비행기만 50시간 넘게 탄 조용형의 3일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한다.

푸른거탑 - 호국더비편

국내 최초 군 시츄에이션 드라마 ‘푸른거탑’이 ‘K리그 TV’에서 새롭게 인사한다. 한가한 경기도 광주의 국군체육부대 한 내무실. 풀린 군번으로 내무실 ‘왕고’가 된 김형일 상병이 제대 날짜를 세며 달력에 X표시를 하는 순간 이근호 이병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김 상병님, 방금 행정보급관한테 들었는데 말입니다. 곧 경찰 축구단하고 경기를 한답니다. 큰일났지 말입니다.” 순간 김형일 상병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니, 제대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호국더비’라니. 이 짬밥에 정조국하고 염기훈을 막아야 한다니.” 곧 행정보급관이 내무실에 들어와 이렇게 말한다. “이번 경기는 무척 중요하다. 국군과 경찰이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대결이다. 사단장님께서도 직접 응원할 예정이니 꼭 승리할 수 있도록. 만약 질 경우 휴가 통제다.” 공 대신 ‘쪼인트’ 까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국군과 경찰의 치열하고도 기막힌 승부가 ‘푸른거탑’을 통해 리얼하게 펼쳐진다.

아빠! 어디 가? - 차범근, 차두리 부자 출연

엄마 없이 보내는 48시간의 여정을 세심히 관찰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인기 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에 새로운 출연자가 등장했다. 베일에 쌓여있던 새 출연자가 등장하는 순간 기존 출연자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아빠 차범근의 손을 꼭 잡고 아들 차두리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번 여행지는 경기도 수원. 그런데 아들 차두리가 초반부터 울음을 터트린다. “아빠, 나는 서울에 가고 싶단 말이야!” ‘지아 아빠’ 송종국은 “두리야, 수원도 좋은 동네야”라면서 위로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준수는 이종혁에게 자꾸 묻는다. “아빠, 저 형은 왜 울어? 왜? 왜? 왜?” 첫 여정부터 범상치 않은 이 부자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아빠! 어디 가?’를 통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제작진은 반응이 좋을 경우 인천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과 부천FC 선수 김신철 부자를 추가로 프로그램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는 K리그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다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K리그와 관련된 주제로 무궁무진하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경기 자체의 즐거움도 필요하지만 이걸 가공해 또 다른 콘텐츠로 만드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K리그에는 숱한 재미와 감동, 즐거움이 있다. 모두들 ‘K리그 TV’가 탄생할 수 있도록 이번 주 나의 로또 1등을 기원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