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구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우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20년 후…. 지구방위대 후레쉬 맨!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다섯 아이가 우주 멀리 아주 멀리 사라졌다네. 이제 모두 용사 되어 오, 돌아왔네. 후레쉬맨 후레쉬맨 K리그 클래식 방위대. 후레쉬맨 우리의 승리의 수호자. 후레쉬맨.” ‘강등’ 악당에게 유괴된 다섯 명의 한국인 아기들은 외계인 성인에게 구조돼 플래시 성계의 다섯 개 별로 나뉘어 자라게 된다. 그로부터 20년 후. 성장한 다섯 아이는 자신들을 유괴한 ‘강등’이라는 악당이 K리그 클래식 침략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길러준 플래시 성인들의 설득을 뿌리치고 K리그 클래식으로 귀환해 K리그 클래식을 지키고자 싸우게 된다. 오늘은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후레쉬맨들을 소개하려 한다.

‘블루 후레쉬1’ - 인천 이석현

선문대학교에서 성장한 ‘블루 후레쉬’ 이석현은 ‘강등 악당’으로부터 인천유나이티드를 지키기 위해 올 시즌 인천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선문대 시절 U리그 16경기에 출전해 12골을 터트린 공격형 미드필더로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던 홍명보호에서도 승선한 경험이 있는 유망주이다. 하지만 자유 선발로 프로 무대에 입성해서는 모든 게 어색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김남일과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저 넋 놓고 ‘영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선수 이보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이보의 대체자로 이석현이 중용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없었다.

하지만 대담함을 앞세워 연습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인 ‘블루 후레쉬’ 이석현은 팀내 프리킥을 전담하는 등 급성장하더니 K리그 클래식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서 제몫 이상을 다했다. 특히 날카로운 인프런트 킥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강등 악당’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위협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제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이석현은 대담함과 넓은 시야, 킥 능력을 인정받으며 ‘강등 악당’과 싸우는 인천의 구세주가 되기에 충분한 능력을 선보였다. 얼마 전까지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은 정혁을 아쉬워하던 인천 팬들은 이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정혁? 그게 뭔가? 먹는 건가?” 어릴 적 우상과 함께 뛰게 된 이석현은 오랜 만에 인천에 등장한 초대형 신인이다.

조직력 ★★★★
대담함 ★★★☆
정신력 ★★★☆
필살기 : 싸움에서 밀리면 김남일이 도와줌

‘옐로우 후레쉬’ - 성남의 황의조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 중 하나인 ‘마계대전’이 열린 지난 3일 탄천종합운동장.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수원을 상대로 한 낯선 성남 선수가 골을 뽑아냈다. 올 시즌 성남 유니폼을 입은 ‘옐로우 후레쉬’ 황의조였다. 황의조는 크로스가 상대 수비에 맞고 굴절되자 통쾌한 발리 슈팅으로 ‘철벽’ 정성룡을 뚫었다. 성남 구단 역사상 신인이 터트린 최초의 개막전 축포였다. 비록 팀은 1-2로 패하고 말았지만 성남은 거물급 신인의 등장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황의조는 골 장면뿐 아니라 경기 초반부터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이며 여러 차례 ‘하늘 같은 선배’ 정성룡을 흔들었다. 화려한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강등 악당’과 싸워야 하는 성남의 보배가 등장한 것이다.

황의조는 성남 유스팀인 풍생중학교와 풍생고등학교에서 축구를 하며 성남 경기가 있을 때는 볼보이로 나서 ‘언젠가는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며 꿈을 키웠다. 이후 연세대에 진학해 지난해 3월 춘계대학축구연맹전 9경기에서 9골을 몰아치며 연세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옐로우 후레쉬’ 황의조는 U리그 챔피언십에서도 16경기에 출전해 13골을 뽑아내며 또 한 번 팀의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U-20 청소년대표팀 멤버로 손흥민, 이종호 등과 경쟁했던 그는 올 시즌 우선지명으로 위기에 빠진 성남을 구출하기 위해 나섰다. ‘마계대전’에서 보여준 그의 활약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동계 전지훈련에서도 연일 득점 사냥에 성공한 황의조는 깐깐한 안익수 감독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안익수 감독은 그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황의조의 기량은 23세 이상이다. 23세 이하 의무 룰을 적용하려고 넣은 선수가 아니다.” ‘성남 볼보이’ 황의조의 화려한 귀환이다.

조직력 ★★★★
대담함 ★★★☆
정신력 ★★★☆
필살기 : 홍철을 통해 얻은 멘탈

‘블루 후레쉬2’ - 수원 김대경

올 시즌을 앞두고 김대경이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블루 후레쉬’로 변신했을 때 이를 주목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윤성효 감독 시절 숭실대 출신을 대거 영입해 ‘숭실 블루윙즈’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수원이 또 다시 숭실대의 김대경을, 그것도 번외지명으로 뽑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또야?”라는 평가 뿐이었다. 나 역시 그런 평가를 내리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와 K리그 클래식 개막전 등 단 두 경기를 치른 현재 김대경은 수원의 가장 ‘핫’한 선수가 돼 있다. 그는 챔피언스리그 센트럴코스트 원정 경기에서 팀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때 유일하게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고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돼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무엇보다 ‘블루 후레쉬’ 김대경이 기대되는 건 바로 서정원 감독과의 궁합 때문이다. 스피드와 센스가 뛰어난 김대경은 현역 시절 서정원 감독을 쏙 빼닮았다. 서정원 감독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김대경이 왼쪽 날개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서정원 감독이 김대경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껏 롱볼 위주의 단순한 축구를 구사하며 고전했던 수원이 바뀌기 위해서는 측면에서 빠른 발을 무기로 휘젓는 ‘블루 후레쉬’ 김대경이 반드시 ‘강등 악당’을 물리쳐야 한다. 또한 과거 유망주 천국이라 평가받던 수원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도 김대경의 활약이 필요하다. 무명의 번외지명 선수에서 졸지에 ‘수원 방위대’가 된 김대경은 올 시즌 여러 신인왕 후보 중 가장 돋보이는 다섯 명 중 한 명이다.

조직력 ★★★☆
대담함 ★★★☆
정신력 ★★★★
필살기 : 서정원 감독의 두터운 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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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울산에 입단한 박용지의 모습. 실물은 이 사진보다 훨씬 낫다. (사진=울산현대)

‘블루 후레쉬3’ - 울산 박용지

‘울산 방위대’에서 ‘대한민국 방위대’로 옮긴 이근호를 대신할 전사로 김호곤 감독은 박용지를 선택했다. 2012 런던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치른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박용지는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울산의 우선지명을 받고 ‘블루 후레쉬’로 다시 태어났다. 동계 전지훈련 중 치른 연습경기에서 두 번이나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총 9골을 뽑아내는 맹활약을 펼치며 김호곤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지난 시즌 J리그 준우승팀 베갈타 센다이와의 연습경기에서는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철퇴를 휘두르며 ‘강등 악당’과 맞서 싸우기에 충분한 실력이다.

실제로 박용지는 대구와의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활발한 움직임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경기에 투입되자마자 드리블 능력과 크로싱 능력을 뽐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울산은 그가 투입된 뒤 결국 극적으로 두 골을 뽑아내며 대구에 2-1 역전승을 기록했다.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한 울산에서 이 어린 선수가 ‘울산 방위대’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여기에 더해 박용지는 전사와 어울리지 않는 앳된 외모로 여성 팬들의 관심까지 받고 있다. 이근호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블루 후레쉬’ 박용지는 울산은 물론 ‘여심’까지 정복할 기세다. 이제 K리그 클래식의 여심을 독점하고 있던 임상협은 긴장해야 한다.

조직력 ★★★☆
대담함 ★★★★
정신력 ★★★☆
필살기 : 빛나는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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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신인 최단 시간 개막전 데뷔골을 뽑아낸 대구 한승엽의 모습. (사진=대구FC)

‘블루 후레쉬4’ - 대구 한승엽

‘강등’이라는 악당의 침입이 엄습해오던 대구FC에 혜성처럼 등장한 구세주가 있다. 바로 한승엽이다. 올 시즌 울산과의 개막전에 나선 한승엽은 전반 4분 만에 울산 진영 중앙에서 개인 돌파 후 환상적인 무지개 빔, 아니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울산의 골문을 흔들었다. 국가대표 수문장 김영광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 골은 역대 신인 최단 시간 개막전 데뷔골이었다. 비록 팀은 후반 막판 두 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하고 말았지만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을 상대로 당돌하게 골을 뽑아낸 한승엽은 ‘후레쉬맨’으로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됐다. 힘겨운 강등 싸움을 벌일 대구로서는 혜성처럼 등장한 한승엽의 존재가 든든할 수밖에 없다.

경기대 시절인 2010년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득점왕(4골)을 차지했던 한승엽은 베트남축구협회(VFF)컵 대학 선발팀에 뽑히면서 대학 무대의 돋보이는 골잡이로 성장했다. 경기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프로 무대 1순위 지명을 받은 것도 한승엽이다. 몸싸움 능력이 뛰어나 ‘강등 악당’과의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그는 슈팅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진호와 아사모아가 이끄는 대구 공격진에 새로운 옵션이 될 충분한 능력을 지녔다. 188㎝의 큰 신장이지만 측면에서의 플레이도 훌륭한 편이다. 대구를 응원하는 팬들은 비록 개막전에서 패했지만 한승엽을 얻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선수가 ‘강등 악당’과 싸운다면 해볼 만하다.

조직력 ★★★
대담함 ★★★★
정신력 ★★★★
필살기 : 황제에게 핵을 날릴 정도의 대담함

K리그 클래식에서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 사랑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한국 축구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기성용과 이청용, 구자철, 지동원, 윤석영 등 젊고 유능한 선수들은 어느 정도 주목 받으면 유럽으로 진출한다. K리그 클래식에는 10년 전에도 이동국이 스타였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동국만 스타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프로축구 무대에서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 활력을 불어넣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다. 벌써부터 스타의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이 아직 한 경기씩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나는 감히 ‘신인 대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선수들뿐 아니라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무대에 입성해 위대한 꿈을 꾸고 있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한다. 당신들은 K리그 클래식을 지킬 충분한 자격이 있는 ‘후레쉬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