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국민은행의 서포터였다. 승격 거부 이후 12월 추위에 국민은행 본사에 가 1인시위를 하는 등 승격을 간절히 원했지만 결국 이 팀은 여전히 내셔널리그에 있다. 지금은 이 팀을 응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옛 정은 남아 있다. 여전히 그들을 응원하는 서포터 친구들과는 가끔 연락도 하고 술도 한 잔한다. 이우형 감독을 만나면 꾸뻑 인사를 하고 당시 뛰었던 선수들의 안부가 여전히 궁금하기도 하다. 마음은 떠났지만 속으로는 이 팀을 거쳐 간 모든 이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참 매력적인 축구를 하던 국민은행도 더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면 그녀가 떠올릴 때마다 화가 난다고 하지만 잊으면 그녀의 행복도 빌어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국민은행을 바라보는 심정이 딱 그렇다. 그냥 좋은 추억이다.

그런데 별로 기쁘지 않은 소식이 날아 들었다. 내가 사는 고양시에 새로운 축구팀이 창단, 아니 유치됐기 때문이다. 거 참 하나 새로 만들지 고양시는 남의 동네에서 모셔오는 거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에 데려온 팀은 더 반갑지 않다. 아무리 자제한다고는 하지만 종교색 가득 묻어나는 내셔널리그 안산H FC가 고양시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이 팀이 주장하는 'K리그 원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도 동의할 수 없다. 지금부터 안산H FC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보고 고양시가 얼마나 바보 같은 결정을 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안산할렐루야에서 안산H FC로 공식 명칭을 바꿨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안산에서의 명칭이었다. 아직 고양시에 입성하는 이 팀의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으니 오늘 칼럼에서는 통상적인 그 팀의 명칭인 할렐루야로 표기하겠다.)

K리그 원년, 할렐루야 전성시대

할렐루야가 K리그 원년 우승팀이라는 사실은 K리그에 관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내셔널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할렐루야는 늘 "K리그 원년 챔피언인 우리가 K리그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가 흐르면 잘못된 일이 사실이 된다. 할렐루야가 K리그 원년 챔피언이라는 건 맞지만 지금 할렐루야는 K리그 원년 우승팀 할렐루야가 아니다. 아마 이 팀이 고양시에 입성하면 가장 먼저 "K리그 원년 챔피언으로서 다시 그 무대에 서겠다"고 할 텐데 이 팀의 K리그 진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K리그 원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은 빼야한다.

할렐루야는 1980년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었던 최순영 동아그룹 회장에 의해 창단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순영 회장은 재단법인 한국기독교선교회, 체육인 교회 등과 손을 잡고 할렐루야 팀을 출범했다. 군 복무를 마친 이영무와 신현호 등을 포함해 체육인 교회 소속으로 충의 팀에서 활약하던 박성화, 홍성호, 상업은행 소속의 박상인 등을 원년 멤버로 꾸렸다.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구성한 할렐루야는 1983년 슈퍼리그가 개막하자 독주를 이어갔다.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가볍게 원년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가히 할렐루야 전성시대라고 할 만했다. 이후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11회의 우승과 19회의 준우승을 거둘 정도로 강력했다. 할렐루야에 대적할 만한 팀이 없었다.

할렐루야가 프로축구 무대를 평정하던 1983년 또 다른 기독교 선교 축구단이 출범했다. 바로 임마누엘 축구단이었다. 신앙심 하나로 모인 이들은 매월 10여 만원의 사례비를 받는 걸로 월급을 대신하는 궁핍한 생활이었지만 1983년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당시 할렐루야에서 자리를 옮긴 이영무가 임마누엘의 코치이자 주장을 맡고 있었다. 1985년 할렐루야의 아마추어 팀, 즉 2군으로 합병되긴 했지만 창단 때는 엄연히 다른 팀이었다.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두 팀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하나로 묶는 것이 필요했고 당연히 리그 최강이던 할렐루야가 임마누엘을 품어야 했다. 할렐루야는 국가대표만 무려 30여 명을 배출했다.

할렐루야의 퇴장과 임마누엘

하지만 할렐루야 시대는 금방 막을 내렸다. "아마추어로 남아 할렐루야 축구단 본연의 목적인 선교 활동에 중점을 두겠다"면서 1985년 시즌을 마친 뒤 아마추어로 전환하며 K리그를 이탈했다. 당연히 축구계는 이들의 K리그 탈퇴에 반대했지만 할렐루야의 완강한 의지를 꺾을 수가 없었다. 할렐루야 측은 "다른 기업팀과 경쟁하는 것은 오히려 선교에 방해가 된다"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수정 단장은 선수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다.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선수들은 아무 조건 없이 보내줄 테니 말하라. 남은 선수만으로 아마추어 팀을 구성하겠다." 결국 재정난 속에서도 팀을 이끌던 함흥철 감독을 비롯해 박성화와 박상인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당연히 1년 남짓 한 지붕 생활을 하던 임마누엘도 할렐루야에서 다시 떨어져 나와 제 갈 길을 갔다. 1987년 봄철 실업축구대회에서는 할렐루야와 임마누엘이 전혀 다른 팀을 꾸려 참가했다. 1991년 제23회 군-실업축구대회에서는 할렐루야와 임마누엘이 한 조에 묶여 경기를 치러 1-1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확한 자료를 요구하는 이가 있을지도 몰라 제시한다. 1991년 10월 30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경기다. 할렐루야가 임마누엘에 비해 실력이 나은 편이라 대회에서 자주 격돌하지는 못했지만 두 팀이 나란히 출전한 대회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더 있었다.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혀 다른 팀이었다.

1992년 결국 자금난에 허덕이던 임마누엘이 문을 닫고 이 팀을 이랜드 푸마가 인수했다. 임마누엘의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팀이었다. 당연히 임마누엘을 이끌던 이영무 감독이 그대로 사령탑에 앉았고 김학수 코치도 임마누엘에서 이랜드로 넘어왔다. 기독교 계열 그룹 이랜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이랜드는 실업 최강 스트라이커 박건하와 제용삼을 앞세워 창단 2년 만에 대통령배와 전국체전, 전국축구선수권대회 등을 휩쓸면서 실업 축구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세 번의 대회 중 두 번의 대회 결승에서 만난 상대팀이 할렐루야였다는 점이다. 대통령배 결승에서는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랜드가 4-2로 승리했고 전국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이랜드가 1-0으로 이겼다. 전국체전에서는 준결승에서 할렐루야를 만나 승리했다.

K리그 원년 우승, 지금의 안산H FC일까?

1998년은 이랜드와 할렐루야에 운명의 한 해였다. 경기 침체로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이랜드는 결국 다시 임마누엘 축구단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다시 임마누엘의 이름을 단 이 팀은 1998년 4월 춘계실업연맹전에서 할렐루야와 맞붙었다. 임마누엘에서 이랜드로, 다시 이랜드에서 임마누엘로 돌아온 이 팀이 할렐루야와 맞붙은 기록까지 있으니 임마누엘(이랜드)과 할렐루야가 같은 팀이라고 우길 수 없다. 그런데 할렐루야는 그해 8월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아예 해체되고 말았다. 이렇게 K리그 원년 우승팀 할렐루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졸지에 할렐루야 선수들은 길거리에 나앉을 신세가 되고 말았다. 종교색을 떠나 한국축구에 큰 역할을 했던 할렐루야의 아쉽고도 쓸쓸한 퇴장이었다.

이때 임마누엘의 이영무 감독이 갈 곳 없는 할렐루야 선수 9명을 임마누엘로 불러들였고 팀명을 임마누엘에서 할렐루야로 변경했다. 그리고 지금 이 팀은 내셔널리그에 안산H FC라는 이름으로 참가하고 있다. 과연 지금 이 팀의 전신을 K리그 원년 우승팀 할렐루야로 봐야할까. 이영무 감독이 할렐루야 해체 후 불러들인 선수들은 임마누엘 선수들 숙소에서 생활했고 2009년까지 이 팀은 이랜드가 유니폼 스폰서를 담당했었다. 현재까지도 이영무 임마누엘 감독이 이 팀의 단장을 맡고 있다. 현재 이 팀을 임마누엘(이랜드)의 후신으로 보는 것이 더 적당하다. 나는 1983년 K리그 원년 우승을 차지한 할렐루야는 1998년 그 역사가 끊겼고 지금의 할렐루야는 1983년 창단해 임마누엘과 이랜드를 거친 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할렐루야는 임마누엘(이랜드) 시절의 기록과 역사는 쏙 빼놓고 K리그 원년 챔피언이라는 할렐루야의 역사만 가져다 쓰고 있다. 현재 내셔널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이 팀의 정체성을 비율로 따지자면 임마누엘이 8, 할렐루야가 2정도 될 것이다. 아마 임마누엘의 비중이 8 이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임마누엘과 할렐루야가 흡수 통합된 것이라면 왜 그들의 역사에서 임마누엘 시절의 기록이 모두 누락됐는지 알 수가 없다. 이들의 역사를 따져보면 K리그 원년 우승팀 할렐루야는 이미 그 명맥이 끊긴지 오래다. 아무리 K리그 원년 챔피언 타이틀이 탐난다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단순히 지금의 팀명과 같다고 다른 팀의 역사를 가져오면 안 된다.

고양시, 꼭 할렐루야 유치해야 했나?

이제는 고양시 차례다. 고양시가 몇 달 전부터 국민은행을 내보내고 새로운 팀 물색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하나 궁금한 건 왜 할렐루야냐는 것이다. 나는 이 팀을 존중한다. 하지만 이 팀이 종교색을 뺀다고 해 이름을 H FC로 바꾸고 경기 전 십자가 모양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는 걸 멈췄다고 해도 국민은행을 미뤄내고 유치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안산시 역시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종교색이 짙은 할렐루야와의 연고 계약을 끝냈다. 이 팀은 여전히 시즌이 끝나면 전지훈련, 아니 선교활동을 위해 해외에 가 복음을 전파한다. 비록 K리그 팀이 없지만 100만 인구를 자랑하고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할 경우 월드컵경기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던 그 매력적인 곳에 종교색 가득한 팀을 꼭 데려와야 했는가.

할렐루야는 어디라도 가야했다. 할렐루야는 처음에는 고양시 입성 조건으로 가입비 3억 원을 포함한 내년 지원금 8억 원과 이후 2년 동안의 지원금 5억 원 등 총 18억 원을 고양시에 요구했다. 하지만 고양시의회가 이를 부결시키자 할렐루야는 지원금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18억 원을 포기하고도 고양시라는 매력적인 시장에 입성하고 싶다는 의지였다. 안산시에서 이미 팽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K리그 구단이 없는 가장 매력적인 시장 고양시에 입성은 했지만 이제 어쩔 텐가. 졸지에 18억 원의 운영비가 사라졌다. 기독교인들이 몇백만 명인데 천원 씩 모아서 후원한다고? 그 소리는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할렐루야가 매일 하던 소리였다. 프로축구 2부리그에 지원하는 돈으로 운영이야한다고 하지만 할렐루야가 애초에 요구했던 돈을 포기하면서 결국 가장 먼저 접어야하는 건 유소년 육성이다. 고양국민은행이 키우던 유소년들은 다 갈 길을 잃게 된다.

K리그 구단이 있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인구 100만의 도시에, 그것도 월드컵경기장 저리가라 할 정도의 최첨단 경기장이 들어선 도시에 종교색 가득한 구단이 들어왔다. 고양시 정도라면 더 큰 꿈을 품었어도 된다. 2006년 내셔널리그 우승으로 승격을 확정짓는 고양국민은행 홈 경기에 들어찬 관중이 1만 명이다. 내셔널리그 경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열기였다. 할렐루야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노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에 할렐루야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 보인다. 차라리 할렐루야는 본연의 목적인 선교를 위해 전국을 떠도는 게 훨씬 괜찮을 것 같다. 안산H FC가 종교색을 싹 다 버렸다고 해도 'H FC'에서 'H'의 의미가 뭔 줄 아는가. 여러 복합적인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는 'holy'도 있다. 영어를 잘 모르는 내가 검색해보니 '(하느님・특정 종교와 관련하여) 신성한'이라는 뜻이란다.

고양시, 허울 뿐인 '스포츠 도시'

그렇다면 왜 고양시는 이런 바보 같은 선택을 했을까. 나는 이런 행동이 현 시장의 치적 쌓기라고 생각한다. 할렐루야는 고양시에 입성하면서 프로축구 2부리그행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 이제 고양시는 2부리그이기는하지만 프로축구단을 보유하게 됐으니 우리 시장님 만세다. 우리 시장님께서 프로축구 불모지였던 고양시에 프로축구단을 하사하셨다. 젠장, 이거 그냥 승강제를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 끼워 맞춘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은 프로화 생각이 없는데 할렐루야는 프로화 의지가 있어 2부리그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국민은행 내보내고 할렐루야를 품어 우리 동네에 프로축구단 생겼다고 자위하는 꼴이다. 나는 승격거부 이후 국민은행을 별로 좋지 않게 보지만 상식적으로 국민은행과 할렐루야 중 어디가 더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까.

고양시는 2010년 프로농구 오리온스 구단을 유치했다. 이왕이면 하나 만들지 다른 데서 데려왔다. 여기에 이제 '자랑스러운' 프로축구팀까지 하나 더 유치했다. 돈 몇 푼 안들이고 참 돋보이는 사업을 많이 했다. 이제 고양시장의 이력은 더 화려해졌다. 프로농구팀에, 장미란에, 여자축구팀에, 독립야구단에, 이번에는 프로축구팀까지 데려왔다. 그런데 말은 바로하자. 다른 건 다 떠나서 종교 축구팀 유치한 걸 프로축구단 유치했다고 뻥튀기하지는 말자. 툭하면 '스포츠 도시'라고 하는데 이 중 어디 제대로 고양시가 손수 창단해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팀이 있나. 오리온스는 대구에서 모셔왔고 고양원더스는 독립야구단이라 프로리그에 나서지 않는다.

야구계에서 고양원더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이 팀의 중요성이나 진정성을 떠나 우리 동네가 프로팀 운영 안하면서도 적은 돈으로 고양시 홍보 자료를 통해 생색은 참 잘 낸다. 아마 외국인이 고양시 홍보 자료를 보면 "이곳은 참 다양한 스포츠를 사랑하는 멋진 곳이군"이라고 할 것이다. 홍보 자료에서는 오리온스 선수들이 덩크슛을 하고 장미란이 바벨을 들고 고양원더스 선수가 야구를 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 프로축구팀(?)도 하나 추가다. 오, 세상에 이런 스포츠 파라다이스가 다 있나. 물론 딱 여기까지만 하자. 알고 보면 다 여기 저기에서 끌어온 거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고양시민들이 여기에 열광하지도 않는다. 참 포장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 놨다.

고양시민구단은 고양시민 팀이 아닌가?

결국 안산H FC 유치도 이런 생색내기의 일환이다. 번듯한 경기장은 있는데 연고팀인 국민은행은 프로화 할 생각이 없으니 고민 끝에 내놓은 게 2부리그 참가한다는 팀 데려온 거다. 고양시 홍보자료 만드는데 '실업팀 국민은행'보다는 '프로팀 H FC'가 더 폼 나지 않겠나. 이제 안산H FC, 아니 고양H FC, 아 모르겠다. 그냥 할렐루야로 하자. 할렐루야가 1부리그에 있건 2부리그에 있건 이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고양시가 프로축구팀을 보유했다는 게 중요한 거다. 만약 고양시가 1부리그 입성 의지가 있었다면 할렐루야가 요구한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지 않고 전폭적으로 투자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시는 그냥 프로축구팀이 고양종합운동장을 텅 비지 않게 채워주기만 하면 그걸로 족할 뿐이다. 2부리그에 있어도 프로 팀은 프로 팀이기 때문이다. 고양시에는 현재 챌린저스리그에서 활약하는 고양시민구단이 있다. 차라리 이 팀을 키워 2부리그 입성을 노리는 게 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고양시에 이미 시민의 이름을 달고 뛰는 팀이 있는데 꼭 할렐루야를 유치해 구색을 갖춰야 할까. 지금 우리 동네 선수들이 단순히 축구가 좋아 부족한 환경에서도 땀 흘리고 있는데 종교팀을 새로 데려온다는 건 모양새가 별로다. 더군다나 고양시민구단은 그 좋은 고양종합운동장을 쓸 돈이 없어 조기축구 회원들이 쓰는 고양 어울림누리 인조잔디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이건 잘못된 만남이다. 종교색 가득한 팀은 'K리그 원년 챔피언'이라는 허울 뿐인 타이틀을 달았고 그럴싸한 프로팀을 찾아 헤매던 고양시는 결국 이 팀과 손을 잡았다. 포장하기 좋아하는 고양시는 이제 이렇게 외칠 것이다. "K리그 원년 챔피언인 우리 고양시 프로축구팀의 K리그 복귀를 다 같이 응원합시다. 스포츠 도시 시민다운 모습을 보여줍시다." 시에서 생각해야 할 건 이런 허울 뿐인 구단 유치가 아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과연 고양시민이 이 팀에 열광하며 행복해 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국민은행을 응원하던 고양종합운동장 골대 뒤 10여 명의 서포터스도 떠날 참이다. 축구에 미쳐 학교도 땡땡이 치고 여자친구한테 거짓말하고 지방 원정까지 따라다니는 이 친구들도 외면할 판에 할렐루야를 응원하며 이 자리를 채울 또 다른 고양의 축구팬이 과연 있을까. 오늘은 우울해서 라페스타 가서 술이나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