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 참 매력적이다. K리그 역사상 최초의 벨기에 출신인 그는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에 머물며 금방 짐을 쌀 것처럼 보이더니 어느 순간 팀을 먹여 살리는 선수로 탈바꿈했다. ‘꼴찌’ 대전이 ‘1위’ 수원을 잡던 날 뽑아낸 두 골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17경기에서 7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이제는 대전의 ‘에이스’로 떠오른 케빈 오리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맹활약을 펼치며 대전을 강등권에서 구해낸 그를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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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갑다.

나도 반갑다.

일단 최근의 맹활약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단하다.

고맙다. 팀 분위기가 좋다. 부산전에서 패했지만 시즌 초반과 달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는 어느 팀을 상대하건 승점을 딸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컨디션이 좋다. 부상도 있었고 경고누적으로 부산 원정에서 따라가지 않는 바람에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가올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K리그 최초의 벨기에 선수다. 모든 것이 생소하지 않나.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유럽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래서 한국 생활을 좀 꺼려하는 편이다. 내가 처음 한국에 올 때만 하더라도 이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K리그는 하부구조가 잘 돼 있고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벨기에를 떠나 해외에서 축구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겁이 난 것도 사실이지만 좋은 환경에서 도전해보고 싶어 이곳을 택하게 됐다.

처음 한국에 와서의 느낌은 어땠나.

지난 1월 처음 한국에 와 제주에서 동계훈련을 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1년 내내 추위와 강풍을 겪어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1년 중 며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한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운동하면서 ‘아. 여기 참 괜찮은 곳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내도 나처럼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어머니까지 한국에 모셔온 걸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아내가 비행기 타는 걸 무척 무서워한다. 세 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 아기도 함께 비행기를 타야 해 걱정이 많이 됐다. 그래서 든든한 우리 어머니가 함께 한국으로 온 거다. 또한 어머니가 나보다 훨씬 더 활동적이다. 브라질에 산 적도 있고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니셔서 타지 생활을 잘 안다. 그래서 나를 도와주러 온 거였다.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나.

물론이다. 처음에 구단에서 제공해준 아파트에 들어갔는데 할 일이 무척 많았다. 나는 축구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청소부터 시작해서 할 일이 산더미였다. 어머니와 아내가 베란다 창문 밖까지 깔끔하게 싹 청소를 다 했다. 사실 나는 이미 한 달 전에 혼자 한국에 왔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아내와 딸이 적응하는데 어머니가 큰 힘이 돼 주셨다.

가족들도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나.

어머니는 잠시 벨기에로 가셨고 아내와 딸은 한국에 나와 함께 있다. 처음에는 아내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외로워했지만 매달 돌아가면서 친구들과 가족들이 한국에 놀러 온다. 다음 달에는 아내 가족과 친구들이 한국에 올 예정이다. 매달 손님들이 한국에 오고 시즌이 끝나면 내가 벨기에로 돌아가 휴가를 보낼 수 있으니 큰 어려움이 없다. 구단에서 시간이 나면 서울 관광도 시켜주고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는 마마보이 같다.

‘마마보이’라고 불린다는 게 어머니와 사이가 좋다는 걸 의미하는 것 아닌가. 나는 ‘마마보이’라고 불리는 것이 자랑스럽다.

한국에 와 생소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벨기에하고 문화가 비슷해 생소한 건 많지 않다. 그런데 벨기에에도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 요새는 어른과 악수할 때도 두 손으로 하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도 배웠다. 김치 빼고는 음식도 다 잘 먹는다. 우리 딸도 매운 걸 좋아해서 한국 음식을 다 좋아한다.

어떤 선수와 특별히 친한가.

다 친한데 그 중에서도 이호나 허범산, 김태연, 고대우, 알렉산드로 등과 특별히 친하다. 먼저 다가와 나에게 장난도 잘 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은 어른에 대한 공경을 중요시 여기는데 이 친구들은 나보다 어리지만 나를 못살게 군다. 버릇이 없다.

그럴 때 한국에는 집합이라는 문화가 있다. 참고하길 바란다. 그런데 벨기에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들었다. 외식 사업을 하고 있다던데.

한국으로 치면 출장 뷔페 같은 거다. 결혼식이나 이벤트 때 음식을 서비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 셋이 사업을 했는데 지금은 나 없이 두 분이 하고 계신다. 장모님이 요리사이고 나도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시작한 사업이다. 아마 몇 년 후 축구를 그만두면 더 집중해서 이 일을 할 것 같다.

장사는 잘 되나.

지금 커가고 있는 사업이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주문량이 너무 많아 1년 스케줄이 다 잡혀 있다. 처음 시작 때는 주문이 5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250개가 넘는다.

그럼 지금 축구는 취미로 하는 건가.

아니다. 나에게 언제나 첫 번째는 축구다. 벨기에에서는 시즌이 끝나면 유소년 지도자를 하기도 했다. 축구선수로서 배운 걸 어린 친구들에게 물려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텔레비전에서 나를 보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운 이들을 직접 지도하면 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나를 잘 따르고 나도 아이들 가르치는 걸 좋아한다.

당신을 만난다고 했더니 많은 이들이 꼭 이 질문을 해달라고 했다. 민망하지만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하니 하겠다.

뭔가. 어떤 질문이건 환영한다.

벨기에 와플이 그렇게 맛있나. 미안하다. 내가 한 질문 아니다.

재미있고 황당한 질문이다. 한국에 와 카페에서 파는 벨기에 와플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그건 와플도 아니다. 벨기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얼마 전 구단 직원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벨기에 와플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아마 이 통역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다. 내가 만든 와플 맛이 어땠나. (통역 : 정말 맛있었다. 이제 한국에서 파는 벨기에 와플은 못 먹겠다.)

하찮은 질문에 정성껏 답해줘서 고맙다. 그렇다면 더 하찮은 질문 하나 하겠다. 이것도 누가 시킨 질문이다. 나는 정말 하기 싫다.

뭔가. 좀 전 질문만 하겠나.

영화 ‘나홀로 집에’ 봤나.

물론 봤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하질 않나. 그런데 이 질문은 왜 하는 건가.

당신의 이름이 케빈이고 ‘나홀로 집에’ 주인공 이름도 케빈 아닌가. 한국 사람에게 케빈은 ‘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 이미지가 강하다.

이 질문은 누가 한 건가. 정말 요상한 질문이다.

광주FC 유종현이 했다. 꼭 당신에게 물어봐 달라고 하더라.

아, 그런가. 선수가 한 질문이라면 이해한다. 나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 같다. 광주는 우리에게 승점 3점을 준 팀이니 이런 수준 낮은 질문을 해도 괜찮다.

다음에 경기장에서 만나면 이 친구한테 먼저 아는 척 해 달라. 수비수다.

광주 주장 말하는 건가.

아니다. 키 크고 시커멓게 생긴 선수 있다. “자네가 유록바인가”라고 하면 뒤돌아 볼 것이다.

누군지 알 것 같다. 당신이 시킨 대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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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은 시즌 초반 기대이하의 모습에 머물며 일찌감치 짐을 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케빈 없는 대전은 상상할 수 없다. (사진=대전시티즌)

그렇다면 이제 진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시즌 초반 무척 부진했다. 허리 부상을 당해 경기에 자주 나오지 못했고 10라운드까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굉장히 불편한 마음이었다. 일단 K리그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던 게 원인이었다. 내 능력을 다 발휘할 수가 없었다. 또한 원래 부상을 잘 당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부상이 잦았다. 경남전에서 다쳤고 인천전에서도 허리 부상을 입었다. 수원과의 홈 경기 전까지 작은 부상을 달고 뛰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또한 팀 전체가 시즌 초반에는 자연스럽지 못한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다 갑자기 살아났다. 모두가 당신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있을 쯤이었다. 당신이 곧 벨기에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동료들과의 호흡이 맞기 시작했다. 우리 팀이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끼리도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우리의 스타일에 맞게 자연스러운 축구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가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 동료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 것이 상승세의 원동력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부상을 털어내고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는 점도 살아난 원인이다.

대전이라는 팀의 공격수는 늘 외로운 법이다. 다른 강팀에 비해 뒤에서의 지원이 부족한 편이다. 이게 아쉽지는 않나.

하위권 팀에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크게 신경 안 쓴다. 동료들이 공격 진영으로 올라와 나를 도와줄 때까지 내가 전방에서 공을 잡고 1~2초라도 버텨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누가 우리 팀을 약체라고 하는가. 대전 팬이 아니라 다른 팀 팬들도 이제 우리 대전을 더 이상 약체로 보지 못할 것이다. 최근 몇 경기를 보면 잘 알지 않나. 우리는 올라갈 곳만 바라보고 있다. 약체라고 하지 말라.

알았다. 약체라고 안 하겠다. ‘다크호스’라고 하자. 그렇다면 김형범과의 호흡은 어떤가. 마치 둘 사이는 나와 지나처럼 다정해 보인다.

지나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호흡은 괜찮다. 처음에는 서로 각자 플레이를 했다. 그래서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서로가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펼친다. 김형범이 임대 선수이고 내년에는 전북으로 돌아가는 걸로 아는데 나는 그 친구가 대전에 당연히 남았으면 좋겠다. 최근 알렉스 테하가 팀에 합류했는데 이 선수까지 적응을 마치면 김형범이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을 것이다. 김형범뿐 아니라 다른 모든 선수들과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나와 김형범의 콤비 플레이를 보고 모두가 놀랄 것이다.

유상철 감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알 것 같다.

우리가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데는 유상철 감독의 공이 50% 이상이다. 처음에는 우리에 맞는 전술을 만들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고 이것 저것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팀이 자리를 잡았고 이걸 토대로 큰 변화 없이 추가적인 걸 얹고 있다. 나는 우리 감독을 믿고 신뢰한다. 축구계에서는 전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기 때문에 훈련장에서도 선수들이 잘 따를 수밖에 없다. 존경할 만한 분이다.

원래부터 유상철 감독을 잘 알고 있었나. 유럽에서도 유명한가.

어릴 적 벨기에에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을 때 월드컵을 봤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국의 한 선수가 골을 넣고 좋아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때 보고 무척 미워했는데 그 선수가 지금의 우리 감독인줄은 나중에 알았다. 대전과 계약을 앞두고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전설이라고 해도 될 만한 훌륭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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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이 수원을 상대로 뽑아낸 두 골은 훗날 대전-수원 앙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대전시티즌)

당신의 이름을 알린 건 뭐니뭐니해도 수원과의 홈 경기에서 뽑아낸 두 골이었다. 당시 리그 최하위이던 대전이 리그 선두 수원을 잡는 대이변이었다. 아마 당신 때문에 토토에서 돈 날린 이들 많을 것이다.

물론 경기가 끝난 뒤 기쁘고 행복했다. 하지만 정작 그 경기의 승리는 며칠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원전 승리 이후 며칠 만에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경기의 극적인 승리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었고 다른 경기도 잘 할 수 있게 됐다. 수원전 승리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

대전과 수원의 앙숙 관계를 잘 알고 있었나.

경기 전에는 몰랐다. 사실 그런 라이벌 관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그건 축구 외적으로 추가적인 재미일 뿐이다. 축구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는 수원도 이겨야 하고 인천도 이겨야 한다. 만나는 상대는 다 이겨야 한다. 수원에만 포커스를 맞춰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다. 나에게는 모든 경기가 이겨야 할 경기다. 수원전을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겠다. 대전에서 잘하면 다른 K리그 내 빅클럽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할 수 있는 한 대전에서 가진 능력을 모두 보여줄 것이다. 나는 내년 7월까지 대전과 계약이 돼 있는데 그 이후에 재계약을 해 대전에 남는다고 해서 빅클럽에 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대전과 재계약을 하지 못해 벨기에로 돌아간다고 해도 괜찮다. 내 고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 선수로서 누구나 빅클럽에서 뛰는 걸 바라고 나 역시 그런 일이 오면 좋겠지만 지금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대전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여기 팬들이 무척 좋다.

팬들의 어떤 모습이 그렇게 좋은가.

우리 팀은 시즌 초반 9패하고 1승을 했다. 아마 벨기에에서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팬들이 단체로 그라운드에 뛰어 내려와 선수들을 협박한다던지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을 만나 야유를 보내는 등 창피를 줬을 것이다. 그런데 대전 팬들은 끝까지 우릴 기다려줬다. 우리가 계속 질 때도 우릴 믿어줬다. 한 경기를 이기면 언젠가 우리도 분위기를 타고 지지 않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믿어줘서 너무 고맙다. 이런 열정과 순수함을 가진 팬들은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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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은 대전의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며 팀의 강등권 탈출을 이끌고 있다. (사진=대전시티즌)

두루미 탈 쓴 사람만 안 보면 참 순수한 팬들이다. 그렇다면 벨기에에서 뛸 때와 지금 K리그에서 뛸 때의 직접적인 차이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그라운드에서 느낀 K리그는 어떤가.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K리그는 굉장히 지저분하고 더럽다. 수비수가 타이트한 플레이를 하는 건 어느 리그나 마찬가지다. 벨기에 역시 그랬다. 그런데 K리그는 여기에 더해 팔꿈치를 쓰거나 무릎으로 찍는 등 보이지 않게 상대 선수를 괴롭히는 플레이가 무척 많다. 벨기에 역시 이런 플레이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심판이 제지했는데 K리그는 심판이 이걸 크게 제지하지 않는다. 거친 플레이가 매력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반대로 벨기에는 한 시즌에 서른 경기가 전부인데 K리그는 44경기나 열린다. 시즌이 길고 경기수가 많다는 건 좋은 시스템이다.

콕 집어서 이야기해보자. 당신을 그렇게 괴롭힌 수비수들이 누구인가.

두말 할 것 없이 인천이다. 그건 축구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정말 나를 그라운드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 짓이다.

기억한다. 당신은 그날 경기에서 허리 부상을 당해 일찌감치 교체 아웃됐다. 다음에 인천을 만나면 복수할 생각이 있나.

나는 의도적으로 누굴 때리거나 치는 선수가 아니다. 혹시라도 실수로 그런 일을 벌인다면 먼저 가서 사과한다. 인천을 상대로 폭력을 써 보복할 생각은 없다. 대신 다음에 인천을 만나면 두 골을 넣어서 복수하겠다. 8월 9일이다.

주목하고 있겠다. K리그에는 숱하게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당신은 훗날 K리그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최전방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공격수지만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선수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골을 많이 넣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우리 팀의 목표와 내 개인적인 목표는 같다. K리그에 잔류하는 것이고 될 수 있는 한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내가 몇 골을 넣느냐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두 골을 넣고도 2-3으로 지는 경기보다는 내가 아닌 다른 선수가 골을 넣고 이기는 게 더 좋은 일이다. 내가 몇 골을 넣는지는 그 다음 문제다. 그런데 아마 당신은 나에게 콕 집어 올 시즌 몇 골을 넣을 것인지 다시 물어볼 것 같다. 그렇게 묻는다면 12골이라고 답하고 싶다.

언론을 아주 잘 안다. 안 그래도 그 질문을 하려고 했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올 시즌 당신과 대전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우리 팬들은 정말 오랜 시간 잘 참아줬다. 내가 보기에 대전 팬들은 유럽 어디에 가도 애정이 전혀 뒤처지지 않는 이들이다. 힘든 시기를 잘 참고 응원을 보내줘 고맙다. 이제는 오랜 시간 잘 참아준 만큼 우리 팀에 더 행복한 일들만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