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컴퓨터에서 이 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모니터부터 확인한다. 아마 토토를 어느 정도 전문적으로 해본 이들은 잘 알 것이다. 전세계 스포츠 결과를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이른바 ‘띵동 사이트’다. 득점이 터지면 곧바로 이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토토를 하는 이들에게는 이거 학창시절 선생님 말씀보다 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리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 군데 뿐이던 이 ‘띵동 사이트’는 이제 인터넷 검색창에만 쳐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이 때문에 나와 친한 형인 개그맨 ‘MC딩동’은 검색창에서 한참 밀렸다.

‘띵동 사이트’ 불법 도박의 온상

이 사이트에는 없는 게 없다. 페루 2부리그와 시리아 1부리그, 아이슬란드 2부리그까지 전세계 축구 소식이 모두 모여 있다. 축구뿐 아니라 전세계 프로야구 소식과 프로농구, 아이스하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되지 않은 당구의 일종인 스누커 결과까지 전달하기도 한다. 이 사이트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전세계 스포츠 결과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참 대단한 사이트다. “띵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아, 지금 전세계 어딘가에서 열리는 스포츠 중에 득점한 곳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상 참 좋아졌다.

그런데 사실 이게 전문적인 스포츠 사이트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적어도 내 주변 스포츠 마니아 중에는 단 한 명도 이 사이트를 애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국내 포털사이트나 해당 경기 단체 사이트에 들어가면 경기 결과에서부터 상세한 분석 내용까지 다 접할 수 있는데 경기 결과 확인하려고 순수한 마음에 이 ‘띵동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들은 없다. 지금까지 내 경험상 이 사이트에 들락거리는 이들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불법 토토를 즐기던 이들이었다. 내 경험이 전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정황상 99% 이상이 그렇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 축구에 워낙 관심이 많은데 정보를 접할 수 없어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거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띵동 사이트’에 접속하는 목적은 뻔하다. 채팅창에서는 불법 토토에 돈을 건 사람들이 “부러졌네”, “들어왔네”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광고 배너에서는 연일 불법 토토 사이트를 홍보한다. 이거 거의 불법 토토의 천국이다. 이 칼럼을 보고 계신 부모님들, 자녀 컴퓨터에 ‘띵동 사이트’가 즐겨찾기 돼 있다면 일단 추궁해 보길 바란다. ‘띵동 사이트’는 불법 토토의 온상이다.

더 큰 범죄가 도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이트를 이용해 더 심각한 불법 행위를 노리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국내에서 정확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른바 ‘시간차 공격’을 이용해 이 사이트가 불법 토토에 돈을 건 이들에게 장난(?)을 치려는 시도가 포착되기도 했다. 국내 유저들이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변방 리그에서 이미 벌어진 경기를 마치 실시간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이미 결과를 다 알고 있는 검은손은 배당률을 자유자재로 조정하고 이 ‘띵동 사이트’를 통해 유저들을 바보로 만든다.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이들은 “띵동”이라는 소리에 흥분하겠지만 이건 ‘시간차 공격’이다.

국내에서 불법 도박에 깊숙이 관여된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일이라는 게 취재 결과 드러났다. 공모 단계에서 승부설계가 포착돼 대부분이 도주했지만 아니지만 이러한 일이 앞으로도 자행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띵동”이라는 소리 하나에 수백, 수천만 원이 오가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매수하는 일도 밥 먹듯이 하는데 사이트 조작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사이트는 불법 도박을 더욱 불법적으로 이용하는데 쓰인다. 아마 이 사이트만 제대로 캐내도 불법 도박과 승부설계라는 한국 스포츠의 암적인 존재를 어느 정도는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이트는 대부분 중국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운영자들은 경기 현장에 아르바이트생을 보내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를 수집한다. 대부분이 해외에서 유학 중인 가난한 대학생들이다. 실제로 국내 스포츠 경기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무전기나 휴대전화를 들고 실시간으로 누군가에게 경기 결과를 전달하다가 발각된 적도 있다. 물론 이들은 경찰서에 갔지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전세계에 현지 아르바이트생을 파견할 정도로 이 사이트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불법 토토 사이트와 연계된 곳이 대부분이다.

이 사이트에 대한 대책 필요하다

승부설계를 뿌리 뽑으려면 국내에서 이 사이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거나 아예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중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면 국내에서 접속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런 실시간 경기 결과 사이트가 차단된다고 국내 스포츠 마니아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 페루 2부리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해야 하는 이들이 과연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고 관심 갖는 이들일까. 아니면 국내의 합법적인 스포츠토토가 아닌 불법 사설 토토에 돈을 걸고 그 추이를 지켜보는 이들일까. 적어도 스포츠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국내 포털사이트나 국내 언론사, 아니면 해외 언론을 통해서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국내의 합법적인 베팅 정보 사이트에서도 실시간 경기 정보는 충분히 제공한다.

불법 도박을 조장하는 이런 사이트에 대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유해 사이트로 분류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경기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게 유해 사이트를 분류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면 사이트 내에서 충분히 다른 사안으로도 유해 사이트 분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불법 사설 토토 배너 광고나 K리그와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 엠블럼 무단 도용도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승부설계의 뿌리인 이 사이트를 차단할 구실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띵동 사이트’는 곧 불법 토토와 다름없다. 그리고 불법 토토는 승부설계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띵동 사이트’를 막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불법 사설 토토를 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컴퓨터를 켜 놓고 침대에 누워 “띵동” 소리 하나로 도박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 자꾸 이 사람들이 불법 사설 토토를 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띵동”거리는 이 사이트부터 어떻게 좀 처리하자. 이 사이트 없어도 축구나 야구, 농구 즐길 사람들은 다 즐긴다.

승부설계, 과연 다 뿌리 뽑혔나

지난해 K리그에 이어 올해에는 프로야구와 프로배구까지 승부설계로 홍역을 앓았다. 이제는 잠잠해졌지만 아예 뿌리 뽑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승부설계를 지시하던 이들은 낌새를 눈치 채고 수사가 시작되자 다 해외로 도피했다. 승부설계로 돈 꽤나 벌던 이들이 다시 마수를 뻗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해외에서 국내 스포츠 승부설계에 개입하려면 일단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 토토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한다. 불법 토토의 온상지인 ‘띵동 사이트’부터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띵동”은 필요 없다. 택배 아저씨가 누르는 반가운 “띵동” 초인종 소리만 있으면 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