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티스탄은 아시아 끝에 있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이 나라는 근면 성실한 국민들이 밤낮으로 일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으로 아시아 경제 대국 1위에 올랐고 지난 해에도 안타깝게 이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석유 강국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경제력을 뽐내기도 했다. 드래프티스탄은 참 살기 좋고 아름다운 나라다. 드래프티스탄은 민족의 정기가 어려 있는 ‘황진산’에 철의 일종인 ‘홍철’과 화강암 중 하나인 ‘오범석’의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황진산’에는 몸 길이가 무려 194cm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호랑이 ‘박현범’이 살고 있다.

외세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쌓은 성 ‘하대성’ 근처에 군인들이 들고만 있어도 상대가 주눅 든다는 전설의 칼 ‘남궁도’를 들고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철강 산업이 발전된 드래프티스탄은 튼튼한 철근 ‘구자철’을 유럽으로 수출했고 최근에는 참치 사업에까지 뛰어 들어 ‘지참치’로 잉글랜드 시장을 점령하기도 했다. 이 작은 나라는 그 어떤 강대국도 무시할 수 없을 만한 저력을 지니고 있다. 3월부터 11월말이나 12월초까지 전 국토가 활발한 경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드래프티스탄은 지난 해 주가 조작으로 큰 타격을 입고도 다시 위기에서 벗어나 경제 대국을 꿈꾸고 있다.

이상한 나라 드래프티스탄

하지만 드래프티스탄은 참 이상한 나라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사회주의 국가나 다름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가치를 인정받는 노동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직할 수가 없다. 만약 드래프티스탄이 직업의 자유를 보장한다면 더 강한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을 텐데 드래프티스탄 정부에서는 이를 법적으로 막고 있다.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럴 수록 노동자들의 의욕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드래프티스탄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의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원하는 회사에 면접을 봐 취직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취업알선위원회’를 통해서만 취직을 할 수 있다. 기업이 직접 육성한 인재 네 명을 먼저 뽑을 수 있지만 나머지 직원을 뽑는 건 기업들이 연말에 한 곳에 모여 제비뽑기를 할 때 뿐이다. 앞 번호를 뽑은 기업에서 인재를 먼저 뽑을 수 있는 ‘복불복’ 방식이다. 명문대를 나오건 안 나오건 연봉은 모두 똑같다. 가장 먼저 호명된 이들은 연봉 5천만 원을 받는다. 드래프티스탄에서 취직을 원하는 이들은 이 제비뽑기에 자신의 운명이 달렸다.

드래프티스탄에서 백수가 되지 않고 살아남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 만약 자신을 뽑은 기업에 입사하기를 거부한다면 5년 동안 구직 활동을 할 수 없고 5년이 지난 뒤 다시 이 제비뽑기를 통해 입사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5년 이내 최초 지명 기업으로 입사할 경우에 한해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는 법 조항도 있다.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원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가 자신을 지명해 돈을 벌 수 있는 이들은 행복한 거다. 가진 능력은 있지만 1차 서류 심사에서 걸러지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여기에서 지명 받지 못하면 백수가 된다.

외국으로 떠나는 인재들

최근 드래프티스탄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이웃 나라 ‘재패니스탄’으로 떠나는 이들이 무척 많다. 재패니스탄은 드래프티스탄처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드래프티스탄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받던 인재들은 대거 재패니스탄으로 떠났고 지금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드래프티스탄에서 자기가 원하지 않는 곳에 가 일을 하고 일괄적으로 정해진 연봉을 받느니 차라리 자기가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곳에서 10배가 넘는 돈을 받으며 일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 드래프티스탄 ‘취업알선위원회’에 아예 신청서도 내지 않았다.

재패니스탄은 드래프티스탄 젊은이들을 앞세워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어느 순간 드래프티스탄과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드래프티스탄을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드래프티스탄 젊은이들이 남의 나라 경제 발전을 이뤄주고 있는 시점에서 드래프티스탄 정부는 아직까지도 손을 놓고 있다. “현행법이 중소기업을 살리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당연히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유시장경제에서 능력 있는 기업이 생존하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것일 텐데 드래프티스탄은 거꾸로 가고 있다.

드래프티스탄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시아 경제 대국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이 현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드래프티스탄이 이렇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시장 경제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이 법을 피해 이웃 나라로 빠져 나가는 인재들을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동네 막노동 인력시장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 황당한 규정이 이제는 폐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드래프티스탄은 참 황당한 나라다.